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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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20

삼천포 7 2299

인도(맥간)에서 몇달동안 지내고 있었을 때 내동생 공작부인이 전화를 했다.
언니들이 보고싶어서 인도에 오겠다고 마중을 나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델리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네팔 여행기 10편 참조)
성실한 직장인이자 새댁이었던 공작부인은

아침 출근길에 조신한 청담동 며느리룩을 입고
앙증맞은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귀부인이었는데,
그런 그녀가 과연 인도 여행자가 되어 처음 도착하는 모습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나는 그녀가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손바닥만한 클러치를 살짝 들고

레드 카펫을 밟듯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입국장을 나오는 모습을 잠깐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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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공항에서 만난 그녀는 청담동 며느리 사람+배낭 여행자 사람이 합체 된 듯한 모습이었다.

공작새 깃털처럼 눈부시게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모피 코트를 입고 나타난 그녀는

그 화려한 모피 코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랗고 검은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고 하의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상하의가 완전 따로 놀아.ㅋㅋㅋㅋㅋㅋㅋ

상하의 상하의 상하의 트위스트 추면서~♪♬

 

 

 

인도에 오면서 웬 모피 코트를 입고 왔냐고 깔깔깔 웃으며 놀려댔지만

때깔 좋고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그녀가 나는 내심 부럽기도 했다.

그때 나는 장기 여행에 조금 지쳐 있던 때였고

장기 여행자 특유의 빈티와 궁상맞음에 찌들어 있었다.

공항에 오기전 빵구난 양말을 세개나 껴신고

빨아논 단벌 바지가 덜 말라서 드라이기로 말려서 입고 온 나는

청백리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빠하르간즈로 오는 택시 안에서 공작부인은 배낭에서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벽돌만한 어묵을 꺼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님아, 이거 내가 일본 면세점에서 산건데 완전 맛있는 어묵이래.

그래? 그럼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볼까. 와~ 디게 크다. 열명이서 나눠 먹어도 되겠다.

하며 감탄하던 나는 맛만 보려고 한입을 깨물었다.

그런데, 함냐 함냐 함냐합.

한입이 네버엔딩 한입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간에서 몇달동안 살면서 산골 마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산물과 생선은 구경조차 못했었고,

그래서 맨날 동태찌개, 광어회, 해삼, 멍게, 어묵 어묵 어묵을

주문 외듯 중얼중얼 먹고싶다, 먹고 싶다 했었는데...

어묵을 한입 먹던 순간 나의 이성의 끈은 툭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도저히 멈출수가 없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벽돌만한 크고 묵직한 어묵에 얼굴을 박고 함냐함냐함냐 먹기 시작했다.

공작부인이 경악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든말든

택시 기사가 운전을 하면서 백미러로 나를 흘낏흘낏 훔쳐보든 말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야 인도의 어묵 귀신.ㅋㅋㅋㅋㅋㅋㅋㅋ걸귀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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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은 지금도 가끔씩 그때 얘기를 한다.

델리 택시 안에서 봤던 그 굶주린 어묵 귀신은 정말 무서웠다고.ㅋㅋㅋ

아잉,어묵 여신이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빠하르간즈의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공작부인의 모피 코트를 입어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도같은 나라에 뭐하러 모피 코트를 입고 왔냐고 타박은 했지만

내심 화려하고 고급진 옷이 그리웠어, 엉엉

그런데 맥간에서 몇달동안 콕 쳐박혀 먹고 마시고 쳐자는 생활만

규칙적으로 해왔던 나의 살찌고 기름진 몸에 걸쳐진 모피 코트는

가뜩이나 털이 북슬북슬해서 부해보이는데

내가 입으니 이건 완전 모피코트가 아니라 뚱피코트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기 여행자로서는 세탁의 부담 때문에 입을엄두조차 안났던 백바지까지 챙겨온

공작부인이 부러워 또 뺏어서 억지로 입어보니

이건 뭐 백바지가 아니라 뚱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을 먹으러 거리로 나와보니 공작부인은 혼돈의 카오스다.

빠하르간즈의 정신 없는 풍경에 넋이 나간 청담동 며느리는

행님아, 무섭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야. 엉엉.

하면서 괴로워한다.

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래. 우리 신랑이 보고싶어. 엉엉.

하면서 우는 공작부인의 손을꼭 잡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자꾸만 달라붙어서 껄떡대는 어린놈의 삐끼 쉐끼들.

메리 미를 속삭이며 깁미 원달러를 외쳐대는 이중적인 놈들.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만 해라. 청혼이든 구걸이든.ㅋㅋㅋㅋㅋ

가뜩이나 짜증 나고 무서워 죽겠는데 집요하게 따라오며 약을 올리는 양애취들에게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애들에게 힌두교의 신을 외쳐버렸다.

시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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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의 커다란 배낭은 화수분이었다.

꺼내도 꺼내도 계속해서 나오는 황홀한 선물들.

망구와 내가 그동안 먹고싶었던 각종 먹거리들이 가득이었다.

언니들을 위해서 그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공작부인이 새삼 고마웠다.

우리는 꽁치 통조림으로 오랜만에 꽁치찌개를 끓이고 김과 깻잎 통조림과

장아찌 통조림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리고 칼몬드 안주에 맥주를 마시며 행복해했다.

 

 

 

 

공작부인은 우리집에서 가까운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다.

밤에 혼자 자면 무섭다고 해서 나는 본의 아니게 두집 살림을 했다.ㅋㅋㅋㅋㅋㅋㅋ

하룻밤은 우리집에서 망구랑 자고

하룻밤은 게하에서 공작부인이랑 자고.

나의 로망이 두집살림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들이랑 하고 있어.ㅋㅋㅋㅋㅋㅋ ㅜ.ㅜ어쩔.

 

 

 

 

 

공작부인은 신혼집에서 앵무새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짹짹대는 앵무새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새를 키우면서 공작부인은 거의 새박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함께 산책을 할때 숲속에서 들려오는산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즐거워하면서

공작부인은 새에 관한 지식을 늘어놓으며 잘난 척을 했다.

우리는 그런 그녀에게 윤무부 박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공작부인이 가져온 선글라스는 내가 매일 썼다.

아침마다 눈이 붓고 얼굴이 붓는 나에게는

면상 가리기용으로 딱 좋은 필수 아이템이었다.

그녀의 백바지는 나랑 망구가 돌려 입어서 흑바지가 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공작부인의 꽃무늬 스타킹과 줄무늬 스타킹은 내가 매일 신어 어느날 빵구가 나버렸다.

공작부인이 가져온 핸드크림과 수분크림은

맥간처럼 건조한 동네에서 살면서 수분 부족으로 얼굴이 쩍쩍 갈라지던 나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푹푹 찍어 발랐다.ㅋㅋㅋㅋㅋㅋㅋ

공작부인은 내 물건을 내가 써본적이 없어, 엉엉. 하면서 괴로워했지만

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양보하는 착한 동생이었다.(라고 내 맘대로 생각중.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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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은 어느날 칙칙하고 어두운 맥간의 날씨가 싫다며

화사한 옷을 입고 기분전환을 하고싶다고 했다.

아침에 눈이 내려 살얼음이 얼은 맥간의 길거리에서

나비 무늬의 화려한 블루 원피스를 입은

공작부인의 맨다리는 닭살이 돋아 오돌토돌해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스타킹을 빵구낸 장본인이라 대놓고 웃을 순 없었지만

맥간 길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생각보다 날씨가 춥네. 어우 닭살 돋아.원피스는 입지 말아야겠다. 후후.

하고 웃었다.

대수롭지않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한겨울에 여행을 오면서 여름 원피스를 챙겨온 이유는 뭘까,

그 머릿속이 문득 궁금해졌다.

모피 코트와 샤랄라 원피스를 함께 챙겨서 인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이세상에 또 있을까?

아마도 있겠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팔 여행 가면서 비치 드레스 챙겨 간 여자 여행자도 있대요. 글쎄(소곤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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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우리는 맥글로바에서 식사를 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레스토랑안의 조명이 환해지더니

갑자기 예고도 없이 신나는 댄스 뮤직이 마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고 있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들 이 흥겨운 서프라이즈 파티를 즐기려고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맥주병을 손에 들고 몸을 흔드는 사람,

어린 아가를 목마 태우고 덩실덩실 춤추는 아빠.

연인들끼리 끈적끈적하게 커플 댄스를 추는 사람들까지.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특출난 춤꾼이 한 명 있었다.

온몸의 관절을 다 꺾으며 팔과 다리를 비틀어 춤을 추던 한 남자.

그는 팔과 손과 다리와 발이 따로 노는 듯 자유자제로 움직이며 현란한 댄스 실력을 선보였고

우리는 그런 그의 열정적인 춤사위에 홀딱 반해 휘파람을 불며 물개 박수를 쳤다.

그러자 그는 우리의 열광적인 호응에 보답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스르륵 움직여서

우리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우리 보란듯이 온몸을 더 과감하게 비비꼬며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가스렌지 위의 오징어가 익어가면서 베베 꼬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그의 몸은 전신 오징어였다.

온몸이 철thㅏ처럼 뻣뻣한 나로써는 그저 부러울 뿐.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전신 오징어가 제 한몸을 활활 불태워 댄스 타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등장한 그의 친구는 옆에서 목에 멘 넥타이를 손에 잡고

마치 피리를 부는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입에 갖다대더니

연주를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같이 춤을 췄다.

끼가 넘치는 망구는 섹시 댄스와 코믹 댄스를 번갈아 추며 흥을 더 돋궜고

공작부인은 전신 오징어의 춤을 몰래몰래 따라하느라 공작새 날개같은 모피코트를 펄럭펄럭 거리며 배움에의 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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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랬었다.

여행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우리가 함께 가는게 중요한거지.

우리끼리 뭉치면 뭔들 어딘들 재미없겠어. 라고 했었다.

맞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우리가 함께 하니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날밤 숙소로 돌아오는 밤길에 밤하늘의 둥근 달님을 보면서

살짝 소원을 빌었다.

공작부인에게 빚진 돈 이억팔천만원을 공작부인이 기억 못하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동생 둘이 있는 첫째라 항상 동생들을 하인처럼 부려먹는게 습관이었다.

동생들이 어렸을때는 마구 부려먹었었는데

이것들이(ㅋㅋㅋㅋㅋㅋㅋ)차츰 커가면서 머리가 굵어지더니

언젠가부터는 내 심부름이나 부탁을 무시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부탁이래봤자 정말 가벼운 물 좀 갖다줘, 방에 불꺼,라면 좀 끓여

정도뿐이 없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들이 점점 내 부탁을 거절하길래 나도 어쩔 수 없이

물 한잔에 삼백원, 라면 한 냄비에 오백원, 불 한번 끄는데 육백원을 외치기

시작하다보니 어느새 빚이 눈더미처럼 불어나 이지경(사실 맞고 치다가

쌓인 빚 포함임.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혈육은 사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무리 참 쉽죠잉?

내가 쓴 글은 내가 읽어 봐도 들쑥날쑥

주제도 없고ㅋㅋㅋㅋ

주제 파악이나 할까요(죄송^^;;; 아재 개그)

 

 

7 Comments
돌이킬수없어요 2016.02.10 09:59  
^^
모 어때요? 내용이 삼천포라도 재미만 있음 되죠~
전 어머니랑 맞고 쳐서 집도...땃어요^^
안주시네요 ㅋㅋ 그담부터 고스톱이 재미 엄더라고요
도박도 안해..술도 안마셔..
사는재미가 없어요 흑흑
아..맥간에서 집을 빌리신거에요?
길어야 한달 머물럿다고 생각햇는대...대단해용~♥
삼천포 2016.02.10 14:02  
가족 맞고는 원래 지고 나면 배째는게 묘미입니다.ㅋㅋ
그러면서 가족간의 정이 더 깊어지고 멱살도 잡고
그러는거죠ㅋㅋㅋ
바둑의신 2016.02.17 22:12  
공작부인은 참 특이하고 매력 있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삼천포님과 닮은 듯 다른 성격이라 더 재밌습니다.ㅎㅎ
삼천포 2016.02.18 00:20  
공작부인과 저는 다른점이 삼천팔백개 정도 될걸요.ㅎㅎㅎ
비슷한 건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좀 엉뚱하다는 것,
유머러스한 것 정도...? 인 것 같아요^^;;
외국인투자자 2016.04.16 20:57  
맞는말입니다. 어디를 가느냐 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욱 중요한듯
또 누구를 만나느냐도~~
항상 건강하시길~
그래야 더 좋은 여행기 많이 올리실수있으니까요 ㅎㅎ
빨리 다음편 읽고싶어요 ㅎㅎ
삼천포 2016.04.18 00:24  
그래서 저는 제친구 망구와 제동생 공작부인과 함께 가는 여행이
참좋아요.
투자자님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언제나 즐거운 여행 하세요^^
난무엇일까 2017.11.24 23:09  
인도와모피코트라 어찌보면참안어울리는컨셉이긴랍니다 즐거우셨으면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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