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라 하기엔 좀 뭐한 2
계획대로라면 그녀와 나는 공항에서 만나서
같이 티켓팅하고 같이 보딩을 하고 그렇게 게이트로 향했겠지만
한참 전에 공항에 도착한 나는
그녀를 기다리지 못하고 티켓팅을 하고 동행인의 좌석을 옆자리로 배정 받고
그리고 그녀에게 카톡을 날리고 보딩을 하고...
혼자 공항을 어슬렁 거리며 공항놀이를 하다가
좀 일찍 게이트 앞에서 놀고 있었다.
탑승시간이 거의 다 되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그녀에게 어디냐고 연락하지 않았다.
다만
게이트 앞에 있는 에스컬레이트를 가끔씩 바라볼뿐...
마침 전화가 울리고
그녀는 아워홈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있단다.
에스컬레이트를 흘끔거리고 있는 나의 시야에
짧은 머리에 굵은웨이브가 곱슬하니
번쩍이는 청색형광색의 튀는 선글라스를 하고...
하늘색의 옅은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롱청자켓을 입고
그리고 옅은 옥색빛에 굵은 그물망이 있는 스타킹을 입고
짧은 청반바지를 입은....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대도 절대로 나는 소화할수 없는
패션을 한 여자가 내려오는게 보였다.
순간
설마 저여자는 아니겠지...설마....
솔직히 좀 많이 튀는 패션의 그녀를 중국관광객쯤이라 생각했다.
그녀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다시 핸폰을 들여다 보는 순간
누군가 내앞에 와서 멈춰섰다.
ㅋㅋㅋ
고개를 들어보니 그 독특한 패션을 한
설마 아니겠지 했던
그녀가 나의 동행인 그녀였다.
순간
오~~~마이~~갓~~~이 나올뻔...
탑승이 시작되고
우리는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5시간 동안 무슨이야기를 해야하나
그냥 잠자는척 눈감고 있을까
아...책이라도 한권 가져올걸...
그냥 음악듣는척 이어폰을 하고 있을까....
짧은 시간
조카뻘 되는 그녀와 멋쩍게 5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상황을 어찌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저는 뱅기타면 5분도 안되서 자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진짜?
그것도 복이네
그럼 지루하지 않고 얼마나 좋아.“
속으로 그렇게 말해주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서로 멋쩍게 가지 않아도 되는
5시간 동안 무슨이야기를 해야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한순간 나의 고민을 그녀가 해결해주는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아마도 그녀도 나와의 5시간 동행이 불편해서
그냥 눈감고 가려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비행기가 채 이륙도 하기전
이미 그녀는 눈을 감고 잠자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진짜로 그녀는 잠이 들었다.
저녁 6시 45분 뱅기가 이륙을 하고
하늘위 뱅기 창으로 보는 일몰이 너무 아름다워
그녀도 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짜로 진짜로 깊은 잠에 빠진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나혼자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