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 대나무 숲 속 온천 Poring Hot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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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 대나무 숲 속 온천 Poring Hot Spring

jaime 4 6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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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발루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다음 목적지인 Poring Hot Spring 까지는 불과 43Km에 불과합니다. 넉넉잡고 40여분 달려가면 도착하는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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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온천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리조트(Pines Resort)에서 식사를 하고 가게 됩니다. 리조트로 가는 길에 들린 과일 가게. 투어 승객이 우리 가족 밖에 없으니 가다가 서고 싶으면 여기 서봐라 저기 서봐라 할 수 있어 참 좋군요.
포링온천으로 가는 이 지역을 Ranau 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사바주(州)의 과일들이 집대성되는 곳이라는 HK의 설명. 온갖 과일을 (수입 과일 포함) 값싸게 신나게 골라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아마 우리나라 구리농수산물시장 같을 그 곳에 갈 시간은 안되고 이렇게 노점 비스무리한 곳에서 꿈에 그리던 오렌지색 바나나를 사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스리랑카에서 먹었을 땐 떡처럼 쫄깃쫄깃해서 찰떡바나나라고 암케나 우리 부부가 불렀는데... 뭐 그 정도로 식감이 좋고 맛있진 않았지만 여튼 맛있고 배부른 건 여전하군요.
윗쪽에 보이는 과일은 Snake Fruit 이라고도 불리는 살락(salak). 정말 껍질이 뱀껍데기 같슴다. 징글맞은 껍질을 벗기면, 옛날 군대에서 뙤얕볕에 완죤 반건조오징어 된 뱀 시체를 본 적이 있는데, 딱 고 모냥나는 껍데기가 나오고 육쪽마늘틱한 모습으로 과육이 있는데 마구 씹다간 이빨 땜빵한 것 나가버릴 수 있으니 조심. 크다란 씨가 살포시 숨어 있당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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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 아래 리조트의 초입을 지나 푸릇푸릇 멋지게 다듬어 놓은 조경을 따라 오르막을 올라가면 점심식사 장소인 Pines Resort의 식당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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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맛있었습니다. 원래 이런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투어의 식사는 local restaurant 라고 표현해도 인터내쇼날한 식단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참 괘않게 나온 것 같군요.
버섯이 다량 포진한 계란국에, 심심하게 하지만 살짝 간장 기운이 뿌려진 볶은 야채, 소고기 굴소스 볶음에 고추기름을 섞은 듯한 sweet & sour 소스로 볶아 낸 생선탕수 그리고 월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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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식사 도중에 변을 큰 넘으로 두번이나 봐주시는 바람에 아래층 화장실로 달려 내려가는 사태 두번 발생. 두번째 화장실로 갈 땐 혹시 식사 다 마친 줄 알고 쥔장이 치울까봐, 몇번씩이나 우리 이거 다 먹은 거 아니다 We will be back!! 싹싹 핥아 먹으러 우리는 반드시 돌아오고야 말것이다 라고 외치고 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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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뒤에서 아기를 안고 올라오는 사이 밥에 미친 백동이는 국물 다 식기 전에 먹으려고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 올라오다가 못 볼 것을 보고 말았으니...
여기가 음식 맛도 좋고 멋진 경치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식당이긴 했지만 오래된 티 나는 건 어쩔 수 없었거든요. 말인 즉슨 파리가 좀 꼬인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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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유리창 사이로 살짝 쳐다 본 광경은, 우리 가이드 HK가 우리 테이블 앞에 서서 손을 막 휘젖고 있는 겁니다. 아니 저 양반이 자기 밥 다 먹두만 내 밥에 손을 대!? 근데 다시 보니 필사적으로 우리 밥에 앉는 파리들을 쫓아내고 있었던 것.
아, 정말 충직스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백동이가 들어서자 파리 안 쫓아낸 척 딱 시치미 떼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군요.
으음... 두둑한 팁으로 보상하리라-! (정작 나중에 현금이 별로 없어서 많이 못드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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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밑으로는 나무 계단이 이어지면서 이렇게 열대우림을 이용한 deck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진 찍기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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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말았다 하는 변덕스런 날씨 가운데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Poring Hot Spring (포링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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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ing 이라는 말은 산다칸(사바주 원주민 종족 가운데 하나)족의 말로서, 이 지역에서 나는 대나무의 종류를 일컫는 말입니다.
정말 숲 속 곳곳에 대나무가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긴 한데 우리나라의 대나무와는 어딘가 좀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마도 고온다습한 기후 가운데에서 더 크게 자랐을 법한 포링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대나무는 좀 더 귀여운 편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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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링온천은 2차 세계 대전시 이 곳을 점령한 일본군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론리플래닛에 보면 일본군이 이곳에서 한 드물게 잘한 짓이라고 나와 있죠. 뭐 농담을 섞은 멘트이겠지만 한국 사람으로선 좀 착잡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여튼 처음 개발을 누가 했건 지금은 나름 깔끔한 시설로 키나발루산 등정으로 지친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훌륭한 시설로 더 발전했고 등산을 한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저처럼 운동을 제외한 모든 방법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음식, 마사지, 온천 등등)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광코스가 되었습니다.

온천 뿐만 아니라 이 곳엔 수많은 나비 떼를 볼 수 있는 나비농장(징그러울꺼가태!!!)과 야생새를 관찰할 수 있는 스팟(bird-watching spot), 높다란 나무 위를 걸어다닐 수 있는 canopy walkway 같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습니다.
충성스러운 우리의 가이드 HK는 어떤 걸 원하는지 묻습니다. 비가 계속 올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제가 선택하는 걸 따라서 자기는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여기 온 목적 중 하나가 캐노피워크를 걷고 싶은 소원에 있었기에 비가 오건 말건 무조건 캐노피워크로 고고띵!
(오전에 일찍 오면 더 많은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HK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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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을 할 수 있는 시설과 풀장을 지나 조금 더 숲속길을 걷다 보면 캐노피워크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오게 되는데 그 시작에 매표소가 있습니다. 입장권은 인당 5링깃씩입니다. (투어비용에 불포함)
위에 모기 많아요? 묻는 말에 안내하시는 아지매의 말씀,
"모기가 좀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키나발루 모기들은 친절하답니다. (Kota Kinabalu mosquitos are very kind.)"
모기는 거의 없었고 그래도 한두방 물렸지만 별로 안 가렵고 금방 사그라드는 느낌. 친절한 모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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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완만하지는 않은, 그리고 비가 온 것도 그렇지만 울창한 밀림으로 항상 습한 기운을 머금고 있을 듯한 찰진 흙길로 약간 미끄러운 정도의 길을 타고 30여분 올라가면 캐노피워크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안하는 우리 부부에겐 약간 힘들기도 했답니다. 그나저나 똑같이 헥헥 대는 HK... 아무래도 소시적에 키나발루산 몇번씩 오르락내리락했다는 말은 거의 뻥으로 따따블체크 되는 것 같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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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정취와 장엄함을 느끼게 해주는 캐노피워크로 가기 직전의 그 떨리는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하기엔 넘 썩쓰해 보이는 요 파란색 샌드위치판넬 건물이 바로 그 관문.
왜 군대에서 유격훈련 때 헬기레펠 타러 올라갈 때 타워 올라가는 층층이 기합 받고 철모 얻어 맞고 그러잖아요. 딱 그 타워 올라가는 분위기의 건물입니다. 단 2-3층 높이에 불과하지만 어두컴컴하고 짬밥냄새나는 듯한 요 건물에 들어서자 헬기레펠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폐쇄공포증이 약간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르려던 찰나, 눈 앞에 펼쳐지는 아잉 무셔워잉~ CANOPY WALK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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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넘이 사진으로 보니까 그 때의 감흥이 안오는데... 제일 높은 지점 기준으로 바닥에서 40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 설치된 것입니다. 아래로 시커먼 밀림이 펼쳐지는데 그 아래 흐르는 시냇물이 까마득합니다. 거의 15층 아파트 높이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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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사진 촬영용으로 잽싸게 미소 머금고 다시 꺅꺅 단발마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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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개의 캐노피워크가 연결되어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스릴을 만끽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밀림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각 캐노피당 제한인원은 "6 Orang (6명)" 이라고 경고문이 써 있습니다. 오랑은 말레이어로 사람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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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캐노피워크가 더 남아 있었지만 안전상의 문제가 발견되어 앞으로 한동안 보수를 해야해서 HK와 기념사진 한방을 박고 정말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더 못 간 건 아쉽지만 다시 이 길을 돌아오려고 생각하니 이거 또 발 떨리네. 우연히 만난 한국 관광객 아지매 아저씨들의, "다 늙은 우리도 무서운데 애기까지 데리고 고생한다"는 격려에 힘을 얻고, 뭐 한 게 있다고 꼴에 달랑 30분 하이킹 이것도 등산이라고 중간에 탈진해서 쓰러질까봐 미카슨마켓에서 0.9링깃 주고 준비한 쵸코바 하나씩을 셋이서 야무지게 씹어 먹고 갔던 길을 돌아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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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니 그냥 온천욕만 하고 말까...? 잠깐 생각도 했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정말 멋진 경험, 이곳에 왔다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must-see, must-walk 포인트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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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와봤던 길은 훨 빠른 느낌이 드는 법. 순식간에 가변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와 이제 온천을 하려고 온천휴양시설에 들어섭니다.
온천은 노천온천과 가족(private)실, 그리고 몸을 식힐 수 있는 냉수 수영장이 있습니다.
노천온천은 공짜입니다. 어른 2명이 들어갈 만한 탕에 온수와 냉수 수도꼭지를 각각 틀어서 물을 받아 들어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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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언제 다시 오기 힘들 곳인데, 그리고 그 이용료도 비싸지 않아서 편히 온천을 즐길 요량으로 가족실을 미리 캐노피워크로 올라가기 전 예약을 해 놨었습니다. 1시간 남짓 사용하는 데 20링깃. (투어비용에 불포함)
우리가 예약한 동에서 앞의 팀이 온천을 즐기고 나오고 있네요. 앞의 팀이 마치고 나오면 직원이 들어가서 간단하게 정리만 하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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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실의 상태는 깔끔한 편입니다. 간단한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있어서 더욱 편리하죠. 욕조는 4명은 편하게 쓸 수 있을만한 크기이고 월풀기능도 있습니다.
딱히 썩 피곤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명목상 등정(?)과 위험천만(??!!)한 캐노피워크를 걷는 등 험한(참 내...) 일정을 소화한 뒤 뜨끈한 온천수에 사랑하는 아기와 함께 들어가 물장난을 치니 20링깃의 금액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만족과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준비해 간 과일과 음료수도 탕에 앉아 먹으며 (탕 속에 흘려도 상관 없으니 더 기분 좋고 편합니다. 머 우리 가족만 쓰고 버릴 물인데...) 이런저런 얘기도 부부끼리 나누고 장난도 치고 하다보니 1시간이 금새 지나고 다소 길게 보였던 사용시간이 이제 짧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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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이 틀려진 아내와 애기. 100% 유황온천을 자랑하는 이곳의 수질을 믿고 비누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말렸지요.
HK와 그의 기사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나가면서 옆으로 보이는 냉수수영장을 사진기에 담아봅니다. Rock Pool 이라는 말 답게 바위돌들을 이용해서 인공적이지만 자연미를 내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시간이 남고 날씨가 좀 더 덥다면 여기서 놀다가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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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풀에서 수영을 하기엔 HK와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도 촉박했거니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약간 선선하기도 했죠. 그래도 비가 온 탓에 주차장으로 가기 직전 있는 개천을 지나는 풍경이 아주 멋졌습니다.
밀림과 스릴, 온천에서의 릴랙스... 이 모든 것들을 한큐에 끝내는 종합레져동산에서의 짧은 시간이 아쉬워 아까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것이건만 구석구석 한판씩 더 사진을 박고 발걸음을 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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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해진 몸, 차에 타자 스르륵 잠이 옵니다.
오늘 하루 가슴 따뜻하게 유머러스하게 충심을 다해 우리 가족을 섬겨 준 HK는 KKB 시내까지 오지 않고 자기 집을 지난다며 중간에 어느 마을에서 내립니다. 현금이 많이 없어서 팁을 더 많이 주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만족스런 가이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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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그 아름다운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감상하며 해가 다 지고 캄캄해져서야 숙소인 하얏트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영어가 짧음에도 HK 대신 뭔가 가이드를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듯한 기사님의 간간이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며 기분 좋게 도착했죠.
링깃이 많이 모자란 관계로 위스마메르데카의 환전소에서 환전을 한 후 오늘의 투어비용을 기사님께 지불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아내와 아기는 차 안에 볼모로 잡혀 있고... ㅋ)

하루만에 키나발루국립공원을 두루두루 겉핥기나마 만족스럽게 맛볼 수 있는 키나발루국립공원과 포링온천 투어, 강강추 올시닷-!

4 Comments
교워니 2008.07.01 00:44  
  락풀은 물이 너무 차더라는..그 아래 슬라이드까지 있는 좋은 풀이 따로 있답니다..부페식당 옆에..
앨리즈맘 2008.07.09 17:08  
  와우 멋져요 담엔 저런데좀 가야지.. 넘 우린 야생으로 놀아서
sand 2008.12.29 21:03  
2차대전때  일본군에게  쓰여지던  온천이라고  하지요,  그당시  발견했지만  ,지금까지사용을    할수있는곳  국립공원  키나바루  가시면  갈수있씀니다.
단,개인투어로  가시어야  할것을  예상합니다.  12월  10일날  갔다왔씀니다.
좋은  정보공유  글구  감사합니다
snsqncj 2015.04.01 05:06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늘 건강과 평안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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