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 위에 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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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 위에 서다 1

꽃몽네 2 510

{나는 혼자서,

아무 가진 것 없이

낮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장 그르니에 '섬'에 붙여 - 

 

2018년 3월 15일 메콩강의 새벽안개가 잦아들 즈음

다시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상처 입은 사슴이 숲속에 몸을 숨기듯 아무 연고도 없던 라오스로 무작정 숨어들어왔다가

오토바이에 텐트 하나 싣고 메콩루트를 따라 북쪽으로 떠났던 때로부터 실로 5년 만이다.

그땐 그랬지

미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오토바이로 오지를 여행한다는 흥분과

낯선 곳 낯선 종족을 마주친다는 기대감

종일을 달리다가 해가 지면 농막에서 텐트를 치고 잤지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도피하듯

상처 입은 사슴이 약초를 찾지 못하고 숲에서 도망치듯

그렇게 길을 떠났다.

 

예전에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어떤 단단한 세계의 벽 속에 갇혀 발버둥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했다고나 할까

 

그렇게 도피하듯 떠나온 라오스는 나에게 안식을 주었다

때묻지 않은 자연

맑은 공기

찬란한 햇빛

따뜻한 날씨

6년 동안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라오스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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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엔에서 메콩강을 따라 중국 운남성에 붙어 있는 퐁살리까지 3500키로의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했다.

라오스의 길은 차가 없어 늘 호젓하다

5년 전에는 비포장 황톳길이라 한시간만 달리면 온몸을 흙먼지로 덮어썼는데 

이젠 대부분의 길이 포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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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로 올라갈수록 건너편 태국이 손에 닿을 듯 강폭이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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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다보니 운수납자가 나무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쉬고 있었다.

나도 마침 쉴 때가 된지라 오토바이를 세우고 스님에게 다가갔다.

경건히 합장을 한 후 스님에게 말을 걸었다.

2 Comments
유치신화 2018.07.02 08:17  
소설 보는것 같아요. 글이 이쁜 소설. 감사합니다.^^
인디고11 2018.09.26 18:10  
다음회가 궁금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5년전만해도 비포장 길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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