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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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4)

하로동선 6 521

- 야시장 -

 

1353년. 그때까지 [무앙]이라 부르는 작은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던 국토에 라오인들이 최초로 통일 국가를 만들었는데, 그 이름은 란쌍(Lan Xang) 왕국이다. 그리고 수도가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그 후로 1563년에 수도가 비엔티안으로 옮겨질 때까지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루앙프라방은 란쌍 왕국의 중심이었다. 숙소에 가방만 던져놓고 달려간 곳은 야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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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까 선착장에서 타고 온 뚝뚝의 종점이었으며 씨싸왕웡 거리(Thanon Sisavangvong)가 시작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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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월에 아내와 이곳에 와 보고 지금 꼭 15년 만에 다시 왔는데,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길은 거의 없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지금의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야시장만 해도 가이드북에서 과거에 몽족시장이었던 곳이라고 해서 겨우 알았다. 지금은 그 시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시장의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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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에서 인디고 호텔을 바라보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온갖 먹거리들이 널려 있다. 1만5천낍 뷔페도 이 골목 안에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뷔페음식은 전부 채식이라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고기는 옆에 있는 다른 가게에서 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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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부근에 있는 왓 마이(Wat Mai)의 마당에서는 영화상영이 있었다. 시원한 밤 시간에 옹기종기 모여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은 참으로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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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라오스에 온 기념으로 물건을 하나 골랐다. 가격표에 6만낍이라 씌어 있어서 깎아 달라고 했더니 4만낍에 주겠다고 하며 Last Price라고 했다. 내가 더 깎아달라고 하니까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가게에 가 보니 똑같은 물건을 8만낍에 팔고 있었고 깎아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 가게로 가서 4만낍에 샀는데, 사면서도 좀 민망했다. 사람이 말을 하면 진작에 믿었어야지... 물건 파는 애가 열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앳된 소녀였는데, 어른이라는 사람이 의심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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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밧 -

 

2018년 1월25일(목). 루앙프라방의 상징과도 같은 딱밧(Tak Bat)을 보겠다고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6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으니 아직은 해도 안 떠서 밖은 캄캄절벽이다. 가이드북을 보면 탁발수행은 5시30분부터 시작된다고 나오는데, 내 생각엔 그럴 것 같지가 않았다. 최소한 해는 떠야 되는 거 아냐?

일부러 6시에 숙소를 나서는데도 여전히 어둡다. 어디서 개라도 튀어나올까봐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어제 야시장 입구의 사거리로 갔다. 가보니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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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주위는 아직도 어두운데 탁발수행을 하는 스님들과 참여하려는 관괭객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까지 난리가 아니었다. 일단 사진 몇 방을 찍고, 나도 참여해 보려고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싸이밧]이라 부르는 시주하는 음식은 주변에 널린 장사꾼에게 샀다. (원래 가이드북에는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나온다.) 대나무통 안에 든 밥인데 가격은 하나에 5천낍이다. 나는 몇 개를 사야할지 몰라서 좀 고민하다가 다섯 개를 사려고 했다. 카메라를 타이머로 맞추고 사진을 찍는 상황이라 사진촬영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좀 넉넉히 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랬더니 밥파는 아줌마가 10개를 사라고 권했다. 나도 생각해보니 많아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5만낍을 내고 10개를 구입했다.

기다림... 끝에 스님 세 분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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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스님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내가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는데 아까 나한테 밥을 팔았던 아줌마가 다시 내게 와서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산 밥들을 가져가려고 했다. 나는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내가 저것들을 다 가지고 가서 먹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아니면 몇날 며칠을 먹던지... 그래서 다시 다 드렸다. 결국 나는 밥 1개를 5만낍에 산 셈이다. ㅋㅋ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데 골목은 아직도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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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식사 -

 

숙소에 돌아왔지만 다시 잠이 오진 않았다. 그냥 아침을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는 왓 쌘 맞은편에 있는 카우쏘이 국수집에서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본 여인. 동남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게 무게가 보통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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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쏘이 국수집 전경. 일단 가게에 이름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가 맞는 이유는 이 부근에 카우쏘이를 파는 집이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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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도 몇 개 없는 허름한 집이지만 아침장사를 준비하며 쌓아놓은 그릇의 개수를 보라. 여기는 그렇게 얕봐도 되는 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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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에 영어는 없다. 따라서 다른 것은 시키지도 못하고 그냥 카우쏘이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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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온 음식. 지난번에 치앙마이 버스터미널에서 먹은 거랑 다른 점은 저렇게 채소가 한 그릇이 따라 나왔다는 거다. 채소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저것을 먹고 있으면 내가 소나 양이 된 느낌이 들긴 하는데, 카우쏘이 맛은 상당히 좋다. 일단 짜지가 않고, 국수 냄새도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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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조마 베이커리에 들렀다. 이곳은 루앙프라방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비엔티안과 하노이에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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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방금 아침을 먹었더라도 이런 곳에서는 빵과 커피를 먹어주는 것이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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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내부는 좁고 자리도 없어서 밖으로 나와 앉았다. 내가 너무 마음이 급해서 사진도 찍기 전에 먼저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했다. 여기에 같이 왔으면 빵을 참 좋아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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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 마이 -

 

루앙프라방 여행자 거리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참 많은데, 이렇게 아무 골목이나 들여다봐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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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차려입은 가족. 아침부터 어디를 가나 궁금하다. 옷차림을 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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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야시장이 섰던 씨싸왕웡 거리가 아침에는 이런 모습이다. 주변에 유명한 사원이 많고 더불어 여행자도 많아서 차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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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간 곳은 왓 마이. 어젯밤에 영화를 상영했던 곳이다. 간판을 보면 정식 명칭은 훨씬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왓 마이 쑤완나품아함. 18세기 후반에 건축되었다. 사원의 이름에 포함된 [쑤완나품]은 방콕국제공항의 이름이며 [황금의 땅]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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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파방]이라 불리는 황금불상이 모셔져 있었고, [프라 쌍카랏]이라 부르는 라오스 불교계의 최고 큰스님이 바로 이 사원에 머물렀었다. 황금불상은 현재 왕궁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그러니까 지금 대법전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이 불상은 황금불상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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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 가면 볼 수 있는 불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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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궁 -

 

라오인들이 세운 최초의 독립국가인 란쌍 왕국의 수도 루앙프라방.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왕궁이 있다. 왕궁의 마당에는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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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왕궁은 목조건물이었으나 1887년에 중국 남부와 북부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흑기군(Black Flag Army)에 의해 소실되었다. 그 무렵에 프랑스는 베트남 전역을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는다. 그리고 이어서 프랑스는 1893년에 오늘날의 태국인 싸얌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그때까지 싸얌의 지배를 받고 있던 라오스를 넘겨받고 식민지로 삼는다.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였을 때도 허울뿐이었지만 왕이 있었듯이 당시의 라오스에도 왕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씨싸왕웡. 왕궁마당에 그의 동상이 있다. 우리로 치면 고종이다. 프랑스는 식민지 라오스를 위해 소실된 왕궁을 새로 건축해 주었다. 프랑스가 지어준 거라 그런지 왕궁이 웅장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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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본 멋쟁이 가족이 여기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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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의 외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카메라를 맡겨야 한다. 안에 들어가서는 수박겉핥기로 훑어봤다. 가이드투어를 했다면 좀 달랐을까? 어차피 남에게서 설명으로 들은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이곳에서의 나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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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파방. 원래는 황금불상인 파방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법당이다. 그러나 지금 파방은 왕궁 내에 있으며 여기에는 그냥 다른 것을 전시해 놓았다. 원래 이 건물은 라오스의 마지막 왕인 씨싸왕 왓타나(Sisavang Vatthana)가 왕실사원으로 1963년에 건축을 시작했는데, 1975년에 라오스가 사회주의로 바뀌고 왕은 폐위되면서 공사도 중단되었다. 결국 왕과 왕비는 1978년에 라오스 북부의 비밀수용소에서 사망했고, 1993년에 공사가 재개되어 최근에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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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루앙프라방의 탁발수행은 그냥 관광상품이 된 느낌이다. 일단 시주하는 사람들은 9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 세례... 나도 그런 행동을 하고 왔지만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한번이었지만 훼이싸이에서 본 딱밧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2) 나한테 시주할 음식을 판 아줌마는 아침공양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알았으면서도 내게 10개나 판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소행이 생각할수록 참 괘씸하다...

 

3) 15년 전에 아내와 라오스에 갔을 때 당시 비엔티안 Rd 게스트하우스의 송광석 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라오스의 참 모습을 보려면 루앙프라방-방비엔-비엔티안이 아닌 곳을 여행하라고.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에 절실히 느끼고 왔다.

 

4) 우리도 일본한테 식민지를 겪으면서 많은 문화재를 빼앗겼지만, 그런 면에서는 라오스도 못지않다. 라오스와 싸얌(현재의 태국)사이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불상을 빼앗겼는데, 그나마 [파방]은 찾아왔지만, [프라깨우]는 아직도 못 찾았다. 그거 지금 방콕의 왕궁 옆에 있는 왓 프라깨우에 모셔져 있고, 그거 보겠다고 관광객이 매일같이 미어터진다. 아마 안 줄 것 같다... 힘없는 나라의 신세는 늘 이렇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6 Comments
thaiko 2018.02.26 16:58  
프라깨우 불상의 원주인은 사실 란나왕국이었죠  라오스가 첫번째로 약탈하고 이어서 시암이 다시 약탈하고....
싸움 못하는 란나가 제일 불쌍 ㅠㅠ

20세기 태국 여행자로서 이런 올드한 느낌의 여행기 너무 반갑네요
속편을 기대합니다
하로동선 2018.02.27 00:31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란나왕국이면 태국 북부에 있었던 왕국이죠? 그래서 태국에서 돌려주지 않았나보군요. 앞으로도 열심히 써서 기대에 부응할께요.^^
프레인 2018.02.27 11:39  
와.. 세세한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역사를 알면 도시가 더 잘 보이는 법이죠!
하로동선 2018.02.28 00:41  
맞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보면 여행이 더 즐거워집니다.^^
수박우유 2018.02.28 15:59  
잘 보고갑니다!
하로동선 2018.02.28 22:27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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