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한 캄보디아 여행 3
정확히 4시 20분경 잠이 깼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다니. ㅋ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왓는데 기사가 아직 나와있지 않다. 역시 좀 더 뺀질해 보이긴 했다. 좀 더 영어를 잘 하는 듯 해서 바꿨는데.. 착각이다 ㅠ.ㅠ 이틀 같이 다녀보니 전 기사보다 그리 나을 것도 없다 ㅠ.ㅠ 호텔에 가야 좀더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사를 구할 수 있는건가.
기분이 상하고 일출시간에 못 맞출까 조바심이 난다. 여기까지 와서 성격 급한 티 낼 필요 없겠지. 앙코르왓에서 못보면.. 길을 달리는 중간에 일출보면 되는거니가. 맘을 여유롭게 먹기로 했다. 기사는 노 프로블럼이라며 여유만만이다 ㅠ.ㅠ 패딩점퍼를 들고 나와 입더니 출발하잔다. 호오 겨울도 아닌데 패딩점퍼라니. 나중에 보니 그 기사가 하는대로 따라했어야 했다. 새벽길 달리는데 무지 추워서 정신이 없었다.설에서 입던 모 자켓이라도 갖고 나올걸.. 낮에는 차에 두고다니면 되는데^^ ;;;
밤하늘 같은 새벽 하늘이 예쁘다. 예전 사막 하늘처럼. 툭툭이 달린다. 절대 앙코르에서의 질주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새벽이나 낮이나 밤에 달렸던 길들.. 양 옆으로 열대나무와 호텔들과.. 좀 더 달리니 강과 ..달과..하늘과.. 약간 춥긴 하지만 이 기분이 정말 특별해서 그런지 참을 만 하다.
다행이 제 시간에 앙코르왓에 도착했다. 툭툭이 느리게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ㅋ
발 밑이 깜깜하다. 손전등을 숙소에 두고오다니 바보 ㅠ.ㅠ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그들을 따라가면 된다.. 길도 평지이니 걸릴 것 없고.
아직 달이 떠 있고.. 사람들은 후레쉬 터뜨리느라 정신 없다. 나두 사진을 찍어봐야지 하는데 카메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밧데리가 없단다. 무슨 말이냐. 어제 새 걸로 바꾸어 줬는데.. ㅠ.ㅠ이틀간 사진 없이 다닐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약간 실망스럽다. 맘 속에 기억될텐데 무슨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여기여기 다녀 왔다고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ㅋ 때론 보여지는 게 중요할 때도 있으니까.. 내가 늙었을 때 젊은 날들의 앨범을 볼 때 필요하니까.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앙코르왓은 일출 즈음에 보니 더 멋지다. 멀리서 보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가까이서 보고싶다. 웅덩이에 비친 모습을. 비스듬히 서니 정말 고푸라 5개 모두 물에 비친다. 책에서 말했듯이. 볼만하다. 어제 사진 찍어줄걸..후회스럽다. 여기 배경으로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ㅠ.ㅠ
반대편으로 돌아서니 하늘이 멋지다. 어슴푸레 달과 함께. 약간의 물안개와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해자에도 물 안개가 끼었다. 사실 일출보다 이게 더 인상적이다.
반티스레이로 향한다. 물 안개가 끼어서 그런지 공기가 축축하고 덕분에 먼지도 덜 나서 좋다^^ 달리는데 강 저편으로 막 떠오르는 작열하는 붉은 태양이 보인다. 아아 내 사진기 ㅡㅡ ;;
맞은 편으로 교복입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다. 여기 있는 내내 같은 교복만 본다. 학교마다 차이가 없나보다. 옆으로는 역시 가게들과 가정집인듯한 건물이 많이 보인다. 빨래 널어놓은 것.. 외양간의 흰 소.. 밥 짓는 연기.. 벼 ? 인지 베는 아낙도 보인다. 차도 별로 없다. 붐비지 않는 길을 달리면서.. 일상적인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역시 여행와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몇번째 드는 생각이다^^
<길>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공항에서 다운타운 까지의.. 전형적인 관광지다운 길.. 이른 아침 유적자로 가는 길.. 유적지에서 유적지로 이동하면서 지나는 길.. 앙코르의 밤길과 세벽길.. 반티아이 스레이 가는 시골길..가장 적나라한 그네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톤레삽 호수 가는 길.. 큰 장을 스쳐지나 롤레이 가는 길.. 여행 다녀와서 가장 그리운 것이다.
반티아이 스레이 가는 길은 한시간 남짓 걸리는 듯 하다. 물론 오늘 빌린 툭툭이 상태가 좋지 않아 천천히 달려서겠지만.. 처음엔 느긋하니 좋았는데.. 나중엔.. 과장 조금 섞어 얼어 죽을 뻔 했다. 하지만 그렇게 춥게 달려온 길도 좋았다.. 길..길.. ㅋ
아침을 먹어야지 생각이 들어 반티아이 스레이 앞 가장 깔끔해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섰다..손님은 나 혼자다. 추워서 덮을 거라도 달라 했더니.. 가게에서 파는 비단 천을 가져다 준다. 담요면 되는데.. 황송하다^^ ;; 천을 두르고 덜덜 떨고 있자 그 집 할머니인지.. 안고 있으라며 뜨거운 물이 든 패트병을 준다. 정말 감사^^ 조금 살 것 같다.
볶음밥을 주문하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밥이 나왔는데.. 미안하지만 생각보다 별로다. 닭을 위장한 정체모릉 고깃 덩어리들과 이름모를 나물류들.. 쓰다. ㅠ.ㅠ 하지만 얼어죽을 뻔 한걸 살려줬다고 상기하며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참, 어제도 그렇고 이렇게 관광지 앞 식당들은 젓가락과 숫가락을 물이 가득 든 컵에 넣어 서빙한다. 신기하다. 별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데 ㅋ 후식으로 커피를 시키는데 맛이 영 이상하다. 알고보니 밑에 깔린 연유를 섞어마시는 거다. 맛이 달달하다. 이것도 컵을 밥뚜껑 같은 것에 받쳐서 서빙한다. 정말 특이.
여전히 음악 들으며 지금가지 있었던 일을 써 내려갔다. 이렇게 일기쓰는 시간이 꽤 걸린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메모하던 걸 내려두고.. 식당집 딸내미가 걱정할까봐.. 화장실 갔다 다시 올게 했다.. 소심.
화장실. 여기 유적지마다 화장실이 하나씩은 있는데.. (프놈바켕 빼고.. 여긴 따로 500리엘 내고 들어갔다) 시설이 꽤 괜찮다. 어둡지만. 앞에 직원이 있고 유적지 패스를 보여주면 통과된다. 신기했던 건 변기 뒤 벽에 변기위에 쪼그리고 올라가 있는 그림이 있고 엑스가 되어있다는 거다. 가끔 그렇게 올라가는 사람이 있나보다. ㅋ
화장실로 가는 길 옆으로 작은 못이 있고 연꽃이 피어있다. 여긴 어딜 둘러봐도 좋구나. 들어가려는데 입구 즈음에 한 여자아이가 앉아있다. 지뢰때문인지 얼굴을 많이 다쳤다. 구걸중이다. 가슴이 덜컥한다.
정말 전생이라는 것이 있어 업보때문에 저리 되었을까.. 우선은 화장실이 급했고.. 나도 가난한 배낭여행잔데 뭘.. 생각하며 지나쳤다. 볼일 보고 나오면서 다시 지나는데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유적지에서 1달러만 달라고 따라 다니는 아이들.. 불쌍하지도 않았고.. 식당같은데서 일할 수도 있을텐데.. 어른들이 시켜서 쉽게 돈 벌려고 하는구나.. 부정적이었는데.. 이 아이는 얼굴이너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다쳐서 일그러져 있어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싶다. 부모를 잘 만나지 않은 이상 저렇게 평생을 먹고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1달러를 꺼내 주었다. 아이가 손을 모으고 인사한다. 얼떨결레 나도 마주 인사해주었다. 뒤로 돌아서는데 울컥하다. 이후로도 가끔 그 아이를 생각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더 주고 올걸.. 10달러쯤 한국에서는 큰 돈도 아닌데.. 당분간 구걸 안나와도 되ㅆ을텐데.. 더 줄걸.. 돈 아낀다고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반티스레이는 정말 볼만 했다. 건축 양식은 인도를 많이 따라서 독특했고 그러면서도 조각은 익숙한.. 힌두교 신화가 보였다. 정교하고 섬세하고.. 붉은 빛이다. 아.. 앙코르 유적들은 대부분 붉은 색을 띈다. 기본적으로 흙 색이 그런 듯 하다. 하지만 여기 반티아이 스레이는 정제된 붉은 색이다. 아아.. 인도 양식이라구 ? 인도에 가고 싶다. 가장~~~아름답고 좋았던 유적지다. 역시 가이드와 함께여서 인지도 모르겠다. 딴 사람들 가이드였는데.. 조금씩 따라 다니며 들었다. 여기서 본 가이드 중에 가장 영어를 잘 하고 설명도 재미있다. 마음 깊이 감사^^
그 가이드 자동차를 따라 가려고 했으나 툭툭 기사가 늑장을 부려 그럴 수 없었다.. 하긴.. 중간에 툭툭이 몇번이나 고장났으니까 어차피 못 따라 갔을거다. 느린 툭툭이를 타고 대순회 코스로 이동한다. 중간에 고장이다. 풀잎 대를 뜯어서 고치고 있다. 민간 요법인 것 같다.. 한참을 서 있는데 동네 꼬마들이 와서 참견을 한다.^^ 학교 가는 길인지 다녀오는 건지 교복에 가방을 메고 있다. 아이가 자꾸 웃는다. 헤헤 그러고보니 가방에 XXX유치원이라 적혀있다. 한국에서 공수된 건가 보다. 반갑다. 기사가 다 고쳤다고 출발한다. 집이 어디냐 물어봐서 태워줄걸 그랬다. 아이니까 위험하지도 않고… 인가도 띄엄띄엄 있던데.. 볼펜도 숙소에 놓고 와서 못줬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툭툭이 달린다. 조금 졸려서 모자를 덮고 잔다. 갈 때 보다 올 때가 빠르다. 타솜에 도착했다. 더 잘거냐고 묻는다. 아니.. 시간이 아깝잖아^^ ;; 박공 벽 위로작은 불상 조각들이 나란히 있다. 불교 사원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길을 걸어 들어갔다.. 볼만한 건 글쎄.. 잘 모르겠다. 길 끝까지 가니 아버지와 딸이.. 정확히는 지뢰때문인지 한 팔을 잃은 아버지와 그 딸이 책과 옆서를 팔고 있다. 원하는 게 없어 돌아서면서도 미안해서.. 잘 봤다고 고맙다했더니 괜찮단다.. 구걸하지 않는다. 아쉬워하지도 않고 가는 사람 더 보라고 잡지도 않는다. 오히려 딸이 적극적인데 아버지가 점잖게 말린다.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도 있구나.
니악뽀안은 건기라 그런지 먼지만 날리고 물이 없다. 너무 더워 안쪽 중앙 섬 까지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가장자리 그늘을 따라 거대한 외양과 책 내용만 대충 확인하고서 길을 나섰다. 나서는 길에 줄지어선 장사치 ? 아이들이.. 무언가를 가리키며 한국어로 사탕이라고 얘기도 하고.. 엽서를 보이며 한국어로 일달러 이달러 하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다녀간 걸까. 오지쯤으로 여기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나보다.
프레야칸.. 왕궁이라 그런지 규모가 상당하다. 입구에 표 검사하는 아저씨를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공무원이라 그런지 말이 좀 더 통한다^^ 앙코르 톰 남문처럼 양 옆으로 유해교반 조각이 되어있다. 프레야칸 입구 박공벽 위쪽으로 역시 불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구조는 층층이 되어있다. 옆으로 길게는 회랑이었던 듯 하나 심하게 부숴져 있다. 타 프롬처럼 나무 뿌리가 덮은 곳도 군데군데 보인다. 얘기로는두 여왕 ( ~~~왕의 두 부인) 조각이 있다는데 찾기 힘들다. 귀찮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