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편 - 나는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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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28> 마지막편 - 나는 행복하였네라.

연윤정 4 2051
<동남아여행기28> 마지막편 - 나는 행복하였네라.

아마도 난 이 여행기를 종료하는 그 순간부터 이 여행은 기억 저편으로 아스라이 멀어져 갈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기를 마치는 심정이 조금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 아닌던가.
내가 이 여행을 선택했던 이유. 처음의 질문으로 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늘 쓸데없이 진지해지려는 자세. 아마 이 여행을 선택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뭐랄까, 질문은 이랬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해 나를 돌아보고 싶다, 내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할지...
그러나 도저히 여행 중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고민은 일상 현실에서 발생한 것이고 결국 해법은 현실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여행의 화두, 난 어디에 서 있는가, 이것은 평생을 두고 두고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여행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해도 사실 이 여행으로부터 난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아마도 여행 중 첫 단추가 이상하게 꿰어졌다는 불안한 내 심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난 그때 그 '불안감'으로 인해 비로소 '자유'를 얻었던 것 같다. 이 여행에 그런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자유로워지자고... 그리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의 충실함... 난 여행을 왔으니 이 여행에만 충실하면 되지, 억지로 현실의 무게를 여기까지 날라 오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이라고 할까...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내게 인간의 감성을 일깨워준 곳이다. 사람을 느끼고 자연을 느끼고 그들의 정치, 문화, 사회 등의 일상사를 느끼고... 그들의 냄새를 맡는데 참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난 그만큼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충분히 알고 오지 못했다. 과거 내가 먼저 방문했던 여행지들, 베트남, 중국, 일본의 경우는 오랫동안 관심대상이었던 만큼 여기보다는 조금은 더 보였을 것이다. 그랬다. 솔직히 인정컨대, 동남아 3개국은 앞서의 방문지만큼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강박관념일 수 있겠지. 사전 지식이 충분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발을 딛고 있던 그 현실에서 충실하면 되는 거였다.
내가 느끼고 싶었던 사람 냄새... 이곳 3개국을 방문한 이나 살고 있는 이나 그들의 그 냄새 그대로를 맡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냄새를 아낌없이 내게 맡게 해 주었고, 한국과 나, 우리에게 과분한 사랑까지 주었다.
종종 여행 중 안 좋은 경우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일부일 뿐 전체일수는 없다. 사람 사는 곳은 특별히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만큼 상대편은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물질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 그들로부터 배웠다. 늘 마음이 퐁족했던 그들, 가난한 내 마음을 열어주었다.

난 만족한다. 행복했으므로.

* 뜻하지 않게 여행기가 무지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좀 재미까지 없네요. ^^ 원래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쓰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신 여행과 사람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
4 Comments
2002.09.15 02:15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행여 다음에 여행기 쓰실 분들이 이 수준은 돼야하지 않나 하고 미리 겁먹고 글 안 쓰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말 잘 쓰셨고,말레이 사랑이 빛나보입니다.
그러나 다음에 글 쓰실 분들이여,도전하는자가 아름답도다....
까까 2002.09.24 10:02  
  유익한 여행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는 글솜씨가 없어서 여행을 많이 다녀도
변변찮은 여행기 하나 못쓰는데
이렇게 자유자재로 마음과 머리속의 생각을
쉽게 풀어내는 윤정씨를 보니 한없이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뜻깊은 여행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Canada 2003.05.06 07:22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useful information and interesting travelling.
It took two days to read all your stuff.
Great !

Cheers,,,

From Canada

사십에여행바람 2014.05.28 11:21  
유익한 여행기 잘 읽었읍니다.
출장으로, 자유여행으로는 가본 나라들이지만, 올해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염두가 잘 나지 않았는데. 윤정님의 글을 보고 다시 한번 용기를 불어 넣어 봅니다.
세세한것 까지 잘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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