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아줌마, 아들 둘과의 느림여행- 여행첫날 아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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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아줌마, 아들 둘과의 느림여행- 여행첫날 아침1

하늘소풍 8 3706


저의 여행기는 다른분들처럼 요약본의 정보가 가득가득 찬 활용만점의 내용보단 자잘한 생각이 많아서 하루치가 한번에 올라가긴 힘드네요... 그래서 조금씩 "생각의 단상"별로 올립니다.


2011년 5월 6일

 

늦게 잠들었지만 아침 6시가 되자 눈이 떠 졌다. 호텔 룸의 큰 창으로 캄보디아의 아침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오토바이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호텔 정문의 안전요원들, 벌써 여행객을 태우고 왔다갔다하는 작은 승합차부터 뚝뚝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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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거리 모습 - 자전거,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어디서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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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바나나 리어카 - 바나나가 알아서 굴러가는 것 같다.. 이런 거대한 다발의 바나나는 처음본다.>

곤히 잠든 아이들을 깨워서 아침을 먹이러 내려갔다. 이 호텔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가 호텔 식사가 깔끔하고 좋다는 평이 많아서였다.

1층으로 내려가니 캄보디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젊은 남자가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인사를 한다. 나도 모르게 따라웃으며 "Good morning"이라고 인사하게 된다.

왠지모르게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이 조용하고 부드러운 미소들을 나는 이제부터 계속 보게 될 거라는 걸  그때까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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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실로폰 같은 악기의 소리가 맑고 청아해서 결국 마지막날은 직접 큰 아들이  연주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식당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였다. 좋은 평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랬는지, 가지수도, 먹을 것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큼 다양하지는 않아서 약간 실망했다. 그나마 쌀국수는 먹을만해서 4일내내 쌀국수를 큰 아들과 즐겨 먹었다.

 

 

 둘째아이는 뭐가 탈이 났는지 배가 아프다고 한다.  헉?? 오늘이 여행의 첫날인데, 난감했다.. 그래서 죽만 조금 먹고, 집에서 가져온 배앓이 약을 먹인뒤, 계속 한국에서 가져온 생수에 보리차 티백을 넣어서 마시게 했다...그랬더니 다행인지 오후부턴 괜찮아졌다.


아무리 좋은 여행도 아프면 소용없다. 몸이 안좋으면 호텔에서 오전에 쉬자고 했더니 괜찮다고 먼저 나서는 아이를 보면서 걱정반, 든든함 반이 된다.

 

8시에 약속한 뚝뚝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호텔의 실내와 밖의 기온차는 아주 크다. 덥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2분도 안되서 땀이 줄줄 흐른다.

 

4일내내 우리의 발이 되어줄 뚝뚝기사의  이름은 " 쌈메이트"다. 떠나기 5일전 <태사랑>에서 딱 한 건 추천 올라온 이 뚝뚝기사의 이름을 보고 그냥 바로 결정해서 메일을 보냈더니 저녁에 답장이 왔다. 대충 루트를 설명하니 55달러를 달란다. 그래서 깎지도 않고 그러자고 했다. 나름 딜(deal)을 예상하고 보냈을 가격이란 걸 알지만 잘해준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뚝뚝이를 4일 쓸 예정인데, 오늘 사정이 있다며 자동차를 가져왔다고 양해를 부탁한다. 들은 정보로는 자동차가 더 비싼데 우린 오늘 땡 잡은거다. 안그래도 첫날 이 더위에 적응하는게 힘들거라 은근히 걱정하고, 더구나 작은 아이의 배앓이때문에 더 예민해졌는데 에어컨 빵빵인 차를 가져왔으니 우린 그냥 미소만 지었다.. 물론 속으론 "쾌지나 칭칭나네~" 하면서.

 

쌈메이트는 영어를 잘한다. 나이는 서른정도인데 몸집이 자그마한 조용한 사람이다. 웃는 모습이 수줍어서 내성적이란 생각이 바로 들고, 눈이 선한데, 조금 슬퍼보인다. 필요한 말 아니면 하지 않는, 말을 아끼는 신중한 사람이다. 여행지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정말 나의 운인데, 우리에게 좋은 운이 따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단한 호구조사를 한 후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내게 조심스레 묻는다.

" Where is your husband(남편은 어디있어요)?"

" Perhaps he is working right now.  He has to earn money(아마 일하고 있을걸요. 돈 벌어야 하잖아요!)"

" He is making money for you. You are lucky!(그는 당신들을 위해 돈을 벌고 있군요. 당신은 행운이군요!)" 

그의 눈에는 나와 아이들이 돈 많은 가장덕분에 유람하는 신세좋은 사람들처럼 보였나보다. 하긴 캄보디아에서는 많은 여자들이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고, 남자들의 일자리가 별로 없다는 얘길 들었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여자들이 바삐 일을 하러 다니는 반면에, 남자들은 해먹에서 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나른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내가 이곳을 오기위해 얼마나 더 일을 해야했는지 일일이 설명하기가 뭐해서,  나와 아이들은 그의 말에 웃으면서 대답한다.

"Yes. We are lucky!"

 

큰 아들이 물어본다. 왜 이 사람을 선택했냐고? 원래 아는 사람이냐고?

"이 사람 이름때문이야. 쌈메이트! "메이트"는 영어로 친구라는 말이니까  이사람은 분명히 우리에게 친구가 될 것 같았거든!!"

엄마의 멍~한 단순한 대답에 아들 녀석 둘이서 깔깔 웃는다.

 

첫날의 첫 여행지는 < 앙코르 톰>

내가 제일 가고싶은 곳은 <반띠아이 쓰레이>이지만 거긴 좀 먼 거리에 있어서 첫날 날씨나 아이들 컨디션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가까운 <앙코르 톰>에 먼저 가기로 했다. 내가  오전엔 <앙코르 톰 >주변  - 잠깐 휴식 - 오후 2시부터 <앙코르 국립박물관> -  늦은 오후에 <앙코르 왓>에 간다고 하니 쌈메이트가  <앙코르 톰 >갔다가 , <앙코르 왓> 으로 이어서 가자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할지 몰라도 우리는 아이들 체력때문에 그렇게 할수 없고, 아이들이 첫날 꼭 <앙코르 국립 박물관>에 가야 한다고 하고, <앙코르 왓>은 서향으로 지어져 오후에 봐야 좋다고 들었기 때문에 나의 스케쥴에 맞춰달라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루트상 한번더 비슷한 곳을 중복해야하는 것이 싫은 것 같은데, 이럴때 모른 척, 또 순진한 척 아이들의 얼굴을 들이미니 어쩔수 없다는 듯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근데 그게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이곳에 쉬고 싶어서 온 것이다... 소심한 성격에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나지만, 이번엔 없는 시간 쪼개 온 만큼 구속도 싫고, 괜시리 미안한 맘 가져서 서로 불편한 것도 싫다. 이럴 경우 정확하게 얘기하는게 제일 옳은 방법이다. 그래서 말했다.

"느리고 천천히,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세요. 내가 보고 싶은것 다 볼수 없어도 괜찮으니 아이들 속도를 지켜주세요. 그게 곧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쉼의 속도일 것 같군요."

 

그에게도 열 두살짜리 아들이 있어서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4일내내 그는 우리들의 너~~무 느린 그 속도를 아무말 없이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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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기사들은 "기다림"에 익숙하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도  끊임없이 그들의 고객들을 기다린다. 우리의 뚝뚝 기사도  우리가 돌아오면 저 멀리서 우리를 발견하고 , 그 많은 여행객들의 무리속에서도 길잃지않게 손 흔들어주며 웃어준다. 반은 도가 트인 성자들이 아닐지.... 쌈메이트는 핸드폰이 기다릴때의 유일한 친구다. 가끔씩 기다리다 잠든 모습에 아이들이 조금 기다리자고 한다. 그럴땐 주변을 한바퀴 더 둘러본다.



8 Comments
필릴리 2011.05.29 11:21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는 거는 정말 복이지요. 아님 복불복인가??
하늘소풍 2011.05.29 17:31  
제가 느낀 캄 사람들은 관광지라서 그런지 몰라도 잘 웃고 부드러운 심성인것 같아요
지석맘 2011.05.30 11:32  
여행..저도 느림의 미학을 좀 느끼고 싶어요.^^
지석맘 2011.05.30 11:33  
하늘소풍 2011.05.31 11:53  
항공권 문의하시는데, 저는 잘 몰라서 <하나투어>, <인터파크>, 072항공, 와이페이모어등을 검색했구요. 또 저가항공사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혹시 이벤트 하는지도 확인해보면서 가장 편하게 저렴한 항공권 찾았습니다.
하늘소풍 2011.05.31 11:54  
저는 경유는 안좋아합니다. 시간이 많은 진정한 여행자들이면 경유도 멋진데 저처럼 아이들데리고 다니는 단기여행자는 시간이 재산이고, 아이들이 너무 힘든것은 곤란하더군요. 항상 4개월정도 일찍 알아보면 좋아요
날자보더™ 2011.06.25 23:30  
따뜻해요, 따뜻해...
좋은 어머니이신게 분명합니다.
하늘소풍 2011.07.28 03:40  
간만에 들어왔더니 날자보더님의 훈훈한 댓글에 마음이 고무됩니다... 그 사이 중국갔다온다고 글을 못올렸네요... 시간나는대로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7월말에 방콕으로 쓩~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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