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객 in Angkor Wat [셋째날]
12월 21일 새벽 4시 30분.
정말 기적처럼 모닝콜 한방에 눈이 떠진다. 말도 안된다. 아직도 밖은 까맣다.
어젯밤의 비싼! 마사지가 값을 하는지 몸도 멀쩡하다. 밤에 샤워도 미리 하고 잔데다가 혹시 늦게 일어날까봐 옷도 미리 챙겨두고 잔 덕분에 바로 모자만 쓰고 뛰쳐나온다.
사용. 빨간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웃어주는 한편 속으로 걱정해본다. 반바지에 반팔에 운동화라... 너무 추운거 아닌가? 맞다. 툭툭타고 달리는데 많이 쌀쌀하다...;;; 일부러 가져온 바람막이가 무쟈게 생각난다.
몇명 없을것 같다라는 생각에 툭툭에 올라타 새벽공기를 가르는데 왠걸, 수십대의 차량행렬이 길을 밝히고 있다. 부지런한 인간들. 복받아라~!!!
차가운 바람을 뚫고 5시쯤도착한다. 태사랑에서 읽은 정보대로 얼릉 모닝커피 파는 사람들을 찾는다. 젠장. 못찾겠다. 게다가 너무나 깜깜하여 어디가 어딘지 알수도 없다. ( 꼭 미리 정확한 위치 알아두고 가셔야 모닝커피 드시며 아침해를 맞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미리 알아가셔요 ) 집에 두고온 작은 맥라이트 손전등이 생각난다.
외국 배낭족애들 다들 손전등 밝히고 성큼성큼 가길래 재빨리 뒤에 따라붙는다. 눈이 마주쳐 씨익 웃어주니 친절하게도 내 발앞에까지도 불을 비쳐준다. 고맙다고 인사해준다 ㅎㅎ.
앙코르 왓트 입구에 들어서니 무쟈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와중에 한국사람임을 정확히 알려주는 위아래 츄리닝 입은 아가씨. -_- ;; 얼굴이 귀여워서 용서해주지만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 츄리닝은 한국사람들 밖에 안입는것 같다. 게다가 위아래 맞춰입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일출 후 다시 호텔로 들어와서 살짝 잠을 청해주신다. 10시에 일어나 공짜 아침밥은 반드시 챙겨먹고 10시 30분에 다시 일정을 시작해본다. 오늘은 반띠아이 쓰레이로 가는날. 원래 갈 생각이 없었지만, 사방이 뚫린 툭툭 통해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기분좋아서 일부러 툭툭타고 싶어서 37km나 떨어진 곳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덜탔다. 아무래도 모자와 선블록 덕택인것 같다.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시세이도 매장. 30짜리. 플래티넘 카드 15%할인으로 24,352원 ㅋㅋ 매우 요긴하니 선블록 잊지마세요~ ) 아, 운동화. 너무너무나 다행이다. 한국의 여름생각하고 쓰레빠 끌고 왔다가 기절해버렸을것 같다. 오늘은 어제 냉동실에 넣어둔 생수와 (하지만 얼지 않았다 ㅡ..ㅡ;;) 수건도 한장 챙겨간다. 툭툭 탈때 가끔 비포장도로와 대형 트럭이 만나면 그때 뿜어지는 매연+흙먼지는 죽음임을 경험한터라, 땀닦기+먼지가리개 용도로 준비해준다. 아~ 선그라스도 오늘은 껴야지.
툭툭에 푸욱 빠져버렸다. 하루종일 유적지 땡볕에서 땀흘리다가 툭툭 그늘 밑에서 바람 맞으며 달리면 기분이 너무나 상쾌하다. 바람도 좋고 그늘도 좋고.
지나가며 보는 아이들한테 손흔들어주기도 좋다. 순박하고 착한 캄보디아 아이들은 툭툭만 지나가면, 길가의 아이들도, 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가는 아이도, 자전거 몰고 가는 아이들도 다들 웃으며 손을 흔든다. 첨엔 익숙치 않았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손을 흔들며 웃어준다. 그 덕에 입이 아프다. 눈 마주치면 웃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생뚱맞은 겨울 한국의 직장인 표정을 지어보이면 얼마나 서운할까 하는생각에 늘 웃음을 입에 머금고 있었다. 마주 오는 툭툭탄 여행자들간의 인사도 역시 미소로 답한다.
살풍경이 펼쳐진다.
신작로를 달리며 앞뒤를 훑으니 지나가는 차는 단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개발이 많이 되어야 하겠지만 이좋은 날씨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좋아 사람들은 낙천적이지만 그만큼 게으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가는길가에 5살정도 보이는 소녀가 동생과 함께 야자나무잎에 싸여있는 걸 판다. 오는길에 사줘야지. 맘먹는다. 갑자기 왜 캄보디아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을까 하고 생각했더니만 밤에 전기 안들어오는 집이 많다고 한다. 그럼 역시 엄마 아빠들은 할게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_-;;
빨간색 사원 쓰레이 좋다. 그래도 오는 길의 그 느낌은 더 좋았다.
쓰레이 앞에서 식사를 했다. 나는 싱하 맥주를 시키고 사용은 코코넛 주스를 시킨다. 어제 사용이 먹었던것을 시켜달라고 했다. 젠장. 나온 음식을 보니 고기가 빠졌다. -_-;;; 야채볶음만 나오다니 실망이닷. 사용은 오늘 점심에 이상한 수프를 시켰다. 먹어보라기에 도전하니 허거거거걱 실란트로로 우려낸 국물같다. (실란트로 아시죠? 한국에서는 고수라고 불리우는 쌀국수집에서 주는 묘한 냄새의 풀입니다. 저는 도전몇번했지만 영~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솔직히 태국에서 실란트로 들어간 태국음식을 먹어보라고 여기저기 가이드북에 써져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더군요. 그래서 맘 편하게 일식, 양식, 태국-실란트로 뺀! 마이싸이 팍취(실란트로 넣지 마세요~)를 외친-음식으로만 먹었지요 ㅎㅎㅎ)
드디어 야채 볶음과 흰쌀밥인 내 점심을 먹을 차례. 한 입 조심스레 떠서 먹어보니 허걱. 맛있다. ㅠ.ㅠ 고기가 없어도 좋았다. 음식이 입에 맞다니. 혹시 배탈날까 한국에서부터 데려온 정로환 당의정과 소화제가 정말 몸둘 바를 모르는 순간이었다. ( 단 한번도 약을 먹지 않았다 ㅋㅋ) 오 내가 좋아하는 샐러리도 담뿍 들었다. 국물에 밥비며 깨끗이 먹는다. 이런 다 먹고 나니 사진 찍어야지 결심했던게 생각났다. 빈접시라도 찍었다 -_-;;;
돌아오는 길에 집앞 길가에 테이블 한개 차려둔 노점들이 눈에 띈다. 갑자기 아까 그 아이와 놀던 소녀가 생각나서 툭툭을 세워 달라 한다. 저멀리 집안에서 맨발의 소녀와 동생이 뛰어나온다. 앗, 아까 보고 사주리라 맘 먹은 그 아이들을 우연히 마주쳤다! 야자수잎안에 포장된 야자열매 같은데 무지하게 달다.
얼마냐고 사용 통해 물으니 1000리엘이라고 한다. 1500리엘을 쥐어줬다. 그러니 잘못준줄 알고 머뭇거리길래 씨익하고 웃어준다. 동생이랑 같이 너무나 좋아한다. 사진도 한장 찍었다. 지금와 가장 생각 많이 나는 얼굴이다. 캄보디아 떠날때 이렇게 돈이 남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단 1불이라도 쥐어줄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볼펜이라도 한자루 줄것을..... 건강하게 이쁘게 커라고 마음속으로 빌어주며 다시 길을 떠났다.
두번째날의 일정은
앙코르왓 일출->반띠아이 쓰레이->반띠아이 쌈레->동메본->타솜->닉핀의 일정이었다.
오는길의 쌈레는 멀리있긴하지만 정말로 크고 보존도 잘되어 있는데 반해 사람이 너무도 없었다. 유적지에 나 외의 관광객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게다가 울창한 밀림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반대쪽입구에서 다시 거꾸로 들어가는데 마치 내가 첫 발견자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타 솜. 역시 타 프롬처럼 거대한 고목들이 사원을 휘감은 인디애나 존스 혹은 툼레이더의 그장면이 떠오르게 만드는 역시 내 취향에 딱 맞는 멋진 사원이었다 므흣.
그 와중에 음식이 입에 맞다고 긴장을 풀어서 그랬는지 역시나 약한 장이 나를 괴롭힌다. 천년의 유적도 아픈 배앞에서는 순식간에 돌맹이로 변해버렸다. 대충대충 보고 화장실로 뛰쳐들어간다. 유적지 중갖중간의 유료 화장실은 무척이나 쾌적하게 해두었다. 티켓이 있으면 공짜고 없으면 1000리엘, 캄보디아 국민은 500리엘을 내야 한다. 화장실안에 가니 변좌 엉덩이 두는곳 위에 쭈구리고 앉지 말라고 그림으로 써두었다. 일을 다보고 그림을 다시 보니 너무나 웃겨 사진을 찍어줬다. 나오는데 관리인이 나를 변태처럼 쳐다본다. 하긴 변기안에서 플래쉬가 터지니 나라도 변태처럼 생각하겠다 -_-;;;
마지막 사용이 정했던 일정말고 바이욘을 또 가보고 싶어졌다. 마침 석양이 뉘엿뉘엿 지려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바이욘. 화양연화의 양조위 처럼 벽에 말해본다. 눈물이 나려 한다. 양조위는 새벽의 앙코르 왓트였지만 나는 석양의 바이욘에 서있는다. 저녁무렵 관광객들은 다들 석양을 맞으러 프놈바켕이나 앙코르와트로 가는지 많이 한적하다. 노을에 비친 바이욘의 석상은 붉은 빛이 감돌아 많이 따뜻해 보인다. 나도 석상을 보며 웃어준다.
자, 드디어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
태사랑의 정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F.C.C를 간다. 수고한 사용도 같이 가야지. 오늘도 세트메뉴는 10$다. 야채수프와 숯불 구이 닭가슴살, 그리고 디저트는 파파야 파이와 아이스크림. 그렇지. 이더운나라에서 아이스크림이 참으로 먹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F.C.C는 누군가의 여행기처럼 마치 청담동의 어떤 바에 온듯한 기분이었다. 조명 한껏받은 유리로 둘러싸인 당구장과 1층의 작은 연못과 쇼파들. 2층의 패티오며 많이 이쁘다. 앙코르 생맥주를 2개 시켜서 잔을 부딪히니 사용이 Happy for you해준다. 자식. 예의를 안다. 나도 예의바르게 이야기 해준다.
you too! ㅎㅎㅎ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조금 느리게 음식이 나오는 편이다. 처음에 종업원이 한번에 줄까? 순서대로 줄까? 할때 한번에 달라고 했어야 했다 -_-;; 그나마 다행인것은 저녁 8시가 조금 지났는데 종업원이 소리지른다
"Stop Order!!!" 허걱. 준비된 음식이 떨어졌단다;;;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마사지를 받으러 갈까~하다가 툭툭 더이상 못탈꺼라는 생각에 다시 아쉬움이 나서 천천히 시내구경이나 시켜달라 한다. 시원한 봄날 저녁같은 기분좋은 날씨에 뒷자리에서 느긋이 구경을 했다. 올드마켓은 여전히 활기차네.
서울가든으로 가서 여행잘 했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이메일을 확인해본다. 역시.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돌아간다. ㅋㅋ 웃어야 될일인지 울어야 될일인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마트에서 맥주 한캔과 여행용 면도거품을 사서 들어온다.
피곤해서 맥주는 먹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정말 짧았던 3일간의 앙코르와트 여행.
회사 후배는 일주일간 여기 있으면 지겨울거라고 했지만 일주일도 모자란것 같다. 아쉬움 가지고 있는 지금의 마음이 더 좋을 거라 애써 자위하지만 역시 아쉽다.
봉인의 소문들이 많아지만 그것은 복원하면서 사원들의 많은 부분을 출입통제시켜서 나온 이야기일것 같다. 그래도 더 개발이 되기전에 찾아야 할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르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액자에 유리로 막아놓은것 같이 관광상품이 되기전에 하루빨리 와서 더 가까이 봐야만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앗. 역시 캄보디아 관련 책을 안산덕분에 공항출국세가 있다는것을 모르고 있었다. USD 25$. 태국으로 들어가는 덕에 다행히 태국돈이 있어서 내도 되냐고 물으니 1200바트인가내면 된다 한다.
따로 복잡한 과정없이 들어가자마자 티케팅하고 출국세내고 짐검사 간단히 하고나면 바로 대기실이다. 2층에 무슨 라운지가 있길래 가보니 소피텔 호텔에서 하는 쇼파있는 대기실이있네. 담배도 필수있고 간단한 음식 뷔페도 차려져있다. 커피 2.5$. 쾌적하다. 1층에서 힘들게 안좋은 의자에서 기다리느니 2층에서 커피 한잔마시며 앙코르와트의 기억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해서,
비행기 티켓을 빼고 (왕복이 아닌 모두 편도의 여정이었기때문에 항공료는 상상을 초월하게 비쌌네요 ㅠ.ㅠ 인천->베트남 하노이->캄보디아씨엠맆->태국방콕->인천의 4개나라 편도라니 -_-)
호텔비, 식사, 관광비용까지 총 450~500$ 정도 들었던 여행이었습니다.
3박4일간 혼자 지내면서 많이 지출한것 같지만.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고 놓고가는 좋은 여행이라 생각합니다.
죽기전에 꼭 한번 와봐야 한다는 말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네요.
많은 여행기와 여행정보 나누주신 모든분들께 감사합니다.
제 짧고 말안되는 여행기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압사라의 미소처럼 늘 웃음 잃지말고 행복하세요 ^^
정말 기적처럼 모닝콜 한방에 눈이 떠진다. 말도 안된다. 아직도 밖은 까맣다.
어젯밤의 비싼! 마사지가 값을 하는지 몸도 멀쩡하다. 밤에 샤워도 미리 하고 잔데다가 혹시 늦게 일어날까봐 옷도 미리 챙겨두고 잔 덕분에 바로 모자만 쓰고 뛰쳐나온다.
사용. 빨간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웃어주는 한편 속으로 걱정해본다. 반바지에 반팔에 운동화라... 너무 추운거 아닌가? 맞다. 툭툭타고 달리는데 많이 쌀쌀하다...;;; 일부러 가져온 바람막이가 무쟈게 생각난다.
몇명 없을것 같다라는 생각에 툭툭에 올라타 새벽공기를 가르는데 왠걸, 수십대의 차량행렬이 길을 밝히고 있다. 부지런한 인간들. 복받아라~!!!
차가운 바람을 뚫고 5시쯤도착한다. 태사랑에서 읽은 정보대로 얼릉 모닝커피 파는 사람들을 찾는다. 젠장. 못찾겠다. 게다가 너무나 깜깜하여 어디가 어딘지 알수도 없다. ( 꼭 미리 정확한 위치 알아두고 가셔야 모닝커피 드시며 아침해를 맞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미리 알아가셔요 ) 집에 두고온 작은 맥라이트 손전등이 생각난다.
외국 배낭족애들 다들 손전등 밝히고 성큼성큼 가길래 재빨리 뒤에 따라붙는다. 눈이 마주쳐 씨익 웃어주니 친절하게도 내 발앞에까지도 불을 비쳐준다. 고맙다고 인사해준다 ㅎㅎ.
앙코르 왓트 입구에 들어서니 무쟈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와중에 한국사람임을 정확히 알려주는 위아래 츄리닝 입은 아가씨. -_- ;; 얼굴이 귀여워서 용서해주지만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 츄리닝은 한국사람들 밖에 안입는것 같다. 게다가 위아래 맞춰입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일출 후 다시 호텔로 들어와서 살짝 잠을 청해주신다. 10시에 일어나 공짜 아침밥은 반드시 챙겨먹고 10시 30분에 다시 일정을 시작해본다. 오늘은 반띠아이 쓰레이로 가는날. 원래 갈 생각이 없었지만, 사방이 뚫린 툭툭 통해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기분좋아서 일부러 툭툭타고 싶어서 37km나 떨어진 곳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덜탔다. 아무래도 모자와 선블록 덕택인것 같다.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시세이도 매장. 30짜리. 플래티넘 카드 15%할인으로 24,352원 ㅋㅋ 매우 요긴하니 선블록 잊지마세요~ ) 아, 운동화. 너무너무나 다행이다. 한국의 여름생각하고 쓰레빠 끌고 왔다가 기절해버렸을것 같다. 오늘은 어제 냉동실에 넣어둔 생수와 (하지만 얼지 않았다 ㅡ..ㅡ;;) 수건도 한장 챙겨간다. 툭툭 탈때 가끔 비포장도로와 대형 트럭이 만나면 그때 뿜어지는 매연+흙먼지는 죽음임을 경험한터라, 땀닦기+먼지가리개 용도로 준비해준다. 아~ 선그라스도 오늘은 껴야지.
툭툭에 푸욱 빠져버렸다. 하루종일 유적지 땡볕에서 땀흘리다가 툭툭 그늘 밑에서 바람 맞으며 달리면 기분이 너무나 상쾌하다. 바람도 좋고 그늘도 좋고.
지나가며 보는 아이들한테 손흔들어주기도 좋다. 순박하고 착한 캄보디아 아이들은 툭툭만 지나가면, 길가의 아이들도, 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가는 아이도, 자전거 몰고 가는 아이들도 다들 웃으며 손을 흔든다. 첨엔 익숙치 않았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손을 흔들며 웃어준다. 그 덕에 입이 아프다. 눈 마주치면 웃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생뚱맞은 겨울 한국의 직장인 표정을 지어보이면 얼마나 서운할까 하는생각에 늘 웃음을 입에 머금고 있었다. 마주 오는 툭툭탄 여행자들간의 인사도 역시 미소로 답한다.
살풍경이 펼쳐진다.
신작로를 달리며 앞뒤를 훑으니 지나가는 차는 단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개발이 많이 되어야 하겠지만 이좋은 날씨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좋아 사람들은 낙천적이지만 그만큼 게으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가는길가에 5살정도 보이는 소녀가 동생과 함께 야자나무잎에 싸여있는 걸 판다. 오는길에 사줘야지. 맘먹는다. 갑자기 왜 캄보디아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을까 하고 생각했더니만 밤에 전기 안들어오는 집이 많다고 한다. 그럼 역시 엄마 아빠들은 할게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_-;;
빨간색 사원 쓰레이 좋다. 그래도 오는 길의 그 느낌은 더 좋았다.
쓰레이 앞에서 식사를 했다. 나는 싱하 맥주를 시키고 사용은 코코넛 주스를 시킨다. 어제 사용이 먹었던것을 시켜달라고 했다. 젠장. 나온 음식을 보니 고기가 빠졌다. -_-;;; 야채볶음만 나오다니 실망이닷. 사용은 오늘 점심에 이상한 수프를 시켰다. 먹어보라기에 도전하니 허거거거걱 실란트로로 우려낸 국물같다. (실란트로 아시죠? 한국에서는 고수라고 불리우는 쌀국수집에서 주는 묘한 냄새의 풀입니다. 저는 도전몇번했지만 영~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솔직히 태국에서 실란트로 들어간 태국음식을 먹어보라고 여기저기 가이드북에 써져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더군요. 그래서 맘 편하게 일식, 양식, 태국-실란트로 뺀! 마이싸이 팍취(실란트로 넣지 마세요~)를 외친-음식으로만 먹었지요 ㅎㅎㅎ)
드디어 야채 볶음과 흰쌀밥인 내 점심을 먹을 차례. 한 입 조심스레 떠서 먹어보니 허걱. 맛있다. ㅠ.ㅠ 고기가 없어도 좋았다. 음식이 입에 맞다니. 혹시 배탈날까 한국에서부터 데려온 정로환 당의정과 소화제가 정말 몸둘 바를 모르는 순간이었다. ( 단 한번도 약을 먹지 않았다 ㅋㅋ) 오 내가 좋아하는 샐러리도 담뿍 들었다. 국물에 밥비며 깨끗이 먹는다. 이런 다 먹고 나니 사진 찍어야지 결심했던게 생각났다. 빈접시라도 찍었다 -_-;;;
돌아오는 길에 집앞 길가에 테이블 한개 차려둔 노점들이 눈에 띈다. 갑자기 아까 그 아이와 놀던 소녀가 생각나서 툭툭을 세워 달라 한다. 저멀리 집안에서 맨발의 소녀와 동생이 뛰어나온다. 앗, 아까 보고 사주리라 맘 먹은 그 아이들을 우연히 마주쳤다! 야자수잎안에 포장된 야자열매 같은데 무지하게 달다.
얼마냐고 사용 통해 물으니 1000리엘이라고 한다. 1500리엘을 쥐어줬다. 그러니 잘못준줄 알고 머뭇거리길래 씨익하고 웃어준다. 동생이랑 같이 너무나 좋아한다. 사진도 한장 찍었다. 지금와 가장 생각 많이 나는 얼굴이다. 캄보디아 떠날때 이렇게 돈이 남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단 1불이라도 쥐어줄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볼펜이라도 한자루 줄것을..... 건강하게 이쁘게 커라고 마음속으로 빌어주며 다시 길을 떠났다.
두번째날의 일정은
앙코르왓 일출->반띠아이 쓰레이->반띠아이 쌈레->동메본->타솜->닉핀의 일정이었다.
오는길의 쌈레는 멀리있긴하지만 정말로 크고 보존도 잘되어 있는데 반해 사람이 너무도 없었다. 유적지에 나 외의 관광객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게다가 울창한 밀림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반대쪽입구에서 다시 거꾸로 들어가는데 마치 내가 첫 발견자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타 솜. 역시 타 프롬처럼 거대한 고목들이 사원을 휘감은 인디애나 존스 혹은 툼레이더의 그장면이 떠오르게 만드는 역시 내 취향에 딱 맞는 멋진 사원이었다 므흣.
그 와중에 음식이 입에 맞다고 긴장을 풀어서 그랬는지 역시나 약한 장이 나를 괴롭힌다. 천년의 유적도 아픈 배앞에서는 순식간에 돌맹이로 변해버렸다. 대충대충 보고 화장실로 뛰쳐들어간다. 유적지 중갖중간의 유료 화장실은 무척이나 쾌적하게 해두었다. 티켓이 있으면 공짜고 없으면 1000리엘, 캄보디아 국민은 500리엘을 내야 한다. 화장실안에 가니 변좌 엉덩이 두는곳 위에 쭈구리고 앉지 말라고 그림으로 써두었다. 일을 다보고 그림을 다시 보니 너무나 웃겨 사진을 찍어줬다. 나오는데 관리인이 나를 변태처럼 쳐다본다. 하긴 변기안에서 플래쉬가 터지니 나라도 변태처럼 생각하겠다 -_-;;;
마지막 사용이 정했던 일정말고 바이욘을 또 가보고 싶어졌다. 마침 석양이 뉘엿뉘엿 지려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바이욘. 화양연화의 양조위 처럼 벽에 말해본다. 눈물이 나려 한다. 양조위는 새벽의 앙코르 왓트였지만 나는 석양의 바이욘에 서있는다. 저녁무렵 관광객들은 다들 석양을 맞으러 프놈바켕이나 앙코르와트로 가는지 많이 한적하다. 노을에 비친 바이욘의 석상은 붉은 빛이 감돌아 많이 따뜻해 보인다. 나도 석상을 보며 웃어준다.
자, 드디어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
태사랑의 정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F.C.C를 간다. 수고한 사용도 같이 가야지. 오늘도 세트메뉴는 10$다. 야채수프와 숯불 구이 닭가슴살, 그리고 디저트는 파파야 파이와 아이스크림. 그렇지. 이더운나라에서 아이스크림이 참으로 먹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F.C.C는 누군가의 여행기처럼 마치 청담동의 어떤 바에 온듯한 기분이었다. 조명 한껏받은 유리로 둘러싸인 당구장과 1층의 작은 연못과 쇼파들. 2층의 패티오며 많이 이쁘다. 앙코르 생맥주를 2개 시켜서 잔을 부딪히니 사용이 Happy for you해준다. 자식. 예의를 안다. 나도 예의바르게 이야기 해준다.
you too! ㅎㅎㅎ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조금 느리게 음식이 나오는 편이다. 처음에 종업원이 한번에 줄까? 순서대로 줄까? 할때 한번에 달라고 했어야 했다 -_-;; 그나마 다행인것은 저녁 8시가 조금 지났는데 종업원이 소리지른다
"Stop Order!!!" 허걱. 준비된 음식이 떨어졌단다;;;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마사지를 받으러 갈까~하다가 툭툭 더이상 못탈꺼라는 생각에 다시 아쉬움이 나서 천천히 시내구경이나 시켜달라 한다. 시원한 봄날 저녁같은 기분좋은 날씨에 뒷자리에서 느긋이 구경을 했다. 올드마켓은 여전히 활기차네.
서울가든으로 가서 여행잘 했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이메일을 확인해본다. 역시.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돌아간다. ㅋㅋ 웃어야 될일인지 울어야 될일인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마트에서 맥주 한캔과 여행용 면도거품을 사서 들어온다.
피곤해서 맥주는 먹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정말 짧았던 3일간의 앙코르와트 여행.
회사 후배는 일주일간 여기 있으면 지겨울거라고 했지만 일주일도 모자란것 같다. 아쉬움 가지고 있는 지금의 마음이 더 좋을 거라 애써 자위하지만 역시 아쉽다.
봉인의 소문들이 많아지만 그것은 복원하면서 사원들의 많은 부분을 출입통제시켜서 나온 이야기일것 같다. 그래도 더 개발이 되기전에 찾아야 할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르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액자에 유리로 막아놓은것 같이 관광상품이 되기전에 하루빨리 와서 더 가까이 봐야만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앗. 역시 캄보디아 관련 책을 안산덕분에 공항출국세가 있다는것을 모르고 있었다. USD 25$. 태국으로 들어가는 덕에 다행히 태국돈이 있어서 내도 되냐고 물으니 1200바트인가내면 된다 한다.
따로 복잡한 과정없이 들어가자마자 티케팅하고 출국세내고 짐검사 간단히 하고나면 바로 대기실이다. 2층에 무슨 라운지가 있길래 가보니 소피텔 호텔에서 하는 쇼파있는 대기실이있네. 담배도 필수있고 간단한 음식 뷔페도 차려져있다. 커피 2.5$. 쾌적하다. 1층에서 힘들게 안좋은 의자에서 기다리느니 2층에서 커피 한잔마시며 앙코르와트의 기억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해서,
비행기 티켓을 빼고 (왕복이 아닌 모두 편도의 여정이었기때문에 항공료는 상상을 초월하게 비쌌네요 ㅠ.ㅠ 인천->베트남 하노이->캄보디아씨엠맆->태국방콕->인천의 4개나라 편도라니 -_-)
호텔비, 식사, 관광비용까지 총 450~500$ 정도 들었던 여행이었습니다.
3박4일간 혼자 지내면서 많이 지출한것 같지만.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고 놓고가는 좋은 여행이라 생각합니다.
죽기전에 꼭 한번 와봐야 한다는 말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네요.
많은 여행기와 여행정보 나누주신 모든분들께 감사합니다.
제 짧고 말안되는 여행기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압사라의 미소처럼 늘 웃음 잃지말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