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노을을 위한 기록 2, 타랑 Thalang
2016년 6월 20일, 넷째날
17시06분, 남튼의 물이 빠진 만큼 타랑의 땅이 넓어진다.
6개월 사이에 호변에는 2개의 레스토랑이 새로 생겼다.
17시10분, 다리 왼쪽의 노을자리에서 서서히 붉은 기운이 모여든다.
그 틈에 오랜 시간동안 수장되었던 고사목의 원형을 찾아본다.
오래전 물이 없던 시절에 푸름의 씨앗으로 이 땅위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물이 차기전까지 고원의 맑은 햇살과 유기질의 땅을 먹으면서, 주기적으로 내리는 물을 마시면서 건강하게 자라고 풍부하게 번식했을 것이다.
맑고 청량한 바람을 따라 온종일 노래도 불렀을 것이고,
생명을 가진 것들을 품으며 흐뭇하기도 했었을 것이고
저녁마다 찾아오는 붉은 서쪽하늘을 보며 울기도 했었을 것이다. 물이 차기 전까지는.
그렇게 푸르고 아름답던 시절은 물이 채워지면서 서서히 잊혀진다.
그저 말라가는 장식품이 되어간다.
불쏘시개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가치의 전환도 아니다. 새로운 창조도 아니다. 잊혀지고 사멸할 뿐이다.
푸르던 시절은 사라졌다. 이제는 그 시절보다 더 길지도 모르는 죽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19시05분, 땅위의 슬픈 기억에도 아랑곳없이 오늘도 노을이 찾아온다.
반대쪽 하늘에도 노을의 흔적이 번져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기세다.
사라져가는 고사목들에게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진혼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계절보다 앞서 날아온 잠자리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듯 하다.
19시15분, 노을마저 사라져간다.
밤의 소리가 지배할 시간이다.
19시20분, 반대쪽 사람의 영역에는 아직도 푸른 기운이 남아있다.
이곳에도 버려지고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것이 많을 것이다.
11시42분, 지금도 사라져간다. 아무런 위로도 못해주고 타켁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