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의 월드컵의 힘! ② (동남아시아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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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21> 아시아에서의 월드컵의 힘! ② (동남아시아인 편)

연윤정 0 2430
<동남아여행기21> 아시아에서의 월드컵의 힘! ②

동남아시아 현지인의 반응 - "우린 하나의 아시안이잖아"

그리고 동남아시아 현지인들. 이들은 실제 대단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국인이란게 확인되면 너나할 것 없이 월드컵 얘기를 먼저 꺼낸다.
태국의 카오산 거리에서다. 택시 아저씨들이 호객행위를 하다가 우리가 한국사람인란 걸 확인하자마자 갑자기 "대∼한민국!"하고 외치는게 아닌가. 이런, 우리 일행은 그 자리에 서서 모두 태국 택시아저씨들의 구호에 맞춰 손뼉을 쳐야만 했다. 그것도 몇번씩이나... 그리고는 나중에서는 아저씨들과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축구팀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군지 아는 사람!
개인적으로 난 박지성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심지어 일본사람들도 그를 잘 모른단다. 음, 일본사람들한테 가장 유명한 선수는 뭐니뭐니 해도 홍명보였다. 하지만 그도 동남아시아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럼 누구?
바로 안정환 선수다. 안정환 선수가 가히 세계적인 선수란 걸 역시 나가서야 알았다. 역시 페루자란 팀이 보통이 아니구나, 그리고 한국과 이탈리아전이 얼마나 유명한 대전이었는지 그제서야 안 것이다.
말라카 버스터미널 식당에서 내 친구들(전단지 아저씨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앞자리에는 한 중국계 사람이 앉았다. 그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대뜸 하는 얘기가 안정환을 아냐고 묻는거다. 물론 처음엔 안정환을 중국발음으로 했기 때문에 못 알아들었다. 그가 안정환 선수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서야 내가 안정환이라고 알려줬으니까. 그는 안정환 선수가 현지의 잡지에도 해외의 유명선수들과 함께 소개돼 있으며 그의 와이프가 미스코리아가 아니냐고까지 물을 정도였다.
안정환 선수에 대한 인기는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뒤에 소개되는 사람이지만, 싱가포르행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스물다섯의 싱가포르 남성 왕카리우도 안정환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가 들고 있던 스포츠 신문을 보여주며 안정환 사진을 가리키며 싱가포르에서 안정환도 꽤 유명하다고 한마디 덧붙인다.
전단지를 돌리는 터미널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한국전에서 열심히 한국팀을 응원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애미는 '오∼필승 코리아'를 부를 정도였다. 물론 그는 '오∼ (쉬고) 코리아'라고 필승을 빼고 불렀는데 아마 그 발음이 어려웠나 보다. '필승'을 확실히 알려줬더니 기뻐한다. 한 아저씨는 한국팀 선수들의 사진을 갖고 싶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혹시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물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떻게 기약할 수 있겠는가. 마침 축구선수 핸드폰줄이 딱 하나 남아있어서 그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입이 귀에 걸리고 만다.
한국팀을 그렇게 열심히 응원했냐며, 정말 고맙다는 내 말에, 애미가 덧붙인다.
"우린 아시아인이잖아. 한국도, 일본도, 그리고 말레이시아도."
그들이 우리를 같은 아시아인으로 봐준다는 것.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마웠다. 요새 동남아시아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이 현지 노동자에게 하는 것이나 한국에 들어온 동남아시아인들에게 한국기업이나 정부가 하는 짓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한국을 '하나의 아시안'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얼마나 감지덕지한 일인가.
월드컵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아시아, 그리고 세계가 똑같이 하나라는 것. 둥그런 축구공처럼 세계인은 잘 살든, 못 살든 모나지 않고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함께 살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 말이다.
난 한국에겐 아직도 기회는 남아있다는 것에 무척이나 기뻤다. 그들이, 한국이 무시해왔던 그들이, 한국인도 하나의 아시아인이라고 불러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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