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줄 알았다
우리는 섬이 아닌 줄 알았다.
그래서 쉽게 만났고
쉽게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낡은 언어,

마른 마음,

뻔한 몸짓,

나는 겨우 섬이었다.

퇴적된 욕망위에

습관과 편견으로 엮어진 섬이었다.

그리고 넌,

내가 만든 고립된 섬...

내 낡은 언어로 명명되고

내 마른 마음으로 치장되어지며

내 뻔한 몸짓으로 구속되는
내가 만든 섬이었다.

그래서 쉽게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유연해지거나 대담해지거나

떠나기 위해서 혹은 잊기 위해서

섬이 아닌 물이 되거나 바람이 되거나.

우리는 섬이 아닌 줄 알았다.

그래서 짧게 사랑을 한 만큼

짧은 이별을 할 줄 알았다.

짧은 이별만으로 섬 하나를 지울 수 있을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