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타켁 루프 Thakhek Loop
타랑에서의 5일을 보내고 타켁으로 나온다.
타켁 travel lodge guesthouse의 Mr Koo에게서 오토바이를 5만킵/1일에 빌린다.
베낭을 뒷자리에 묶고 말라야할 빨래감을 베낭카버 위에 널어둔다.
그리고 시계방향으로 타켁루프를 돈다.
지금까지 서너차례 타켁과 콩로, 락사오, 타랑을 다녔지만 자가 이동수단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그간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나 툭툭에서 보던 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타켁에서 13번 도로 북쪽으로의 비엥캄까지 100km 되는 구간은 많이 밋밋하고 텁텁하다.
그에 반해 비엥캄에서 푸힌분 전망대까지는 라이딩할 맛이 날 정도로 눈이 즐겁고 폐가 깨끗해진다.
비엥캄 삼거리에서 동쪽 락사오방향으로 30km 달려오면 푸힌분전망대가 나온다.
십이만이천봉우리 쯤 되는 석회군락을 제대로 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다시 동쪽으로 10여 km 더 가면 은행이 있고, 시장이 있고, 예쁜 집들이 있고,
한인 숙소인 패밀리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사남폭포가 바로 앞에 있는 나힌이 나온다.
비엥통은 나힌에서 동쪽으로 20여 km를 가면 나오는 파카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이 길을 따라 50여 km를 가야한다.
오가며 만나게 되는 경치도 훌륭할 뿐 더러
천킵짜리 파인애플을 파는 착한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비엥통을 지나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폰사완이 나오지만 이번에는 여기까지이다.
다시 파카삼거리를 거쳐서 나힌으로 되돌아온다.
여기까지 와서 꽁로를 지나쳐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나힌에서 콩로는 45km 떨어져있다. 툭툭으로 가도 1시간, 버스로도 1시간, 오토바이로도 1시간 거리이다.
꽁로 들판은 모심기로 바쁘다.
동네 사람의 반 이상이 논일을 하러 나온 듯 하다.
동네 골목에도, 냇가에도 그 흔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들판 어디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손 하나가 아쉬운 시기이니.
정미소 뒷골목에 있던 물소고기볶음을 잘하던 간이식당의 가족들도 들판으로 나왔나 보다.
이렇게 온 마을의 정성과 관심을 받은 벼들은 4개월 후면 이삭이 잘여물어진다.
그때에는 추수한다고 온 마을이 바쁠 것이다.
콩로 마을입구에는 젊은 부부가 2년전에 문을 연 Phoun Souk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그때 태어난 '미스킴'이 2년사이에 저만큼 컸다. 2년전의 손길을 기억할리는 없을 터인데 유난히 잘 따른다.
미스킴의 유모차로 함께 동네를 드라이브하며 무료함을 달랜다.
다음날 새벽부터 들판은 북적인다.
어제 저녁에 그랬던 것 처럼, 해가 질 무렵에나 귀가할 것 같다.
힘들고 피곤한 계절인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고, 찡그리는 사람이 없는 꽁로마을이다.
꽁로에서 나까이로 가는 산길이 있긴 하지만 나힌으로 되돌아 나가서 남은 루프를 돌아야 겠다.
여기에서도 길위에서는 사람이나 차보다 소가 우선이다.
사남폭포를 먼발치에서 본 것으로 만족하고 락사오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나힌에서 락사오 가는 길 얼마간은 만만치 않은 고갯길이다.
베트남 국경을 넘는 대형화물차량도 많고, 고갯길을 감당하지 못한 고장난 차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갯길을 무사히 넘어왔다면 파카 삼거리에서 1km 더 동진한 후 좌측으로 3km 정도의 비포장길을 달려보자.
제법 웅장한 돌산 아래로
광활한 초지가 있고
그 초지를 가로지르면 이름없는, 그저 'Natural cold pond'라 불리는 차고 건강한 블루라군을 만날 것이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남을 정도로 물이 차다.
더위를 식혔다면 36km 더 동진해서 락사오로 가자.
락사오 네거리에서 동쪽으로 가면 베트남 국경이 나오고 남쪽으로 가면 타랑을 거쳐 타켁으로 갈 수 있고
서쪽으로 가면 나힌이 나온다. 자가 운송수단이 있으니 북쪽으로 가봐야 겠다.
이 황톳길 끝에는 Sop Khom이라는 호변마을이 있고 Nam Gnouang이라는 거대한 담수호가 있다.
다시 락사오로 나와서 남쪽길을 탄다. 버스를 탔다면 제대로 담지 못할 세상이 있다.
타랑에 다시 들러서 하룻밤을 보낸 후 나까이에 있는 남튼관리사무소에 들러본다. 물이 없으니 버려지는 것이 여기에도 있다.
나까이 읍내를 벗어나 아찔한 고갯길을 내려온 후
남튼 수력발전소도, 수력발전소 방문센터도 들러서 친절한 설명을 들어보자.
그랬다면 그놈말랏Gnnomalat을 거쳐
마하싸이Mahaxay까지 30km를 서진하자.
타켁에 도착하는 내내 물과 바람과 석회암 덩어리가 만든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알려진 동굴이나 호수중 반이상은 우기 탓에 접근조차 못하더라도 아쉬워 해서는 안된다.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더라도 당황해서도 안된다.
아름다운 풍경은 넘쳐나고, 스콜이라고 해봐야 2시간만 참으면 그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죽순을 캐고, 산채를 다듬어 파는 가난해보이지만 부유한 웃음과
여유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웃음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누다 보면 언어마저 사치스럽게 여겨지기도 하리라.
이렇게 3일밤, 4일낮을 타켁루프와 그 부근을 배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