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루트를 따라 사야부리 가는 길 3
스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사야부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화전을 일구기 위해 산에다 불을 지른 곳이 나타났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을 뚫고 지나가야한다
조금 무서웠지만 속도를 내서 지나가기로 했다
'한국인 김모씨 라오스에서 오토바이 여행하다 메콩강가에서 바베큐 되다'
뭐 이런 기사 나오는 거 아냐?
이런 걱정을 조금 하면서
겨우 불길을 지나 달리다 보니 얼마 못 가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그래도 5년 전보다는 많이 포장이 진행되어 다행이었다
아름다운 산길을 달리다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집을 발견했다
참으로 라오스적인 풍경이다
다리 한쪽이 없는 어르신이 누군가 하고 나를 쳐다본다
두 채가 있었는데 한 채는 부모님이 살고
한 채는 자식과 손자가 산다
집 뒤쪽에 흑돼지 우리가 있었는데
된장 바르면 참으로 맛있을 것 같았다
딸인지 며느리인지는 몰라도 아주머니에게 여기서 하룻밤 잘 수 없냐고 물어보니
아낙이 자신들의 집으로 안내하며 나무로 대충 짠 침대를 가리키며 자라고 한다
친절하게 모기장까지 쳐준다
참으로 따뜻한 사람들
한국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인정이다
라오스에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가진 건 없지만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눈에 은하수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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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