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한 캄보디아 여행 2
제 시간에 눈을 뜬다. 알람이 울리기 전. 잠 못들어 그렇게 뒤척였는데도.. 신기하다.ㅋ 한국에서도 이러면 좋을텐데. 모기에 서너방 물린 듯 하다. 가렵다. 캄보디아 여행시 필수적인 것 둘 : 모기향.. 아마 호텔 프론트에 말하면 준비해 줄 듯.
툭툭을 타고 유적지도 향한다. 아침공기가 쌀쌀하고 시원하다. 다른 여행자들과도 눈짓으로 아침인사를 나눈다. 혼자 여행오길 정말 잘 했구나아 ㅠ.ㅠ 새삼 감동이다. 유적지로 들어가는 길은 꽤 멀다. 한참을 달린다. 유적이 밀림 속에 묻혀있어 오랜 기간 발견이 안 되었다는 게 이해가 간다^^ ;
여기 오기 전.. 여행 준비할 때 내가 생각한 씨엠리업은.. 그냥 자그마한 장터와 마을이 있고.. 조금 오래 걸어 들어가면 유적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정도였는데.. 걸어다닌다니.. 말도 안된다.. 그 더운 날 그 넒은 곳을 자전거타고 다니는 사람조차 놀라웠다.
앙코르왓을 일별하고.. 책에서 본대로다..그저 그렇군 생각하며..앙코르 톰 남문으로 향했다.. 문이 크다^o^ 내리자마자 한국어가 들린다.. 가이드 걱정은 괜히 한 듯 하다. 철판깔면 따라다닐 수 도 있을 듯 하나.. 그냥 <자유인>을 택하다. ㅋ 그 이후로도 가이드 걱정은 안했다. 도처에 한인 가이드가 보이고 영어가이드는 채일 정도로 많다.
나중에 다시 간다면 한인이든 현지인 가이드든 구해 같이다녀야지 싶지만.. 문제는 가이드의 <자질>이다. 옆에서 듣고 있으면 어찌나 설렁설렁 어리버리 한지.. 한심한 경우가 꽤 있고.. 한인 가이드의 경우는 어르신 패키지 여행 경우 그 분들에 맞게 설명하는 듯 하여.. 보다 전문적인.. 자세하면서도 포괄적인.. 자신에게 꼭 맞는 가이드 찾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남문을 통과하여 바이욘으로 향했다.. 또 한참을 달려 들어간다. 이 곳에서 우선 놀라운 건.. 유적 하나하나도 대단하지만.. 그들이 모여있는 유적군이다. 방대하다. 옛 크메르 왕국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 하다. 현재는 돌로 된 사원들만 남아있고 목조로 된 건물들은 다 없어졌다고 했으니..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바이욘 입구에는 전재산을 사원에 바치고.. 사원 앞에서 작게 불상을 모시며 초를 팔아 근근히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할머니가 계신다. 때론 우매한 듯 보이는 이들이 가장 현명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들에게 종교는 더욱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후진국일수록 종교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내가 지금 바이욘 서쪽에 있는건지..남쪽인지.. 알 수 없다. 이 이후로도 모든 사원, 유적지들은 구조가 복잡해 책을 여러번 읽고 갔어도.. 책 따라 다니기 힘들다^^ ;; 외부 회랑을 따라 패키지 팀이 가길래 슬그머니 끼어서 설명을 좀 들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민중을 위해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 벽화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책에서 본 압사라, 태국인들 식별이 가능했다.
왕의 행렬은 화려하고도 화려하다. 그 가운데.. 남루한 아이가 앉아있다. 그 옛 영화 한켠으로 아이가 마치 벽화인 양 앉아 있다. 그냥 허탈하여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과거속에 살고 있는건지.. 과거가 그 아이의 발목을 잡고있는건지.. 슬픈 풍경이다. 몇 달러라도 쥐어줄걸.. 볼펜이라고 주고 올걸.. 다녀와서 후회해봐야..
바이욘 사원 높이 올라갔다. 어딜보다 부처 얼굴 뿐이다. 곳곳 움푹한 곳에는 작은 사당이 차려져 있다. 외국인들이 절을 하고 시주한다. 나뭇가지를 잘라 점을 봐주는 할아버지도 있다.
한국 사람이 많다보니 어제 기내에서 만난 분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안부인사 몇마디 주고받고 사진을 부탁했다. 풍경사진은 엽서로 대체하고 주로 인물사진을 찍어야겠다.
바이욘은 나중에 내려와 겉에서 보니 정말 거대하다. 부처상이 현존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려오면서 내내 주변 사람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는데 한 청년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랬더니 대뜸 한국말로 인사한다^^ 지방 대학에서 영어 강사였다고.. 이날 몇번이나 마주쳤다. 타지에서 내 나라를 아는 타인을 만나다니 신기하다.
이게 다 인가 싶어 툭툭 기사를 찾았더니 다른 것들도 보고 오란다. 그러고보니 저 옆으로 다른 유적들이 보인다. 바푸온은 들어가는 길이 인상적이다. 해자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수문장도 보이지 않고.. 이건 전통적 크메르양식은 아니라고 한다.
조금 걸어들어가니 중앙 사원이 보이는데 수리중이다. 뒷 길 끝까지 가서 게시판을 보니 원래 누운 부처의 상이란다. 실소가 흘렀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다시 (다른 이들의) 가이드를 따라 피미아나까스로 향했다. 사진보다 매우 크다 ㅋ 계단을 걸어올라 갔더니 역시 제단이라 향불의 흔적이 있다. 무너진 벽에 올라 하늘이 보이는 사진을 찍는 이가 있길래 그대로 흉내내어 봤다. 시원하다.
조심스레 내려가 물 웅덩이 턱에 앉았다. 때로는 여유롭게. 돌뎅이를 싫어하는 친구가 같이 왔으면 벌써 질렸을 법 하다 ㅋ 아직 볼 것이 많이 남았는데.. 잠시 딴 생각을 하다 피미아나까스를 빙 둘러가 정면을 보았다. 흐음 후면보다 더 웅장하구나. 역시.
물어물어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이왕 테라스를 보았다. 너비가 넓다. 역시 사진은 믿을 바가 못된다. 코끼리들과 항공을 받치고 있는 가루다들.. 큼직한 조각들이다. 정말 많은 공을 들였을 법한 문둥이왕 테라스. 이런 식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부처들을 조각하여 자신의 문둥병을 고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툭툭 기사에게 돌아가야하는데 방향을 모르겠다. 차까지 다니는 땡볏의 도로를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았다. 덥다.. 목 마르다. 코코넛을 팔길래 맛나다던 친구의 말을 믿고 샀는데..알콜이 약간 섞인 맛이다. 냉냉하니.. 영 이상하다. 게다가 무겁다 ㅠ.ㅠ 팔 아플 정도로. 몇 모금 못먹고 노점상에서 물건 팔고 있는 아이에게 줘 버렸다. 무겁다는 시늉을 했더니 소리내어 웃는다^^ ;;
툭툭으로 가고 있는데 아이가 오더니 자기네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삐끼다^^ ; 음식도 디스카운트가 되다니.. 2달러인데 1달러에 주겠단다. 그냥 먹을 걸 그랬다. 앙코르 왓 앞으로 이동하여 먹었는데.. 더 비싸다. 아깝다 ㅠ,ㅠ 치킨 볶음밥과 맥주는 꿀맛이다. 이렇게 착착 붙다니 ㅋ 혼자있기 뻘쭘할 뻔 했으나.. 음악 들으며 일기 ? 를 쓰니.. 바로 앞에 앙코르왓도 보면서..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다니면서 수십번은 한 생각이지만 혼자오길 잘 했다.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고.. 모든 걸 내 뜻대로.. 처음의 그 두렵고 외롭기조차 했던 감정들이 생뚱맞게 여겨진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