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에서 트레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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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서 트레킹을....

돌단풍 11 764

방비엥에 오는 젊은이들은 거의가 액티비티 투어를 염두에 두고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트레킹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하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상품 자체가 별로 없다. 그래서 수소문을 해 보니 방비엥에서 가장 큰 여행사에 트레킹 상품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하루에 가이드 대동해서 15만 킵(중식제공)이라고 하는데 기본이 2인 이상이거나 1인의 경우 2인 비용을 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1박2일 코스도 있는데 하루에 백불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행자를 찾다가 혼자 여행 온 61세의 김 사장을 만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이 양반은 60이 넘도록 결혼도 안하고 혼자서 몽골을 11번이나 갔다 온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이곳 라오스도 혼자서 열흘 넘게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아무튼 나로서는 동행을 만난 것이 큰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 오늘 우리의 담당 가이드는 이름이 "넘버원" 이라고 하는데  신고온  신발이 등산화나 운동화가 아니고 슬리퍼다. 전체 코스가 12km나 된다는데 저 신발을 신고 어떻게? 

 

그의 얘기로는 돈이 없어 운동화도 못산다고 하니 할 말은 없다. 당장이라도 하나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러다가 나 혼자서 이 세상 다 짊어지고 다닌다고 설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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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 부터 급한 고개를 올라가려니 숨이 차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그래도 많이 올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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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를 다 올라와 우리가 출발한 아레를 내려다 보니 제법 넓은 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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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너머 언덕길을 내려가니 인적이 보이지 않는 한적한 협곡이 나타 나는데.....  a4747f5e3c078b2d83b78382e0e2134d_1527504429_8.jpg



▼  풀밭 끝에 소 떼가 모여 풀을 뜯고 있고 있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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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처에 동네도 없는데 산을 향해 길은 넓직하게 닦아져 있다. 위에 뭔가 특이한게 있나?  

좌우지간 우리는 또다시 산위를 향해 계속 걸어서 올라 가는데 가이드는 도대체 코스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날씨 마저 구름이 얕게 드리워지며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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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간 정도 올라가다 가이드가 갑자기 메고 가던 배낭을 길옆 풀숲에 감춘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올라갔다가 이곳으로 다시 내려온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갔던 길을 다시 내려 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가이드는 아마도 손님 점심까지 든 무거운 베낭을 메고 가기가 힘드니 요령을 부리자는 심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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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앞서 올라가던 가이드가 갑자기 도로에서 벗어나 옆 숲길로 들어간다. 
"어디가냐?"    
"water fall" 
"그래?, 여기에 폭포가 있다고?"

아니고 이 친구야 그러면 진작에 오늘 코스에 대한 설명을 해 줘야지, 하긴 저나 우리나 영어 실력이 짦으니 그냥 앞장섯서 가는 것이 편하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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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험한 길을 한참을 더듬거리며 내려가다 보니 물소리가 들리고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그런데 앞 개울에 서양 노부부 팀이 가이드 한명과 같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들도 가이드 안내로 트레킹 중인가 보다. 


 "어디서 오셨수?"
  "폴랜드"

 그런데 남편의 모습이 이태리의 유명 산악인 라이홀드 매스너와 아주 흡사하다.
 그래서 라인홀드 메스너와 얼굴이 똑 같다고 했더니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아!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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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에 와서 노부부가 이런 외진 곳을 찾는 것을 보니 역시 서양 사람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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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려고 하는 폭포에 다 온 것 같다.  이런 곳에서 폭포를 보니 특이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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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다시 돌아 갑시다. 김사장은 길도 험하고 폭포같지 않은 폭포를 보니 별 흥미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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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큰길에 나왔다. a4747f5e3c078b2d83b78382e0e2134d_1527504508_74.jpg



▼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가이드는 다시 비포장 도로길을 위를 향해 계속 올라가기 시작한다. 마침 시야가 터지며 아래 들녁이 보인다. 


"어이, 넘버원 우리 위에 가려면 아직 멀었어? 우리가 지금 도로 행군 왔냐? 저 아래 들판길을 걸어가는 것이 트레킹이지 이게 뭐야"



"저 아래는 이따가 우리가 갈거야, 이제 조금만 가면 돼"


"저 위에 가면 뭐가 있는데?"


"정상"


"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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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우산을 받처들고 다시 걸어서 올라가기 한 시간, 비가 오니 길도 엉망이 된다. 

 지겹게도 올라간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가이드를 불렀다.

 " 넘버원, 저 위에 가면 뭐가 있다고?"
 " 꼭대기"
 " 너 죽을래, 당장 내려가"
 
그래서 우리는 구름 낀 정상을 앞에 두고 하산을 시작 했다. 
이녀석이 구름속에 가려진 꼭대기엘 올라가서 뭘 보여 주겠다고 우리를 끌고 우중 행군을 시키고 있단 말이냐, 시간 때우기 인가?
그런데 내려 오면서 생각하니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혹시 저위에 기가 막힌 그 뭐가 있는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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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가는 길에 보슬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 그런데 이건 억새도 아닌거 같고 이름이 뭔가? 보슬비를 먹음은 모습이 나름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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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가면서 모양이 특이한 이런 개미 집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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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앞에 제법 큰 지네가 보인다. 가이드를 놀리느라고 손으로 잡는 시늉을 하니 순진한 친구는 물리면 큰일난다고 질겁을 해서 말린다.

 

 " 야! 내가 짱구냐,  이걸 맨손으로 잡게?"a4747f5e3c078b2d83b78382e0e2134d_1527504521_43.jpg



▼  인적이 드문 길가에 외롭게 피어있는 꽃이 사람이 그리워 목을 길게 빼고 바라보고 있는데 우산을 쓴 아저씨가 걸어 온다, 반가워서  "나좀 보고 가세요" 하고 애처럽게 부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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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그 아저씨는 눈길 한번 안 주고 그냥 지나 간다. 세상 인심이 이렇게 야박할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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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시간 3시간 만에 산아래 평지에 도착해 점심 준비를 한다. 일명 바베큐 파티라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비도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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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낭에서 숯을 꺼내더니 불을 피운 뒤에 즉석 바베큐 준비를 한다. 오! 산에서 이런 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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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다시 가야지!
이제 부터는 아까 산 위에서 내려다 보던 들판길을 룰루랄라 휘파람 불며 걸어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앞에 가던 두사람이 무언가를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다. 
" 이 숲속으로 들어가는게 맞아?" 
" 안 가면 어떻게 할건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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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사람은 왜 꼭 다투는 것 처럼 가다 말고 마주 서서 얘기를 할까?  참! 이상한 관계의 사람들일세?  서로 말도 잘 안통하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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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마침내 들판길이 나왔다. 이제야 트레킹의 진수를 맛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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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엔 인적 없는 집들이 많다.
    
  "누구 사시우?"
  대답이 없다.
  "안 살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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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안 다니는 들판에  왜 울타리를 쳐 놨누?   
    "그건 짐승 못다니게 할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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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낀 산속으로 길이 뻗어있다. 

   야! 우리 저 속으로 계속 가는 거야?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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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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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간 정도 걸어가다 보니 계곡 끝에 갑자기 넓은 초원이 눈 앞에 펼쳐 진다.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속에서 갑자기 펼쳐진 넓은 초원의 풍경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가 막다른 곳이라니?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길이라고는 우리가 들어온 곳 뿐이고 나갈 때는 온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 

가이드한테 이곳이 어디냐고 물어 보니 이 친구 왈, 여기가 자기네 여행사 보스 땅이라고 한다. 
"이 넓은 곳이 다?"  하니 고개를 끄떡인다.
"오 마이 갓"  

그리고 이곳에 캠프장을 만든다고 하니 캠프장이 생기면 참 환성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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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가보니 저수지도 있고 소들의 모습도 보인다. 소들은 도망갈 곳도 없고 넓은 초원에다가 저수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천혜의 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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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늘 일정을 끝내야 할 시간이 온다. 오늘 트레킹은 9시 반에 시작 하여 3시반에 완료했으니 모두 6시간 정도 걸렸다. 

 

그동안 방비엥엔 몇번 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정상까지 올라가서 주위 경관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하루종일 우리가 본 관광객은 폴란드 노부부 2사람 뿐인 아주 한적한 트레킹, 여운이 많이 남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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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펀낙뻰바우 2018.05.29 00:09  
최곱니다.최고!!!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여행개척가 2018.06.01 06:51  
요행은 진리. 저도 빨리가고싶네요 즐기는 여행 그것이 인생이닷닷닷닷닷닷
탐앤톰 2018.06.21 13:31  
라오스 다녀 온지가 벌써 4년 전이네요.  패키지로 갔지만 또 가고 싶어집니다. 방비엔 루앙프라방 비엔띠엔...
plassssleee 2018.06.24 12:26  
길이 정말 정겹네요 생각정리하면서 걷기좋겠어요
james730us 2018.06.25 07:54  
고생은 되셨겠지만....
기억에는 오랫동안 남겠읍니다.
아안녕86 2018.07.05 02:05  
사진보니까 또 가고싶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얼른 떠나고 싶어요
brandon777 2018.07.30 16:59  
정말 트레킹진수 여행이듯합니다 보는것만으로도 간접여행하는듯하네요
동남아인도 2018.08.11 17:09  
방비엥에 트레킹 상품도 있네요. 액티비티도 좋지만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된다면 트레킹도 참 매력적이네요. :)
라리리리 2018.08.24 14:01  
방비엥에서 트레킹 생각도 못했던거같아요 다음에 방비엥 또 가게되면 생각해봐야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요시무라간이치로 2018.10.23 15:03  
한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행정구역중의 하나인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국내에서 이런 트레킹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두타산 번천계곡 트레킹 코스로.... ㅎ
http://blog.daum.net/semseel/12841537
neglecy 2018.11.21 22:13  
트레킹도 새로운 선택지로 될 수 있겠네요 ㅎㅎ 생동감있는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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