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2편 칠라스의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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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2편 칠라스의 암각화

Lucky 0 2301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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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2일

 

칠라스에서의 첫째날 - 칠라스 암각화

 

호텔 마당에 나가니 아까 있던 군인들이 없어졌다. 군인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가져오라고 하여 마시고 있는데 지배인이 나타났다. 좀 지저분하게 보이는 펀자비를 입은 그는 키가 180이 넘고, 검은 피부지만 적당한 몸매에 잘 생긴 편이다.

 

“지배인 일루와바 물어볼게 있어.”

“뭔데?”

“칠라스에 암각화(巖刻畵)가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먼 곳인가?”

“아니 그렇게 멀지 않다. 바로 강가에 있다. 여기는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지만, 여기에 오는 관광객은 모두 암각화를 보러 온다.”

“그래 나도 암각화를 보러 왔다. 거기가 어딘가?”

“거기는 걸어갈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차를 타고 가야한다.”

“그래 차는 어디서 타는가?”

 

나는 엄청 무식한 소리를 한 것이다. 요만한 칠라스에 대중교통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택시를 타야한다. 나는 암각화를 잘 안다. 나에게 부탁하면 내가 차를 가져와서 안내해 주겠다. 아주 잘 안다.”

 

나는 여기서 또 잘못 생각했다. 여기가 그래도 칠라스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니, 호텔 소속의 차가 있는 줄 알았다. 또 호텔 마당에는 근사한 짚이 한 대 서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좋다 가이드비용으로 얼마를 주면 되겠는가?”

“500루피를 달라.”

“야 이 도둑아, 이 호텔비가 250루피 아니었냐. 그렇게 많이 달라고 하냐!”

“나는 암각화를 잘 안다. 싫다면 택시만 불러 주겠다. 그러나 택시 운전사는 암각화를 모른다.”

 

어째 시작부터 내가 흥정을 잘못하고 들어간 것 같다. 500루피는 큰돈이다. 단지 내가 혼자라서 더 큰 것이다. 인원이 많다면 일인당 비용은 줄어들 텐데 혼자 감당하니까 큰돈이다.

 

“좋다. 500루피 줄게 가자. 그런데 너 호텔을 비워놓아도 되냐?”

 

“지금은 올 손님이 없다. 오늘 외국인은 너 혼자다. 아니 요 며칠 동안에 너 하나다. 그래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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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라스 암각화를 안내해준 지배인. 암각화의 의미는 몰라도, 암각화의 위치에 대해서는 정통하다. 내 가방을 메고 열심히 안내했다.





방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챙겨가지고 나오니 지배인이 웬 차를 한 대 가지고 나타나 타라고 한다. 아니 저차가 아니었나? 동네 택시를 불러온 것이다. 물론 칠라스에 택시는 없다. 그저 자동차 한 대 가지고 영업을 하는 친구다.

 

이 친구는 30대로 칠라스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강변의 암각화를 보고 자랐으며, 몇 년 전 학술조사단 같은 것이 왔을 때도 안내를 했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 암각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것 같았다.

 

차는 칠라스를 벗어나 한 4키로 정도를 갔다. 손가락으로 도로 오른쪽을 가리킨다.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눈에 익은 바위가 보인다. 파키스탄 준비를 하며 칠라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사진으로 숫하게 많이 본 바위다. 그 아래 차를 세우고 앞장선다. 이정도면 괜히 가이드를 고용했다. 택시만 빌려서도 찾아갈 수 있는데…

 

사진으로 많이 봐 눈이 익은 그림을 내 카메라로 다시 찍었다. 바위에 있는 작은 그림도 다 이유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니 빠트리지 않고 찍었다. 그랬더니 좀 더 위로 가자고 한다. 그곳에도 크고 작은 바위에 그림이 있다. 이것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보통 가이드가 없이 오는 사람은 아래쪽 바위만 보고 갔던 것 같다. 칠라스 암각화에 대한 여행자들의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 어느 여행자의 기록에서 한국 TV에서 칠라스 암각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찾아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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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도록 무섭게 흐르는 칠라스강과 그 위에 놓인 현수교. 암각화는 현수교 건너 왼쪽으로 1키로미터쯤 간 산자락에 널려있다.





내려가니 벌써 차를 돌려 건너편에 세워 놓았다. 차는 마을 쪽으로 조금 가더니 방향을 틀어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거기는 뿌연 회색빛의 인더스 강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고, 그곳에 철다리가 서있다. 다리는 강폭이 좁아지는 곳에 현수교로 놓여 있다. 다리의 길이를 최소로 하기 위해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인더스강은 물살이 급하고, 더구나 바닥은 모래와 자갈뿐이라서 교각을 세우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물속에는 항상 돌들이 쓸려 내려오고 있어 교각이 버텨내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리들이 현수교다. 강의 양쪽에 물살의 흐름이 덜한 곳이나 단단한 곳에 탑을 세우고, 그곳에 철사를 걸어 달아매는 형식이다. 그래서 큰 다리를 놓기가 힘들다. 이 다리도 길이에 비하여 폭이 매우 좁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폭이며, 바닥은 시멘트가 아니라 나무를 깔았다. 다리 상판의 무게를 줄여 탑에 가해지는 힘을 줄인 것이다.

 

차는 살살 다리에 진입해서 조심스럽게 건너간다. 다리에 충격을 최소한으로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리 건너편에는 마을은 보이지 않고, 모래와 자갈 사이로 차들이 다닌 흔적만이 언덕 너머로 사라져갈 뿐이다. 차는 길을 벗어나 길의 반대방향으로 산 쪽으로 얼마쯤 가더니 세운다.

 

“여기서 부터는 걸어가라. 차가 빠지면 나올 수가 없다.”

 

어디가나 운전수는 사람보다 차를 먼저 생각하나 보다. 내 보기에는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로 모래가 단단한 것 같은데 더 가기를 꺼린다. 내려서 보니 이미 지나간 바퀴자국도 보인다. 사실 여기는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어서 그렇게 차가 빠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퀴가 빠지기 시작하면 운전수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 될 것이다. 여기 어디서 구난차 - 레카 - 를 부른단 말인가? 사람의 힘으로 밀고 끌고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이상 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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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기전 언더위에 있는 암각화중 가장 큰 바위. 그림이 많지 않았으며 붓다상과 불답이 그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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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원만한 상호가 잘 표현되었으며, 법의가 통견임을 알 수 있다. 붓다상을 따라 전신 광배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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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연좌대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지금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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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상의 파격인듯 덩굴 한 줄기가 광배를 벗어나 있다. 우리의 당초문 같지만 모양으로 보아 포도덩굴이 맞을 듯.





가이드는 내려서 앞서 걷는다. 미안한지 아니면 힘들어 하는 나를 생각해서인지, 내가 들고 다니는 작은 가방을 얼른 제 어깨에 건다. 조심하라고 위험하다고 주의까지 받으며 그를 따라 산 아래로 가니 여기 저기 널려있는 검붉은 색의 바위에는 모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서 인지 검붉은 색이 나는 이 바위는 물과 바람에 씻기어 매우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 표면을 무엇인지 단단한 것으로 깨트려 내어 그림을 그린 것 같다. 그림이 그려진 깊이는 매우 얕아서 그저 바위의 표면만 살짝 깨트린 것 같다. 지금도 이 바위를 돌로 내려치면 그 속에서 다른 색의 속살이 나와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가이드는 큰 바위 작은 바위 가릴 것 없이 구석구석의 그림을 찾아서 보여준다. 나는 몸의 상태도 잊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매우 저급한 것으로서 그야말로 싸구려다. 그것을 최고의 해상도로 놓고 찍으니 파일을 저장하는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 것을 가지고, 배터리를 갈아 끼고, 메모리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약 1키로 정도에 흩어진 암각화를 모두 찍었다.

 

가이드는 그림을 샅샅이 알고 있는지, 어떤 곳에 가서는 모래를 파내고 그림을 보여주는가 하면, 반쯤 묻혀있는 그림의 아래 부분을 파내 주기도 한다. 정말 칠라스 최고의 암각화 가이드다.

 

“내가 암각화 보러온 사람들을 많이 안내했는데, 당신과 같은 사람은 몇 안 되었다.”

“한국 사람들을 안내한 적도 있는가?”

“거의 없다. 몇 번 안 된다.”

“왜 그럴까? 한국의 불교성지 순례단이 파키스탄에 많이 오는데 그들을 못 봤냐?”

“그 사람들은 칠라스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그냥 지나간다. 그래서 길가에 것만 잠시 서서 보고 간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당신은 정말 칠라스 최고의 가이드다. 내가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반드시 당신을 소개하겠다. 당신을 찾아 암각화를 보고 가라고.”

“당신도 정말 암각화에 대해 정열을 가지고 있다. 사실 택시 빌린 시간이 많이 오버되었다. 그래서 돈을 더 줘야한다. 그렇지만 괜찮다. 좋아하는 일을 해 줘서 나도 기쁘다.”

 

식당에서 맥주를 한잔하려고 했는데, 무슬림인 그는 술을 먹지 못한다. 그의 이름을 써 받는데 그는 영어를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하기는 하는데 알파벳을 쓸 줄을 모른다. 주방장을 불러 이름을 써 달라고 부탁하여 건네준다. 치킨과 밥을 주문하여 방으로 배달해 맥주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는 그냥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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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에 있는 암각화는 넓은 범위에 걸쳐 많은 양이 있으며, 물의 범람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붓다입상과 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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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인듯한 탑의 그림에서부터 완전한 탑의 모습이 모여있다. 자세히 보면 탑의 꼭대기에 ‘룽다’라 불리는 깃발이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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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옆에 작은 붓다가 있다. 예불 올리는 신도인지, 아니면 보살상인지 알 수 없다. 붓다 뒤로 사슴으로 추측되는 짐승이 노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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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묘사된 사슴

 

 

* 다음은 칠라스를 떠나서 길깃으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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