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에서 트레킹을....
방비엥에 오는 젊은이들은 거의가 액티비티 투어를 염두에 두고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트레킹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하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상품 자체가 별로 없다. 그래서 수소문을 해 보니 방비엥에서 가장 큰 여행사에 트레킹 상품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하루에 가이드 대동해서 15만 킵(중식제공)이라고 하는데 기본이 2인 이상이거나 1인의 경우 2인 비용을 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1박2일 코스도 있는데 하루에 백불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행자를 찾다가 혼자 여행 온 61세의 김 사장을 만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이 양반은 60이 넘도록 결혼도 안하고 혼자서 몽골을 11번이나 갔다 온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이곳 라오스도 혼자서 열흘 넘게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아무튼 나로서는 동행을 만난 것이 큰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 오늘 우리의 담당 가이드는 이름이 "넘버원" 이라고 하는데 신고온 신발이 등산화나 운동화가 아니고 슬리퍼다. 전체 코스가 12km나 된다는데 저 신발을 신고 어떻게?
그의 얘기로는 돈이 없어 운동화도 못산다고 하니 할 말은 없다. 당장이라도 하나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러다가 나 혼자서 이 세상 다 짊어지고 다닌다고 설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 시작 부터 급한 고개를 올라가려니 숨이 차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그래도 많이 올라 왔다.
▼ 고개를 다 올라와 우리가 출발한 아레를 내려다 보니 제법 넓은 들판이다.
▼ 고개 너머 언덕길을 내려가니 인적이 보이지 않는 한적한 협곡이 나타 나는데.....
▼ 풀밭 끝에 소 떼가 모여 풀을 뜯고 있고 있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근처에 동네도 없는데 산을 향해 길은 넓직하게 닦아져 있다. 위에 뭔가 특이한게 있나?
좌우지간 우리는 또다시 산위를 향해 계속 걸어서 올라 가는데 가이드는 도대체 코스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날씨 마저 구름이 얕게 드리워지며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 한시간 정도 올라가다 가이드가 갑자기 메고 가던 배낭을 길옆 풀숲에 감춘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올라갔다가 이곳으로 다시 내려온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갔던 길을 다시 내려 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가이드는 아마도 손님 점심까지 든 무거운 베낭을 메고 가기가 힘드니 요령을 부리자는 심산인 것 같다.
▼ 제법 험한 길을 한참을 더듬거리며 내려가다 보니 물소리가 들리고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그런데 앞 개울에 서양 노부부 팀이 가이드 한명과 같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도 가이드 안내로 트레킹 중인가 보다.
▼ 우리가 보려고 하는 폭포에 다 온 것 같다. 이런 곳에서 폭포를 보니 특이하기는 하다.
▼ 자! 이제 다시 돌아 갑시다. 김사장은 길도 험하고 폭포같지 않은 폭포를 보니 별 흥미가 없나 보다.
▼ 드디어 큰길에 나왔다.
▼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가이드는 다시 비포장 도로길을 위를 향해 계속 올라가기 시작한다. 마침 시야가 터지며 아래 들녁이 보인다.
"어이, 넘버원 우리 위에 가려면 아직 멀었어? 우리가 지금 도로 행군 왔냐? 저 아래 들판길을 걸어가는 것이 트레킹이지 이게 뭐야"
"저 아래는 이따가 우리가 갈거야, 이제 조금만 가면 돼"
"저 위에 가면 뭐가 있는데?"
"정상"
"허, 참"
▼ 그래서 우산을 받처들고 다시 걸어서 올라가기 한 시간, 비가 오니 길도 엉망이 된다.
▼ 내려가는 길에 보슬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 그런데 이건 억새도 아닌거 같고 이름이 뭔가? 보슬비를 먹음은 모습이 나름 멋이 있다.
▼ 내려가면서 모양이 특이한 이런 개미 집들이 많이 보인다.
" 야! 내가 짱구냐, 이걸 맨손으로 잡게?"
▼ 인적이 드문 길가에 외롭게 피어있는 꽃이 사람이 그리워 목을 길게 빼고 바라보고 있는데 우산을 쓴 아저씨가 걸어 온다, 반가워서 "나좀 보고 가세요" 하고 애처럽게 부르니...
무심한 그 아저씨는 눈길 한번 안 주고 그냥 지나 간다. 세상 인심이 이렇게 야박할 수가 있나?
▼ 산행 시간 3시간 만에 산아래 평지에 도착해 점심 준비를 한다. 일명 바베큐 파티라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비도 그친다
▼ 배낭에서 숯을 꺼내더니 불을 피운 뒤에 즉석 바베큐 준비를 한다. 오! 산에서 이런 호사가?
▼ 이 두사람은 왜 꼭 다투는 것 처럼 가다 말고 마주 서서 얘기를 할까? 참! 이상한 관계의 사람들일세? 서로 말도 잘 안통하는 사이에...
▼ 아! 마침내 들판길이 나왔다. 이제야 트레킹의 진수를 맛보는 구나!!!
야! 우리 저 속으로 계속 가는 거야?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 같다.
▼ 가까이 가보니 저수지도 있고 소들의 모습도 보인다. 소들은 도망갈 곳도 없고 넓은 초원에다가 저수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천혜의 목장이다.
▼ 초원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늘 일정을 끝내야 할 시간이 온다. 오늘 트레킹은 9시 반에 시작 하여 3시반에 완료했으니 모두 6시간 정도 걸렸다.
그동안 방비엥엔 몇번 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정상까지 올라가서 주위 경관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하루종일 우리가 본 관광객은 폴란드 노부부 2사람 뿐인 아주 한적한 트레킹, 여운이 많이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