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7편 인디아나 죤스 다리와 보리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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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7편 인디아나 죤스 다리와 보리스 호수

Lucky 0 2977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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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6일

 

훈자의 비경을 지프로 투어하다. - 인디아나 죤스 다리, 보리스 호수.

 

아침기온은 쌀쌀하였다. 어제 늦게 옆에 방에 사람이 들어왔는데 늦도록 자지 않고 밖에서 소란스럽게 부스럭 거려서 잠을 푹 자지 못했다. 대강 냉기만 가신 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긴팔에 조끼를 입고, 바람막이 잠바를 덧입어 추위를 막고 복마니네로 갔다. 이 선생 부녀가 먼저 와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다행이도 컨디션이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복마니네 빌붙어있는 김 군한테 빨리 차리고 나오라고 하고 아침을 먹었다.

 

오늘에 스케듈은 복마니가 짜 놓은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일종의 훈자 투어다. 복마니가 김 군한테 점심 먹을 곳과 시켜야 할 메뉴를 자세하게 알려 주었으니 걱정 없다고 하며 파키스탄인 운전사를 불렀다. 훈자라는 곳은 산등성이에 겨우 붙어있는 마을이어서 모든게 다 옹색하다. 특히 차량이 다닐만한 길을 구하기가 어렵다. 복마니네 앞길이 그래도 주도로라 할 만큼 넓고 번잡한 길이지만 차가 한대라도 주차해 있다면 지나가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운전사가 오면 빨리 출발해 줘야 한다.

 

영월고의 이 선생이 자꾸 나를 대접해서 앞에 타라고 권한다. 미안했지만 하는 수 없이 앞에 앉고 이 선생 부녀와 김 군이 뒤에 앉아 훈자를 출발하였다. 지프는 사륜구동에 오픈을 해 가지고 왔다. 사방을 구경해야 하기에 오픈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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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의 암각화 바위. 도로변에 커다란 한무리의 바위 한쪽에 암각화가 있어 많은 양은 아니다. 암각화도 대부분 짐승으로 생각되는 그림과 간간히 사람이 섞여있다.





지프는 훈자 마을을 내려가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한다. 가네시 마을로 가는 방향이다. 어제 왔었다고 눈에 익었다. 가네시 마을을 지나 훈자 강에 높직하게 놓인 다리를 건넜다. 역시 가운데 교각이 없는 현수교 형태의 다리다. 빙하천이 흐르는 훈자 강에는 중간에 교각을 세울 수가 없다. 따라서 교각을 양쪽에만 세우고 다리를 높게 걸어 놓는다. 다리를 건너 불과 조금 더 가더니 차를 세운다. 운전수가 길 건너편 바위 무더기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는데 김 군이

 

“여기 암각화가 있대요.”

 

라고 해 준다. 훈자의 암각화도 ‘론니 플래닛’등의 가이드북에 나와 있어 재빨리 내렸다. 사실 이 암각화는 우리들 중 나 외에는 관심이 적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빨리 보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훈자의 신성한 바위(sacred rocks at hunza)’라는 이름을 가진 이 바위의 암각화는 오래전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그렸다고 입간판이 간단하게 쓰여 있다. 그렇다면 이 바위의 그림들은 ‘신앙유적’ 이라고 하기 보다는 ‘제사유적’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림은 짐승들이 중심이 되고, 그것을 사냥하는 듯한 사람이 약간 등장한다. 짐승들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특히 뿔이 강조된 산양 종류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훈자암각화가 모두 이 정도인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인지 알 수 없으나 ‘칠라스(chilas)의 암각화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었다.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출발 하였다.

 

차는 계속 북쪽으로 올라갔다. 지프를 대절해서 관광을 하는 것은 매우 편안하게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은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그것은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발로 찾아가는 여행이라면 내가 있는 위치를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자기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운전사가 편안하게 데려다 주니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 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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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갈 때 특히 찬바람이 불던 곳, 아마도 이 물이 빙하에서 바로 녹아내리는 것 인듯






이번에도 어느 곳인가를 지나가는데 왼쪽 계곡에서 물이 넘쳐 도로를 덥고 있다. 산 위쪽에서 빙하가 녹아 범람(氾濫)한 것이다. 그 곳을 통과하는데 계곡에서부터 불어 내려오는 바람이 마치 에어컨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부근과 확연(確然)하게 차이나는 찬바람이 계곡을 타고 아래로 불어오는데 이런 현상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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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나라 설악산 같이 아름다운 봉우리와 계곡을 가지고 있는 ‘파수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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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흙빛 훈자강가에서 파수피크를 배경으로 증명사진






차는 KKH를 달려 아마도 ‘굴밋’을 조금 지났을까 하는 곳에서 우측으로 포장도로를 벗어나 겨우 자동차 흔적만 있는 길로 들어선다. 여기는 어딘가 하고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마치 ‘군부대가 주둔했던 것’ 같은 장소로 들어간다. 여기는 인더스 강 상류. 모처럼 강이 방향을 바꾸었는지 그래도 넓다고 말 할 만한 평편한 장소가 강변에 펼쳐져 있는데 운전사는 차를 세우고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정말 신비스런 산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것이 ‘파수피크’다. 우리나라라면 설악산 같은 모양의 산이, 나무한그루 없는 듯이 헐벗은 채로 하늘을 찌르고 앉아있는 산이다. 훈자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산들은 모두 거대한 ‘한 덩어리의 산’들 이었는데, 이 산은 오밀조밀 능선과 계곡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속살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는 산 이다. 발아래 인더스 강의 상류인 훈자 강을 깔고 의연히 서 있는 모습이 큰 산의 웅장함에서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다 가지고 있다.

 

지프는 다시 KKH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역시 한 마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을 골목으로 들어가 얼마 가지 않고 차를 세운다. 운전수는 한 방향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파키스탄어 중에 ‘서스펜션 브리지’라는 말이 귀에 들어온다. 여기가 배낭여행자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다는 ‘서스펜션 브리지’ 일명 ‘인디아나죤스 다리’가 있는 ‘후사인 마을(hussaine)’마을 이다. 마을은 KKH를 따라서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땅은 훈자강 쪽으로 경사진 곳이어서 그렇게 크지 않다. 적당한 평지가 없으니 집들은 넓지 않고 대부분 전형적인 파키스탄 식의 돌집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외곽의 길을 따라 한 200m 정도 내려가니 회색의 훈자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는 곳에 쇠줄 몇 개가 걸려있다. 사실 저것을 ‘다리’라고 부른다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험상궂은 다리다. 두개의 쇠줄이 걸려있는데, 오른쪽 것은 오래전이 부서져서 쇠줄도 제대로 있지 않고, 다리의 발받침도 부서지고 끊어져 겨우 몇 개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바로 그 옆 왼쪽에 있는 것이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다리인데 기절초풍할 만한 모습이다.

 

파키스탄에 오기 전, 기행문을 읽으며 사진으로 눈에 익혀둔 다리지만 직접 와 보니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기행문 중에 ‘무서워서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 또는 ‘몇 미터 가다가 왔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다리의 쇠줄은 양쪽 절벽 사이에 박혀있고, 건너편은 다리 놓을 곳을 찾기 위해 단단한 바위절벽을 고르다 보니 다리를 건너서 구불구불 절벽을 올라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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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죤스 다리라고 많이 알려진 서스팬션 브리지. 외줄에 도르래를 타고 건너는 것 보다는 낫다고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다리를 건너보는 것은 당연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니 안 건널 수가 없다. 손잡이 쇠줄을 잡고 발판 나무를 밟고 나가다 보니, 발판 나무들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고, 적당한 굵기의 잡목들이거나 아니면 굵은 나무를 쪼개어 만든 것들이다. 어떤 것은 거의 부러질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훈자강의 강물이 어지럼증을 일으킬 듯이 도도히 흐르고 있는데, 훈자강물이 진흙벌 같이 탁해서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으니 더욱 무서움 증을 더해준다. 길이는 100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나와 이 선생 그리고 박 군만 다리를 건너고 이선생의 딸은 정말 무섭다고 한사코 다리에 오르기를 거부하여 다리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 다리는 강 건너 계곡아래 삼각주같이 퍼진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다리인데, ‘두트다리’라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다리 밖에 어떠한 길도 없는데, 다리는 지금 이 다리와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 또 한 개가 있다고 한다. 북쪽에 있는 다리는 이것보다 조금 짧은데 같은 모양으로 건너기가 무서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사람과 물건은 모두 이런 다리를 거쳐야 한다니 삶의 끈질김에 새삼 인간의 위해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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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브리지. 강 건너 마을로 가던 아이와 함께.






그래도 망가진 다리는 이것 보다는 상황이 좋았던 것 같다. 남아있는 목재의 흔적을 보면 지금과 같이 막쪼갠 나무가 아니라 그래도 다듬은 나무를 사용했고, 지금과 같이 몇 개의 쇠줄 사이에 지그재그로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볼트너트로 고정해 놓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철거도 못하는 흉물스런 모습으로 남아있다.

 

후사인 마을(hussaine) 마을을 출발하여서는 얼마 가지 않아서 ‘아니 저런 곳에 길이 있다니?’라고 생각되는 황량하게 흙과 돌이 흘러내린 오른쪽으로 ‘보리스 호수(borth lake)’라는 작은 입간판을 따라 좁은 길로 들어간다. 일단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 산길을 타기 시작하니 길은 좁고 경사는 급한데 그래도 좌우로 좁은 비탈을 개간하여 무언가 심어 놓았다. 밭에는 흙 보다 돌이 많을 듯하고, 밭에서 골라낸 듯한 돌들로 얕은 경계선을 쌓아 놓았는데, 이곳의 흙은 모두 빙하를 따라 흘러내려온 ‘빙퇴석’이라 농작물은 잘 된다고 한다.

 

언덕을 넘어 내려간 곳에는 그래도 농지의 넓이가 조금 넓었고, 밭에 심겨진 작물도 더 잘 되 보였다. 우선 빈자리에 풀이 자라고 있었다. 언덕을 다 내려간 곳에는 작은 저수지만한 호수가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것이 물빛이 아름답다는 ‘보리스 호수(borth lake)’다. 호수는 그야말로 작은 소음도 허용치 않은 채 너무도 조용해 음산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에 호수가 잘 보이는 곳에 작은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차는 여기에서 잠깐 멈춰 박 군이 내려가 식당을 예약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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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가에 살구꽃이 피었다. 진짜 무릉도원을 상상케해주는 보리스호수




* 다음은 보리스호수 파수빙하 이글네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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