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남자의 인도차이나 표류기 1. 먹고 놀고 마시자,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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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남자의 인도차이나 표류기 1. 먹고 놀고 마시자,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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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헐벗은 백인언니들 보면 같이 놀고는 싶은데...
이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차라리 욕하는 쪽에 동조하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면 의례 산 넘고 물 건너 찾아든 여행자들로 북덕거리게 마련, 게중 '먹고 마시고 놀기' 의 삼단콤보를 나름의 독특한 스타일로 변이, 발전, 계승시키고 있는 라오스 방비엥에서 펼쳐지는 주야불문, 흥청망청, 막무가내의 파티를 구성, 주도, 향유하는 백인 여행자들을 두고 한 K의 솔직담백한 발언은 단연 용기 있는 편에 속한다.

여행이란 그 특성상 먹고 사는 문제 혹은 물러설 수 없는 삶에서 최소 한두 번 정도는 자유로워야 가능한 법이다. 거의 대부분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살아왔던 아시아가 종전 후 도약하고 있다는 시기는 불과 반 세기에 지나지 않는다. 고로 아시아의 대부분은 여직 먹고 사는 문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지 못 하는 인구가 적지 않으니 그런 자들에게 여행은 가당치 않타. 이에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가 있다면 남한과 일본외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의 대부분은 유색인종(이란 말이 웃기긴 하다)이 아닌 백인들이 대다수를 이루게 되는 바, 세상은 글로벌하나 그 글로벌한 세상을 즐길 수 있는 퍼센티지는 결고 클로벌하지 않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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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이던 유학이던 밀항이던 불법체류던 간에 혓바닥에 버터 꽤나 흐르는 인간이 아니라면 여행자들의 주를 이루는 백인들과 자유로이 소통하며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동양인은 그리 많치 않타. 하여 그들은 그들데로 우리는 우리데로 그들만의 리그, 우리만의 리그가 형성되게 마련인데, 이는 단지 언어 이상의 괴리로 존재하는 게 사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라오스를 올려 놓은 게 아마 타임지였을 게다(내가 아는 외국잡지는 타임지와 플레이 보이 둘 뿐인데, 플레이 보이는 아닐 듯 싶고). 그 강력한 파워를 지닌 매스미디어의 인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빵 떠버린 라오스 그리고 방비엥. 이곳 또한 여타의 여행지와 다르지 않게 동서양의 리그가 존재하며 물론 여타의 여행지와 다르지 않게 백인의 구성율이 높은데... 희안한 건 여타의 여행지와 다르게 여기만 유독 말이 많타는 거다.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우리들의 반응이.

여행자란 흑백을 불문하고 너나에 관계 없이 여야를 통합하며 지위고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본래의 취지가 어찌 되었건) 현지의 문화를 파괴하는 자로 변이되는 게 숙명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하나 동일한 본질에서 보자면 이는 미미하다.

결국 우리 모두는 현지문화 파괴에 있어 공범자, 헌데 유독 방비엥에서는 그 주류를 형성하는 백인 여행자들에 대한 질타의 소리가 높다. 물론 그 주체는 한국인들이다. 중국, 일본여행자들과도 어울려 봤지만 내가 만난 그들은 몇몇에 지나지 않는 소수이니 이를 빌어 현상을 말하는 것은 신빙성이 전혀 없고, 참으로 여러번 적지 않게 들어왔던 한국인들의 질타를 토대로 하는 것이 그나마 오류를 최소하 하는 것일 테다.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들 백인들이 놀아제끼는 그 꼴아지를 고깝게 생각할까?

자고로 멍석 깔아주면 못 노는 한국고유의 관습에서 비롯된 질시? 아니면 주류에 편입되지 못 한 비주류가 느끼는 소외감? 둘 다 신빙성이 있는 보기이지만 그것 보단 보다 근원적으로 보다 원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데에서 오는 불쾌 또는 불안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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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속담처럼 동안 한국사회에서 '차이' 란 곧 '차별' 의 동의어로서 작용해왔음을. 지난 16년 동안 꾸준히 줄기차게 가차 없이 모난돌로 살아왔던 '뭥미' 서영진 선생이기에 동안 맞아왔던 '정' 이란 크기와 밀도, 농도, 세기 별로 세세하고 섬세하며 세심한 나열과 설명과 사례가 가능하겠으나 별 재미 없음으로 그만 닥친다.

거기에 한국사회의 수 많은 문제점들 중에 (내가 생각하는) 하나, 참으로 쓸데없이, 무담시, 실 없이 근엄하다는 거다. 그 알맹이 없는 개폼과 똥폼은 종종 짜증을 불러일으키다 가끔 맥 없는 웃음으로 변하기도 하며 종내 역하는 수준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 개념과 현상의 상관관계가 그러하듯 한국사회에서 한국사회와 일절 한 푼 무관하게 자라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수구세력들이 그 오랜 세월 떵떵거리며 세인의 피를 빠는 일이 여직도 진행 중인 것은 우리사회가 지닌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이 아닌 여행, 보편이 아닌 특수를 살아가야 한다는 데서 오는 강박,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행자는 그리 많치 않타. 그 깊이에의 강요 플러스, 참으로 쓸데없이, 무담시, 실 없이 근엄한 사회로부터 무단투기된 허위, 스스로의 사고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이식된 그 깊이에 뿌리와 내실이 있을리 만무하다.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강요로 결정지어진 눈 먼 인식이란, 잠시 한 눈 팔고 멍 때리는 사이 어느세 되돌아와 뒷통수에 꽃히는 부메랑과도 같은 것, 위험하기 짝이 없을 뿐더러 무모하고 무지하며 무책임하다.


상대를 무지와 몰상식으로 몰아 넣는다고 해서 내가 상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그것이 스스로의 결핍으로 인해 생성될 때 사태는 최악으로 이른다). 나 아닌 것들은 그저 나 아닌 것들로 인정하는 것, 쌍욕과 손가락질이 아닌 그저 다름으로 이해하는 것, 외골수 옹고집의 노인으로 늙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먼저 견지해야 할 상식이 아니겠는가.
 
차이가 곧 차별로 인식되는 세상이란 폭력이고 그 폭력을 휘두루는 자는 곧 깡패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야기하는 공포가 어떠한 극악무도함을 낳았는 지는 나치에 의한 집시학살에서 절감할 수 있다.
 
인생 심플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타. 싫으면 말고 좋으면 취하고. 욕은 무엇하려 하는가. 무슨 자격으로?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건 또 아니다. 그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주저 없이 말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볼테르의 관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타. 다만 어떤 생각을 취할 지는 스스로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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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에서 상기하자. 생에 있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명제 '즐기는 것.'

굳이 논어의 용야를 인용치 않아도 우리는 안다. 두 번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인간이란 게 과연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 라는 궁국의 허무는 차치하고) 우리는 행복을 쫓는 존재들, 이에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질 좋고 싸게 일하기 싫으면 나가' 라는 모토로 가난한 자들의 목을 조이고 꿈꾸는 사람의 발목을 자르는 자본주의의 패악 앞에, 하나도 자유롭지 않은 신자유주의라는 허상 아래, 인간으로서 응당 누려야 할 삶을 쟁취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그저 즐기는 것이다.

젊음이라는 찬란한 단어가 내뿜는 생애 가장 강인한 열망을 능히 제압하고 단연 가치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인식과 사유란 과연 존재가능한가? 있다면 그건 위선이겠지. 나는 그 거짓 없이 뜨거운 열기를 지닌 방비엥을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사랑할 일이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제대로 놀 줄 몰라. 그러니 제대로 일 할 줄도 모르지." 홍반장 중에서.

제대로 일 할 줄은 몰라도 제대로 놀 줄은 아는 나. 유려한 산세와 수려한 풍광이 빚어내는 천하절경, 취기는 도도하고 여색은 봄날의 꽃마냥 만연하니, 가무가 빠질 수 없는 일. 오빠는 좀 달려야 겠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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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의 크리스마스에서 단연 돌올했던 그녀. 미녀를 혼자 두는 것은 사내의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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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레논 형께서... Love is touch 라 하셨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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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생 아저씨가 91년생 아가씨에게 부리는 이 거룩한 추태를 보라. 이를 빌어서도 단언할 수 있다. 내가 숨 쉬고 발을 내딛여야 할 땅이 응당 대한민국이 아님을).
 
 

있는 정신 없는 정신 모조리 긁어다가 밑장 까 놓고 논 방비엥의 크리스마스. 미약한 존재의 수위가 격렬하게 출렁이던 날, 취기 걷히는 아침이 오면 다시 허망해질지언정 다시 다짐한다.

규제, 규범, 규약을 비롯 관습과 인습 이하 나를 제압하려 하는 모든 반항, 금기와 편견 그 어떠한 구속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나 진실로 막 살리라.

추신. 살다가 어느 때에는 지구평화를 진실로 논하고 싶다. 자본이 필요 없는 곳으로 처들어가 푸른 사내의 청춘을 흡혈하고 순박한 처녀의 가랭이를 벌리게 하는 천박한 자본의 패악.10억 인구가 굶어 죽으려 할 때 10억 인구가 배불러 죽으려 하는 이 지구의 부조리에 대해 주둥이로 하는 동정이 아닌 진실로 버무린 연민을 아는 자와 이야기 나눠도 좋을 일이다.

8 Comments
구월동꽃미남 2012.02.15 16:27  
제대로 노셨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럽습니다~!! 글재주도 좋으시고...^^
다동 2012.02.15 18:23  
뽕은 뽑아야지요. 하하하.
허블과잠수함 2012.02.17 05:53  
멋지십니다~! 진정으로 거침없는 삶을 사시는듯...부럽습니다.
원래 조계종 불필의 아버님 말대로 <산산물물>이지요!^^
사진을 보니 제가 마치 그현장에 있는듯...작은틀을 깨야, 더 큰틀을 만나지용!^^
[출처] 여행자커뮤니티 태사랑 -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lao_travels&wr_id=2525
다동 2012.02.17 08:10  
쪼잔한 스케일은 사내의 몫이 아닌 바,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하.
서울시민 2012.02.17 09:44  
ㅎㅎㅎ 같이 노셨구나...^^ 재미있었겠네요..
제가 갔을땐 비수기라 저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크리스마스 파티였군요.

역시 한살이라도 젊었을때가야..(헛 이러니 늙은거같이 느껴지네.)ㅋㅋㅋ
다동 2012.02.17 21:20  
이사 왈, 그녀가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국조차 아름다웠다. 하하.
필리핀 2012.03.21 07:40  
사진이... 없네요???
영혼의여행자 2012.06.24 07:57  
뭐 한국 여자애들 백인들과 노는데 비하면 ㅎㅎㅎ

골인은 못하셨을듯 ㅋㅋ  KFC 의 위력은 라오스에서도 확인 가능 했었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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