台北旅遊記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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台北旅遊記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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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타이완의 수도 타이페이(台北)에 2박3일 머물다 가기로 합니다. 에바(Eva Air)항공을 이용한 탓에 갖는 덤이라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만유(漫遊)를 즐기다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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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타이페이↔방콕 총 4번의 구간 중 무려 3번이 똑같은 기내식 메뉴로 나온, 뚜시꿍!! 공포의 테리야키치킨누들!!
각 기항지 기내식 업체들의 실력을 같은 기준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승객들에게 주려는 항공사의 세심한 배려...!?? (태국에서 만든 치킨누들이 젤 떨어지두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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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타이페이까지는 3시간 반가량 걸립니다. 오후 늦은 시각, 타이페이 따오유안공항에 가까워오자 마치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낮게 드리운 태양이 바다 수면에 비쳐 반짝반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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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장개석(CKS)공항 시절 와 보고 처음 와 본 타이페이국제공항(Taiwan Taoyuan International Airport). 김포공항보다 훨 컸던 널찍한 공간은 그대로이지만 많이 리모델링된 듯, 규모면에선 인천공항보다 작아 보이지만 깔끔하고 예쁘게 단장하고 승객들을 맞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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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 Bus Waiting Room 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타이페이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공항 끝까지 (그리 멀지 않은) 가다 보면 깔쌈한 인천공항 삘에서 갑자기 사진에서와 같이 동서울터미날 매표소 삘로 바뀜돠. 일부 버스를 제외하고는 이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버스가 오면 타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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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Rosemary Hotel이 타이페이기차역 근처에 있는 관계로 그 쪽 방면 (台北車站 ) 버스에 오릅니다.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타고 까오슝으로 아리산으로 여기저기 신나게 쏘아다니던 고속버스 생각이 확나게 하는, 모니터가 중간중간 달린 것만 제외하면, 시트 색깔이며 우리나라 버스와 달리 특이하게 버스 안에 화장실도 있었던 것도 같은, 그런 추억의 버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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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두달 남짓 타이페이에 머물면서, 참 이 곳은 이국적이면서도 우리나라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마 소득수준이 비슷하다 보니 여러모로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름한 1기통 오토바이들에서 산뜻한 스쿠터로 바뀐 것만 빼면 거리를 가득가득 메운 오토바이 대열은 여전했고 고만고만한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로 빽빽한 도심 거리는 역시 여전히 서울 비스무레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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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기차역 근처에서 공항버스를 내려 몇블럭 걸어 가야 로즈마리호텔에 도착합니다. 골목골목이 이어지는 도심 거리가 너무나 서울 같아서... 즉 그 의미는, 그러하기에 더 길찾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어물어 그리 안 헤매고 호텔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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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mary Hotel은 싼맛에 예약한 곳입니다. 여러 예약 사이트에 접근성 좋은 위치의 숙소 중 가장 싼 숙소로 올라와 있더군요. 가보니... 이거 완죤 구닥다리 모텔 수준이군요. 일단 로비라 할만한 것이 없고 사진처럼 좁은 공간에 리셉션 데스크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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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은 전체적으로 좁고 어두침침합니다. 복도도 우리나라 옛날 모텔의 그것처럼 좁고 낮고 오래된 냄새 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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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비위생적인 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여러모로 깨끗하게 신경 쓴 티는 나지만 창문도 별로 크지 않고 어둡고 하다 보니 상큼한 느낌은 안 듭니다. 많은 채널이 나오는 케이블 티브이 채널 중 본격(...?!! UNCENSORED!!) 성인방송도 있어서 채널서핑을 하던 순진한 (...에이~ 정말?) 우리 부부, 갑자기 화면을 가득 메운 희멀건 살덩어리들이 튀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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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깨끗하지만 낡은 이 곳 욕실에 이 호텔의 유일한 미덕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세명은 족히 들어가서 즐길만한 커다란 월풀욕조가 있다는 것.
그런데, 밖에서 땀 빼며 돌아다니다가 들어와서 애플망고 먹으며 목욕을 즐기려고 들뜬 마음에 들어갔는데... 이거 거품이 나오질 않습니다. 바로 카운터에 전화해서 고쳐달라고 했는데... 영어를 못 알아들으시는 눈치. 그냥 포기하고, 어쩌다 운 나쁘게 기포 안나오는 방 걸렸으려니 하고 온수욕만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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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별로 하릴없이 머물면서 시간을 죽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사실 "잠만 잘 분"이 될 요량으로 구한 곳이므로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얼른 짐만 풀고 밖으로 나옵니다. 타이페이역으로 가서 저녁식사 후 룽싼쓰(龍山寺)와 화시지에(華西街) 야시장을 둘러보고 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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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역에 도착해서 길이라든가 이것저것 필요한 현지 정보를 물어 보려고 지나가는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청년과 점잖게 생긴 정장차림 직장인에게 말을 붙여 봅니다. 벌써 20여년이 흘렀지만 어릴 적 대만 있을 때 배웠던 만다린의 기억을 더듬어 "저어, 죄송한데요." 라는 의미를 전달할 요량으로 "뚜에부치 씨엔성!"하고 다가가니 (어법에 안 맞는 말이어서인지 몰겠지만) 대딩은 면전에서 대놓고 씹고 고개를 휙 돌리질 않나, 직딩은 꼭, "안 사요!" 하는 투로 다음 말도 꺼내기 전에 거절의 의미로 손바닥을 내밀어 막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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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대접을 연빠따로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게 왠일!!??
어릴 적 대만에 왔을 땐 아직 우리나라와 수교관계가 있었고 한국사람들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했었습니다. 택시기사건, 길거리 학생들이건, 시장통 아저씨 아줌마들이건 다들 한꿔 남바완!을 외쳐 주셨던 기억. 특히, 우리 가족 묵으라고, 한국 팬을 자처하는 대만인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비어있는 자기 아파트를 두달 간이나 공짜로 내어주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너무 죄송해서 수도세, 전기세는 부모님이 내고 나오셨던 것 같습니다. 맞죠 엄마?)
이게 내가 한국인인 걸 눈치 까고 싫어서 그런 건지, 아님 "뚜에부치 씨엔성"이란 말이 외판원이나 잡상인이 쓰는 관용적인 표현이었는지... 여튼 순간적으로 매우 불쾌한 기억.
결국 타이페이역에 있는 파출소에 들어가서 길을 여쭤보았습니다. 친절하신 찡꽌(警官) 아저씨 덕분에, 이래뵈도 어릴 적 좋은 기억으로 친대만파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불특정 대만인을 향한 억하심정은 다소 누그러질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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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역 옆으로 위치한 씬꽝싼위에(新光三越)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늦은 저녁을 하기로 합니다. 백화점 규모에 비해 푸드코트는 좀 좁은 느낌. 여러가지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썩 특이한 음식은 없고 샌드위치나 피자, 스파게티 이런 것들이 있는 게 (늘 그런 느낌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여러모로 참 한국이랑 비슷하네 라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됩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던 (줄이 길었던) 섹션은 바로 사진에서와 같이 한국음식점이었다는 사실! 괜히 으쓱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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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마 가장 대중적고 간단한 대만서민(?)음식을 파는 데라고 생각되는 곳에 가서 음식을 시킵니다. 면 한 종류, 밥 한 종류, 기타 몇가지 반찬거리를 파는 그런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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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나라 푸드코트식으로 하자면 연인세트A, 뭐 이런 거 시켰지 않았나 싶네요. 아예 말이 안 통하니... 사실 이 중에서 우리가 의도한 대로 나온 건 굴전과 볶음면 밖에 없슴돠. -_-;;
하지만 짭찌름한 어육완자국(←맘대로 붙인 이름임)이라든가 청경채에 굴소스를 뿌린 것도 아주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특히 첨 먹어 본 커짜이찌엔(蚵仔煎 대만식굴전)이 아주 입에 착착 달라붙두만요. 맛있어서이기도 하고, 타피오카로 반죽을 한 탓에 말그대로 기름기 빠진 피넛버터마냥 입천장에 쩍쩍 달라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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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연인세트A"를 둘이서 배불리 먹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룽싼쓰(龍山寺)와 화시지에(華西街) 야시장이 있는 지역, 용산사역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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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이 곳을 방문했었는지 아닌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긴 향을 저마다 합장한 손에 꽂고 이마를 조아리며 열심히 기도하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그곳이 아마 여기 용산사가 아니었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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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곳답게 평일 늦은 시간이었지만, 바글바글할 정도는 아니어도, 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저마다가 믿는 대상 앞에서 향을 올리고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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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이고 영적인 것에 민감한 아내에겐 온통 시뻘게죽죽한 색채와 진동하는 향내가 좀 많이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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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런 오래된 사원에선 조각 하나하나, 신상 하나하나 요목조목 뜯어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남편에게,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관음보살상에서 관우상까지 총망라된 유불선 종합선물세트인 이 커다란 사원은 그야말로 신나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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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용산사에서 두세블럭만 걸음을 옮기면 나오는 화시지에 야시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별다른 목적 없이 야시장의 들뜬 분위기 속에 그저 몸을 내 맡기려는 마음으로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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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거리에 먹을 것이 넘쳐나고 또 뭔가를 계속 먹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의 야시장답게 이 화시지에야시장도 노점의 먹을거리가 넘쳐 납니다. 일단 땡모빤으로 열대야의 더위도 식힐 겸 하나 사들고 다니려 합니다. (수박쥬스는 서울이건 타이페이건 무조건 땡모빤.. ㅋ 이렇게라도 카오싼거리를 추억해 보려는 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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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따라온 아이들에게도 야시장을 즐길 권리가 있다. 옛날 안양유원지틱한 놀거리들도 곳곳에 판을 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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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놀거리만 있을소냐. 어른들 놀거리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주 가끔 길거리에서 돈 받고 체스 둬주는 어른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긴 돈 받고 마작 두는 곳이 있군요.
비록 야시장 임시좌판에서 벌이는 마작이지만 오른쪽에 보이는 마작 아줌마의 미모나 여유로운 표정, 말끔한 차림새는 특급호텔 카지노 딜러의 그것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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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어딘가에 있는 자그마한 슈퍼에 들어갔다가 반가운 것 두가지 발견. 하나는 우리나라 라면이 가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진열대에 놓여 있는 것. (제일 인기있는 제품이란 말이겠죠?) 또 하나는 바로 이 흑인치약.
어릴 적 잠시 대만에 머물 때 노란색 바탕에 시커먼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니라... 정말 새까맣게 그려져 있었음) 흑인이 이빨만 하얗게 드러내며 웃고 있는 디자인이 참 생경스럽던 납튜브 치약이 이상하면서도 어딜 가도 이 치약 밖에 안 써서 계속 썼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2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항의를 많이 받았을까...? 흑인아저씨의 얼굴은 더 잘 생겨졌고 부드러운 선으로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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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생활수준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한 게 많다고 늘 생각하지만, 이런 건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야시장 한복판에서 그리고 상설매장에서도 포르노 DVD(물론 해적판 같지만)나 각종 성인기구들을 대놓고 팔고 있습니다.
이거 우리나라에선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 갓길에서 빵꾸도 때우면서 겸업으로 성인용품도 파시는 창문 없는 봉고차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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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시지에야시장은 뱀, 자라 같은 보양식 재료로 또 유명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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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알아들을 순 없지만 구경꾼들의 표정에서 유추하건대 능라한 말재주로 사람들을 웃겼다 심각하게 만들었다 하는 뱀장수 아저씨들로 볼거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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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에 대한 학문적이고 역사적인 고증은 알 수 없으나 아마 한국에서 건너갔을 것이라고 100% 심증이 가는 뽑기가 화시지에야시장 한복판에서 떡하니 크게 좌판을 잡고 성행 중이었습니다.
다만 연탄불이나 부르스타불이 아니라 숯불로 하는 일종의 업글버젼이라는 점이 다른 점. 연탄불 아니니 일산화탄소 흡입으로 인한 폐해도 줄 것이고, 숯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방출로 뽑기를 젖는 손가락 마디마디에 좋은 기운이 스며듬과 동시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설탕 시럽이 쫀득하게 살아 있는 뽑기가 만들어지는, 과히 불량식품 뽑기의 웰빙 업글이라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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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든 뽑기아저씨를 둘러싸고 즐기는 웰빙뽑기. 그러나 타서 국자에 달라붙은 설탕찌끼를 뜨거운 물 넣고 녹여 먹는 필수코스에 대한 웰빙 업글이 안된 관계로 결국 불량식품으로 도로 전락! 하지만 뜨끈하고 고소한 탄내가 나는 짙은 고동색의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가끔짝 즐기는 불량식품이 주는 달콤함으로 인한 만족도는 100%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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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감각을 일부러 둔하게 접어두고 간혹 갔던 길을 또 가면서 목적의식 없이 돌아다닌 덕분에 만난 노다지! 龍都氷果専業家.
어느 가게에 줄이 까오슝(^^;;)까지 늘어져 있길래 저긴 뭔데 저렇게 줄이 길어? 하고 가까이 가는 순간 드러나는 "創立於1920年(1920년 개업)"이라는 설명과 함께 자랑스럽게 써 있는 "龍都氷果専業家" 간판, 뚜시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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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한국에선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일본의 유명한 여행사이트 나비닷컴 시리즈 중 타이페이편(http://www.taipeinavi.com/) 같은 데에선 최고의 빙수집으로 등극해 있는 곳입니다. 운좋게 잘 발견했군요. 줄이 길고 열대야의 공기는 후덥지근하지만 그래도 줄 서서 먹어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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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집이다 보니 무작정 줄은 서고 봤지만 사실 뭘 먹어야할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보니 우리 주문 순서가 가까워 올 수록 불안합니다.
그래서 여기 간판에 크게 쓰여 있는 "無敵芒果氷"이라는 메뉴를 먹기로 합니다. "최고의 맛, 궁극의 빙수 (一流口味, 氷中極品)"이라는 카피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여튼 여기 주력상품인 것 같고, 가격도 약간 비싼 편이니 맛도 그만큼 있을 것이고.
그래도 대만은 번자를 쓰니 다행입니다. 한자로 약간이라도 알아먹으니. 북경이나 상해에서처럼 죄다 간자면... 더 어려웠겠죠. 그러고보니 어릴 때 엄마 따라 대만에서 살던 아파트 근처 시장에 가면 엄마가 펜을 들고 다니면서 한자로 상인들하고 의사소통하고 물건 값 깎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참 신기했는데... 엄마가 넘 멋져서 꼭 여자 황비홍 같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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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문 차례가 되어, 무작정 "워, 무쩍맹꼬삥" 그러니까 전혀 못알아 듣습니다. 당연하겠지요. 지 맘대로, "울리 살람, 무쩍맹꼬삥 먹고 싶다해." 그런다고 말이 통하면 뭐하러 힘들게 새벽반 끊어서 이얼싼학원 같은 데 다니겠습니까, 개콘의 변승윤이 광동말 하듯 그냥 암케나 중국말 비슷하게 하면 될 걸.
그렇다고 영어도 전혀 통하질 않고... 무식하게 무쩍맹꼬삥 밀고 나가는 수 밖에... 근데 이거 외국인이 중국말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하면 귀엽기도 하련만, 무쟈게 바쁜 점원들 짜증을 내는 기색이 역력하고, 우리 뒤에 줄 선 사람들도 누가 영어를 하면 도와주면 좋겠구만 "어우 덥고 줄은 긴데 쟤네 뭐야, 꺼져" 하는 눈으로 야리십니다.
결국 벽에 붙은 메뉴를 하나하나 점원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오 예 거기서 "Stop!" 해서 무적망고빙을 주문했습니다.
참조로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무적망고빙의 대만식 국어 발음은, [우디망궈빙]. 당근빠라 몬 알아 듣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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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나온 무적망고빙.
"여기 뭐가 이래, 유명하면 다야? 배짱 영업하는구만. 직원들도 무뚝뚝. 가게 안은 꼭 홀손님은 없고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짱꿰집처럼 해 놓구선. CS 빵점. 한국 같음 망했어."
했던 생각이... 이 넘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사르륵 사라집니다.
이 집 CS는 그냥 이 빙수 맛으로 다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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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이 삐리리해 지면서 통증이 골수를 찔러 쪼개는 것 같은데도 멈출 수 없는 이노무 숟가락질. 별 거 없는데... 그냥 얼음에 연유 넣고 망고 푸짐하게 넣고 성의 없이 플라스틱 용기 자국 다 나 있는 연유젤리 하나 올렸을 뿐인데... 그래도 맛있습니다.
특히, 얼음! 타이페이에선 동네 아무 빙수집 가도 이렇게 갈려 나오긴 하지만, 여튼 자연설 같이 폭신하고 얼음알갱이 안 씹히는, 그러면서도 생각보단 덜 빨리 녹는, 요 얼음 먹는 질감이 아주 좋습니다.
물론 바다낚시 배 위에서 선장님이 썰어 주시는 막회 맛이 일품이듯, 열대야 속이라는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이겠지만요.
여튼 화시지에야시장 가시면 廣州街 168번지(T.2308-3223) 龍都氷果専業家 걍강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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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는 재래시장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말하듯 그 곳에 가면 살아 있음을 가장 즐겁고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다시면서.
군말 없이 잘 따라나서는 막내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으셨는지 자주 데리고 동네 근처 재래시장, 동대문 시장 이런 데를 다니셨죠.
대만 유학 시절, 가족이 그리워지고 혹서의 날씨 속에 기력을 잃을 때면 충만한 생명력을 느끼시려고 아마 종종 오시지 않았을까 싶은 화시지에야시장에서 나도 비슷한, 온갖 군상의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져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삶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 누리고 돌아가는 것 같아서 오버랩되는 아버지와의 추억과 함께 즐겁고 뜻 깊은 화시지에야시장을 뒤돌아 나오는 길이 되었습니다.

4 Comments
호미닭 2009.07.21 00:44  
여행기  잼나게  보구갑니다~~^^
흐이구 2009.07.23 22:34  
야경 사진이 잘 나오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디카 어느 기종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여행용으로 새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참고 하려 합니다.
jaime 2009.07.24 07:16  
별로 좋은 것 아닙니다 그냥 자동카메라...
캐논 파워샷 A640입니다
흐이구 2009.07.24 18:56  
역시 자동디카 중에서 고급기종이었군요. 감사합니다. 구입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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