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팍세Pakse,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그 남쪽
타켁에서 이틀을 머문 후 팍세로 이동한다.
팍세 역시 정감이 가는 곳이어서 라오스를 올 때 마다 거의 매번 방문한다.
팍세는 남부 라오스의 중심도시이며 라오스에서 두번째 혹은 세번째로 큰 도시이다.
교통 중심지이기도 해서, 서쪽으로는 1시간 거리에 태국 국경이 있고,
남쪽으로는 메콩강 서안으로는 참파삭, 왓푸, 돈탈랏, 수쿠마까지 갈 수 있고
남쪽 메콩강 동안으로는 시판돈을 거쳐 캄보디아 국경이 있으며
팍세에서 동쪽으로는 볼라밴고원의 팍송을 거쳐 세콩과 아타푸를 거쳐 베트남 국경으로 가거나 탓로를 거쳐 살라반으로 갈 수 있다.
물론 북쪽으로는 13번 도로를 따라 사바나캣, 타켁, 비엔티앤은 물론 북쪽 끝 루앙남타까지 갈 수 있다.
다오흐앙 시장은 사방은 물론 국경을 넘어온 많은 산물들이 거래되는
팍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 중의 한 곳이다.
물산이 풍부한 만큼 사는 사람이 많고 파는 사람이 여유롭다.
풍요는 시장의 공정한 매매를 통해 공유되어야만 한다.
팍세에서 시판돈에 이르는 13번 도로의 선상에서 가까운 곳을 오토바이로 가봐야 겠다.
왓토모Wat Tomo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관리가 허술한 오래된 숲에 갇혀 있는 8세기 크메르 제국의 흔적이다.
탕벵Tangbeng 삼거리에서 아타푸쪽으로 7.5km가면 키앗응옹마을Ban Kiat Ngong 입구와 푸아사Phou Asa가는 입간판이 나온다.
키앗응옹마을은 람사르협약에 가입된 거대습지가 있고 코끼리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런 이유로 간혹 찾는 외지인이 있어서 마을안에는 서너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외지인을 대하는 선한 웃음이 있다.
푸아사에 오르면 거대 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너럭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어떤 전설이나 역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하다.
키앗응옹마을에서 푸아사는 2km 남짓 떨어져있으니 도보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마을은 라오스 여느 농촌마을처럼 평화롭다.
여느 벽지마을처럼 세상의 복잡다난한 일에 무관심한 듯 하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탕벵에서 아타푸Attapuu에 이르는 미끄럽고 험한 18번도로도 언젠가는 포장된 고운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나면 자유로운 영역이 훨씬 확장되리라.
탕벵에서 팍세쪽으로 6km가면 오른편으로 목각으로 유명한 농봉마을Ban Nong Bong 입구가 나온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에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듯 하다.
그리 많지 않은 성인의 대부분은 목각에 특출난 재주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을의 자존심은 오랫도록 세겨지고 이어지고 보태어졌던 모양이다.
자존심이 더 인기있는 상품이 되길 바란다.
이제 메콩강 서안의 남쪽으로 가봐야겠다.
팍세 우정의 다리를 건너 3km 직진하다가 왼편으로 27km 가면 참파삭Champasack읍내가 나온다.
참파삭에서 9km 떨어진 곳에 왓푸Wat Phou와 낭시다Nang Sida 유적지가 있다.
왓푸는 예전에 다녀온 것으로 갈음하고, 왓푸 왼편에 있는 시다공주의 아름다운 얘기가 허물어져 있는 낭시다를 찾는다.
허물어진 이야기를 한국의 문화재단에서 복원하는 중이라고 한다.
다시 남쪽으로 5km 더 가면 돈탈렛 Don Tallet을 지나고
돈탈렛을 지나 18km 더 남진하면 지도에서의 도로의 끝인 수쿠마Sukhuma에 이른다.
내가 온 오늘, 누군가는 수쿠마를 영원히 떠났나 보다.
지도에 없는 길은 남쪽으로 더 이어져 있다.
이 길의 남쪽끝이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야간운전을 피하려면 돌아서야 한다.
수쿠마를 끝으로 이번 팍세여행은 마쳐야 겠다.
팍세로 되돌아가서 우본을 거쳐 방콕으로 서둘러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