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만남....2
그의 차림새는 여행자는 아니었다.
약간 염색이 바랜 갈색 머리카락에
거무스레 햇볕에 그을린 얼굴
여행자라면 대부분 하는 크로스백도 없이
달랑
지갑과 핸드폰과 담배만 가지고 있고
깃이 있는 티셔츠에 한국 남자들이 사랑하는
등산복이 아닌 청바지를 입은...
그는 분명 라오스에서 일 때문에 체류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라오스에서 일하시나요?
네...
아...그러시구나...
그렇게 그들은
테이블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끝내고
그녀는
그녀 테이블의 계산을 마친 후
캔 맥주 하나를 들고
그의 테이블로 옮겨 앉았다.
어디 묵으시나요?
저는 조기 저 불켜진 방인데요.
방이 엄청 이뻐요.
그녀가 먼저 방 자랑을 했다.
1815호 묵으세요?
네...어떻게 아세요?
어,,,,저 호텔 묵으세요?
그들은
우연히 같은 호텔 투숙객 이었다.
그는 그녀보다 하루 전 그 호텔에 투숙하였고
전날 투숙했던 방은 강변을 향하고 있어서
시끄럽다고 반대편 쪽으로 방을 바꾼거 였고
전날 그가 묵었던 방은
그날 그녀의 방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는
다음날 그 도시에서 업무상 라오인을 만나고
아침 일찍 비엔티안으로 올라가서
저녁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는 추석을 보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이었고
그녀는 추석 기간을 이용해 라오스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우연히 나이도 같았다.
그는 동갑내기를 만나기 힘들다며
반가워 했고 그의 생일을 말하면서 그녀의 생일을 물어 보았다.
그녀가 그보다 며칠쯤 생일이 먼저였다.
ㅎㅎㅎ
제가 생일이 먼저니까 누나네요
그녀는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장난을 지인들 한테 하듯이
그에게도 웃으며 농을 했고
그는 일찍 학교를 들어가서 78학번이라고 강조했다.
330ml의 작은 캔맥주 하나를 마시는 동안의 길지 않은 시간
그는 꽤 담백한 사람이었고
그녀가 경계하지 않아도 될 건전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거한 저녁으로 가득해진 포만감과
맥주 한 캔으로
밀려드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다음날 조식당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같이 조식을 먹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맥주 한 병을 더 하고 가겠다고 자리에 남았다.
혼자 남은 그에게
그녀는
위기의 주부에 나오는 수잔이라도 된 듯
그녀도 손을 들어 쿨하게 인사하고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