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랑기 - 6.빡세 - 볼라벤 - 왓푸 - 시판돈 - 빡세 2023.2.7 ~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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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이, 최소한 2023년 2월의 라오스 빡세에서는, 온도와 습도에 좌우되는 것 같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영역은 에어컨 바람이 있는 객실로 한정된다. 사람을 만날 기회도, 사건이 생길 공간도, 사고를 할 범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딱히 나쁠 일은 아니지만 한계치인 3일을 보내니 환경에 사육되는 기분이 들어 선선한 볼라벤 고원으로 둥지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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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의 세상, 특히 구석구석 골짜기의 변화는 더디다. 그럼에도 외부 세상과는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고 확연한 변화도 목격된다. 언덕이 깎이고 물길이 바뀌고 건물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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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치이니 불평이나 바램도 없다.
날씨도 그대로 머무질 않는다. 다시 서늘해져서 빡세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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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 주변의 세상을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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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생겨서 추억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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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확장되고 감정은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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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동안 볼라벤 작은 루프를 라이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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땃판과 땃유앙의 폭포를 들르고 까투 사람들이 모여사는 콕풍따이를 지나 땃로를 들러서 빡세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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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지만 까투 사람들의 결혼식을 보게 되는 인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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땃로에서 빡세까지 이어지는 길은 기름진 볼라벤 고원의 북쪽 사면에서 생겨난 타피오카가 이동하는 길이다.
타피오카 재배지가 늘어나고 수확량이 많아지면서 이동하는 하중을 오래된 철교가 버티는 것이 무리였나 보다. 해마다 한 번은 이 길의 철교 중 하나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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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을 왓푸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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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의 왓푸 축제의 잔재가 평원에 부는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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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푸에서 일으킨 인류의 첫 쓰레기는 5~6세기의 푸난의 후손이자 크메르의 선조인 첸라인들에 의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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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라사람들은 푸카오 산의 남근석 바위가 힌두교의 시바신이 링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믿어서 신계의 왓푸를 만들고,푸카오의 성산과 메콩의 성수 사이에 있는 평원에 이상적인 인간의 땅, 쿠륵세트라를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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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의 크메르제국 시절까지 사원은 시바의 영역이었고 주변은 크메르 사람들의 땅이었다가,
루앙프라방에서 란상왕국이 생겨난 때부터 지금까지 사원의 주인은 부처가 되었고, 주변의 땅은 라오족이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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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빌러 건기의 시판돈을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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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인 특성으로 많은 객이 오고 가지만 메콩의 수량은 줄어들었고 수색은 청록색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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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비해 수량은 더 줄어서 콘파팽과 리피 폭포의 골격이 더 드러났고 객은 더 늘어서 숙소를 구하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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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만들고 사고를 하느라 바빴으니 며칠간은 세상에 없는 존재로 숨어있거나 세상을 스쳐가기만 하는 유체가 되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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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숨을지, 어디를 흐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방향과 속도를 아직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