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쎄에서 자꾸 내 손에 들어오는 내 것이 아닌 그 무엇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라오스
여행기

빡쎄에서 자꾸 내 손에 들어오는 내 것이 아닌 그 무엇들

고구마 20 1284

 

같은 도시라도 각각의 여행자가 가져가는 느낌은 다 천차만별이긴하죠. 일단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에 따라 그 지역과 합이 맞고 안 맞고 하니까요. 그래서 전 여행기를 볼 때 막 좋다는 말도 안믿지만, 그저 밋밋하게 별볼일 없다는 말도 똑같은 이유로 안 믿어요. 사실 20년째 같이 살고 있는 요왕과도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는 무척 다를 정도니까요. 

사실 빡쎄(빡세,팍세,팍쎄)는 도시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다지 볼게 없긴 하지만, 라오스 남부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필연적으로 거쳐야 되는 곳이라 다 짧게나마 기억의 조각들이 있을거에요. 

저에게는 빡쎄의 여행자 구역인 강변 구시가지의 고풍스런 느낌들이 꽤 좋아 좀 정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에게는 몇몇 일들이 생기면서 좋은 느낌으로 남은 곳인데요... 다른 곳에서는 안 생기는 해프닝들이 한꺼번에 생겼어요. 

 

첫 번째. 무료 숙박권~

일전에 말했듯이 아는 분이 급히 빡쎄를 떠나시면서 남긴 빡쎄호텔에서의 나머지 숙박 4박.

우리는 환전을 충분히 해오지 않아서, 돈뎃에서 빡쎄로 돌아가면 숙소를 저렴한 곳인 낭노이나 강변 언저리의 캠세 또는 요왕이 예전에 묵었던 싸바이디2으로 갈까?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숙소가 한방에 해결되었지 뭐에요. 

빡쎄호텔은 올해 10월까지 리노베이션 공사를 한다고 하니, 출도착할 때 하루 정도는 묵기에 괜찮지만요, 장박을 하기엔 소음 때문에 좀 괴로울거에요. ^^

하긴 빡쎄에서 장기체류 하는 여행자도 별로 없긴 하겠지만요...

 

 

두 번째는... 길에서 괘 큰돈을 주웠지 뭐에요.

우리는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이지만 그동안 뭔가 가치 있는 걸 주워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국수를 먹으려고 빡쎄 호텔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와 길가에 발을 딛자마자 요왕이 돈을 주은거에요. 돈이 한번도 아니고 두번으로 접혀져서 아주 자그마하게 땅에 떨어져 있길래 무심결에 일단 줍기는 했는데, 국수집 가는 도중에 펴보니 아니 이게 뭐야~~ 총 20만낍입니다. 

바트로는 800바트 정도 우리 돈으로는 27,000원 정도죠. 이 정도면 라오스에서는 좀 큰돈에 속할라나요. 잃어버리면 무척 속상할 무게감...-_-;;

이런 돈을 줍는 운이 빡쎄에서 생기다니...우리나라에서 백원짜리 동전은 주워봤어도 말이에요. 

사실 맨 처음에 돈을 봤을 때는 앗싸~ 하는 맘이 번개같이 순간 들었지만, 저도 돈 잃어봐서 아는데... 돈 잃어버리면 정말로 애가 타거든요. 막 여기 저기 오만데를 다 뒤지고, 절대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까지 다 뒤집어엎고... 본데 또보고... ㅠㅠ

돈 주인이 발 동동 구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내 경험이 겹치면서 조급해 지더군요.

그래서 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하는데...

1안 – 우리가 주웠던 그 지점 길바닥에 다시 놓는다... 이건 좀 그렇죠. 개가 물어갈지도 모르고 바람에 휘잉~ 날려가 버릴 수도 있고 말이에요. 

2안 – 경찰서로 간다. 근데 현금 20만낍 잃어버린 사람이 돈 찾겠다고 경찰서로 찾아갈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것도 탈락

3안 – 숙소 프론트에 맡긴다. 위치로 보아하건데 손님일 수도 있고 직원일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원주인에게 되돌아갈 확률이 제일 높겠죠. 

 

재빨리 국수를 흡입하고는 숙소 프론트로 다다다 가서 

“이 돈 이 앞에서 주웠어요. 누가 잃어버린걸거에요. 누군가가 뭔가를 찾으면 돌려주세요.”하고 맡기게됩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재차 설명하니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혹시 원주인을 못 찾더라도 라오스에서 줏은 돈이니까 라오스 사람들이 쓰면 좋을듯요. 그나저나 정말 돈 잃어버리면 애가 많이 타는데...-_-;;

 

 

세 번째는... 빨래를 맡겼다가 저녁에 찾아와서 정리를 하다 보니 낯선 검은색 반바지 하나가 있지 뭐에요. 크크, 이게 뭐야.

사실 누가 입었는지도 모를 남의 집 반바지가 뭐 반갑겠습니까... 물론 이것도 다음날 빨래방에 가져다 주었어요. 

여행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간혹 있어요. 물론 우리 빨래도 없어지기도 하죠 ㅠㅠ

 

돈이랑 바지가 금세 되돌아가긴 해도 어쨌든 우리 품에 한번 왔다간거니까... 억지춘향이긴 하지만 좋은 일에 끼워넣어야지...^^

 

 

네 번째는 빵을 사러 갔을 때의 일이에요. 

13번 도로 바로 북편 뒷길에는 서양인,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인 아저씨가 운영하는 아주 작은 빵집이 있습니다. 이름은 ‘라 블랑제’였어요. 빵은 오전에만 판다고해서 우리는 11시 즈음에 총총거리며 갔죠. 

이곳은 서양인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는지 문간에 서양인 남자들 몇 명이 담소 중이었어요. 아마 다들 프랑스인들?

우리는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 빵 사러 온 모션을 취하며 가게 안 쪽으로 들어갔는데...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선반에는 빵이 거의 남아있지를 않네요. 매대 사이즈로 봐서 매일 굽는 빵도 그렇게 대용량은 아닌거 같아요. 그냥 가정집 제빵소? 

당황모드로 얼쩡거리는 우리에게 주인아저씨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더니, 

“오~ 오늘 만든 빵들은 이미 아침에 다 나가고 남은 게 이거밖에 없어요. 우리는 매일매일 그날 팔릴 정도로 만들거든요. 여기까지 왔는데 안됐네. 이건 그냥 당신들을 위한 프리 오브 차지. 맛이나 보세요.”

그러면서 크기가 꽤 되는 묵직한 바게트 빵을 봉지에 담아 주는 겁니다. 

어멋~ 이게 뭐지. 어차피 우리가 사도 되는거였는데...^^

그래서 빵을 하나 공짜로 얻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빵은 일반적인 바게트랑은 맛이 달랐어요. 엄청 묵직하고 약간 찐빵같은 질감에 신맛도 꽤 나던데... 프랑스 제과제빵 잘 아시는 분들 계신가요?

 

 

빡쎄에서 지낸 날들이 며칠 되지도 않는데 뭔가 좋은? 일들이 생겨서, 저는 이 마을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엔 왓푸도 안 가고 볼라벤 고원도 안 갔어요. 곧 다시 올 듯 해서요...

다른 여행자분들에게 이 두물머리 도시 빡쎄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구만요. 

 

 

 

라 블랑제. 흰색 옷 입은 사람이 주인
4e583bfa5ceba1eb19c296e6617e8aca_1531634933_2987.jpg


겉은 바게뜨처럼 보이나 속은 밀도있고 새콤한 찐빵 같았다.
4e583bfa5ceba1eb19c296e6617e8aca_1531634933_3411.jpg

 

 

 

 

(끝)

 

 

20 Comments
필리핀 2018.07.15 16:21  
공짜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

저에게도 팍세는 꽤 괜찮은 곳으로
기억되어 있어요
나중에 은퇴하면 살고 싶을 정도로^-^

나중에 왓푸랑 볼라벤도 꼭 가보셔요!
고구마 2018.07.15 18:51  
네. 담에 가면 가볼곳을 남겨두고 왔다고 생각해요.
오...은퇴이후의 삶이 그려질정도 맘에 드셨다는....? ^^
세븐 2018.09.23 12:37  
와 두분이 느낀 감정을 느껴보고자 올12월에 필히 우본 거쳐 다녀와봐야겠습니다^^
뽀뽀송 2018.07.15 17:01  
저 바게뜨, 왠지 술빵이 생각나네요. 얌.....
고구마 2018.07.15 18:50  
식감도 찐빵같고 시큼한 효모 냄새도 나고 정말 술빵이랑 싱크로가...맞네요.
Binny 2018.07.15 23:13  
신맛같은 건 아마 발효종으로 발효해서 그럴거에요.영어로 사워도우라고 하는 거요 ㅎㅎㅎㅎ
발효종이 점점 나이가 들면 신맛이 덜해지구(안나진 않음) 풍미가 깊어져요
Binny 2018.07.15 23:18  
그나저나 찐빵같다니 맛 표현하신 것도 그렇고 발효종이 아직 젊은가봐요. 바게뜨는 길지만 또 묵직하지는 않아야 잘 된 건데..
참 불어로는 르방이라고 합니다 ㅎㅎㅎㅎ 사워도우라고 하기도 하고 르방이라고 하는 빵집도 있어서요 ㅎㅎㅎㅎ
이상 빵수니 스피드웨건 이엇습니당.
고구마 2018.07.16 08:50  
상세한 설명 정말 잘 보았습니다.
역시 전문가가 나타나셔서 이렇게 딱 해답을...주시다니.
저 공짜로 선물받은 빵은 다음날 점심으로 잘 먹게되었어요.^^
세븐 2018.09.23 12:38  
이 빵집때문에 팍세 가고싶어지네요
샤이닝55 2018.07.16 08:47  
저는 왓푸를 남겨두고 왔어요.
팍세~ 제게도 좋은 곳으로 남아있습니다.
고구마 2018.07.16 08:51  
오...그럼 볼라벤고원은 다녀오신거군요.
도시 분위기가 참하더군요. ^^
cafelao 2018.07.16 10:17  
빡세가 마음에 드셨군요
저도 살아보고싶은곳이 빡세랍니다.
도시규모 , 교통 , 주변 동네 등등 참 맘에 드는곳이에요
소소한 일들이 정말 많이 있으셨군요.
필리핀 2018.07.16 14:41  
역류님을 팍세 교민회장으로 추대하고
우리 알콩달콩 모여 살아보아요~^-^
고구마 2018.07.16 21:33  
어머낫. 카페라오님도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이곳을?
저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서도....이번에 못본게 꽤 많아서 다음에 짧게나마 여행을 또 할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
라오코리아LaoKorea 2018.07.18 08:32  
좋은글 감사합니다
peach96 2018.07.24 10:50  
라오스 남부 팍세는 처음으로 가는데요. 환전은 어디에서 하는것이 가장 좋을지요? 확인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달그락3 2018.08.09 21:14  
라오스에서 알고 있는 곳이란 국민코스뿐인데 팍세가 좋아 보이네요. 가볼까나...
세인트신 2018.09.24 16:34  
라오스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같은 여행기라도 너무 친근하게 묘사해주셔서 흥미진진 했어요~
라오스는 비엔티안에서 루앙으로 날아갔다가 죽음의 스피드보트 타고 치앙콩으로 나간 경험밖에 없어서 언젠가(아니면 곧?) 남부를 한번 경험하고 싶었는데 잘 읽었습니다~!!!
돼지국밥0 2018.10.07 11:15  
라오스 여행 생각중이어서 보고 있었는데정말 감사합니다
나실이 2018.11.14 18:46  
이모네앞치마  사장님도 추천해주신곳인데~
저도 함가봐야겠어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