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어두워지는 톤레삽..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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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어두워지는 톤레삽.. #9

수담 2 2956
여기는 어떤 곳일까...
방금전의 번화했던 시엠립 시내와 달리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생각지 못한 이곳 주민들의 삶의 모습은 내게 혼란스런 질문을 던진다...
' 무엇을 위해 넌 지금 이 길을 달리는가?...  너에게 기대란게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가?... '

예기치 못한 현상들이었다.
여행오며 ' 그곳 사람들은 우리보다 못 사는게 아니다. 단지 환경과 문화가 다를 뿐이지. 그곳은 그곳이지 절대 한국이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우리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 등의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며 길을 나섰다.
하지만.......
톤레삽으로 가는 길 주변과 호수주변의 삶모습은 나의 이런 다짐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경계한게 아니라 다만, 잠시.....      나도 모르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처럼 그렇게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진 때가 없었다. 그리고 까닭없이 미안했다...
 

몇 살이나 됐을까.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방향키를 잡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능숙한 솜씨로 배를 이리저리 뺀다. 한번 안아주고 싶을만큼 능숙했는데 순간 그 아이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 나보다 낫구나.. ' 싶었지.

조심스런 뱃길을 여는 양측으로 톤레삽의 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그리고 배를 타고 오가는 관광객(?)들은 그들을 구경한다. 뭔가 가리키는 손짓과 자기들만의 웃음, 그리고 사진도 찍어대며... 
' 쳐다봄과 구경의 차이는 여러 현실적인 차이를 안고 있구나...  미안해요.. 일몰만 있는 줄 알았는데.. '

뱃길로 가는 그 길의 주변모습은..  정말 미안하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전혀 이상할게 없는 그들의 문화이며 삶 자체인줄 알면서도 그들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바랬다.
좀더 깨끗한 집에, 좀더 깨끗한 물에,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지냈으면 했다.
아이들이 보인다. 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행여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은 글을 쓴다.
사람들은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사람 등을 접하며 이국적인 그 모습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 한장의 사진을 만들어 내곤 한다.
그리고 나같이 사진을 한다거나 여가 또는 취미 정도로 사진을 하시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디지털의 보급과 더불어 여러 현상으로 인해 여러 계층의 사진인들의 수가 거의 만수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사진인구에 비해 그 내부의 질서나 예의는 거의 잡혀있지 않은게 솔직한 우리의 현실이다.
혹시 캄보디아를 포함해 당신이 ' 거기 우리보다 후진국이야 '라고 (엄청난)착각을 하고 있는 곳을 다니게 된다면 함부로 그곳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셔터를 누르지 말기를 바란다.
최소한 그 사람에게, 당신이 찍은 그 사람의 사진 한장을 건네줄 수 있는 향후 책임감마저 없다면 말이다. 아니면 당신도 그들과 함께 나란히 사진에 찍혀라.
이색적이라 하여, 또는 이국적이라 하여 자못 오해를 살 수 있는 한장의 사진을 무책임한 짓으로 함부로 만들지 않기를 나 한사람은 바래본다. 찍는 사람에겐 그 한장으로써 어떤 큰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막상 영문도 모른채 그 사진에 담겨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그 본인, 당사자에겐 아무런 의미도 되지 않는 그런 사진은 제발 진지하게 생각해 주기를...

음....  잠시 흥분을 했네..  미안.....  휴 ~~~
 

이런 감상에 빠져 잠시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배는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 멈춰섰다.
끝을 찾아도 끝이 없고 그 끝의 한부분을 찾고자 하면 이내 한결같은 수평선에 그만 방향을 잃고 마는 그런 톤레삽의 그 어디쯤이다.
물살은 잔잔하고 띄엄띄엄 떠있는 우리같은 배들이 점점이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배들 가까이에선 보기에도 위태스런 어린이들의 작은 <바게스 배>들이 연신 고사리같은 노짓을 하고 있다. 어느분들은 어린 <바게스 배>를 보며 " 어린것이 벌써 돈맛을 봤구나... " 하며 안타까운 혀를 차기도 하지만...  글쎄...  그 애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며 우리가 긍정 또는 부정 등의 판단을 해도 될까...    최소한 우리는 그러지 말자. 난 정말 ' 나보다 낫구나.. ' 싶었거든...

돌아오며 뱃머리가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어. 그렇게 그것만 보며 가도 한동안 괜찮겠다 싶었지...
건강한 미소의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그분들의 고마운 딸.
아주머니, 그리고 나의 그림자가 물결의 표면위를 유유히 날고 있다~ 짙고 긴 여운을 남기며...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호수로 해는 지고 있다...


                    바다같은 톤레삽 호수(上)와  대견스럽던 그 아이의 말없음(下)
2 Comments
동네이장 2005.12.21 09:38  
  사진에 대한 글은 공감이 가네요.
한국에서나 외국에 나가서나 인물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항상 조심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인물 사진은
안찍을려고 합니다...
그래도 찍고 싶을 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있었음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최소한 양심이라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맑은풀 2006.09.26 12:02  
  그런생각않고 다들 막 그냥찍지요..카메라자랑하듯이 또 밤에는 열심히 지우고 찍고 ..막 짱나요..요즘 우리네 젊은이들도 배경이나 인물만 찍고 자기사진은 안찐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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