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의 똥고집 여행 28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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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의 똥고집 여행 28일 오후

달의 레아 8 3203


컴퓨터가 뻗어버렸었다. 요놈도 명절을 알고 쉬겠다는건지. 더는 못하겠다고
부팅을 안해버리더라..허.허. 달래도 안되고 때려도 안한단다.. 사진들이 고스
란히 하드에 있는데..결국 동생은 새로운 윈도우를 까는 강수를 써버렸다.

내 사진들은 날아갔을 것 같다며 포기하란다. 어이가 없어 실신할 뻔했다. -_-
단지 사진이 날아갔을뿐인데..다녀온 추억마저 날아간것처럼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았다..망연자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복구하는 방법없나..신정아가 삭제
한 메일도 복구했다던데.. CSI에의뢰하면 돈이 얼마나 나올까..고민하는데

천만 다행으로 사진은 보존이 되어있었다
기특한것..너무 기분이 좋아 동생에게 마구잡이로 뽀뽀해주려다가 골로 갈뻔
한 걸 제외하면..평온한 추석연휴이다..
다시 캄보디아의 추억속으로 들어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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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 - 씨엠립의 올드마켓 근처 Soup Dragon
나는 지금? - 나의 온 정신과 마음을 다해 메뉴를 10분째 노려보고 있는중.
공부를 이리 집중해서 했으면 지금쯤 인생이 달라졌을텐데..-_- 끌끌..

여행지에서는 기필코, 반드시 맛있는걸 먹어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에 불타
많은 분들이 추천해준 Soup dragon에 와있지만..정작 뭐가 맛있는지를 모르
겠어서 가슴치는 중이다. 종류는 또 왜이리 많니..

HP상승을 위해서는 고기가 좋은데..대낮에 스테이크 썰기엔 부담스럽고
밥을 먹을까..난 길쭉한 쌀은 싫은데..흐응..역시 면? 스파게티 맛있나?
매콤짭짤한게 먹고픈데..뭐가 있을까나..

메뉴를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노려본 후.. 다시 앞으로 넘겨 보고 또 보고..
결국 기다리다 지친 기색의 웨이터 아저씨가 다가오셔서 살짝 물어봤다.

"뭐가 맛있어요? ^^"

"뭐 좋아하는데요? ^^"

"맛있는거요 ^^*"

일순 굳으시던 웨이터 아저씨. 애써 웃으시며 대답하신다.
"하.하.하 여긴 다 맛있어요"

웃. 강적이시군.

"하.하.하. 그럼 이거 주세요..(맛없기만 해봐 ㅡ^ㅡ)"

새우와 야채가 들어간 볶음면을 시켰는데..처음나왔을땐 알수 없는 강렬한
녹색을 발하는 풀(?)이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생각외로 꽤 맛있었고 가격도
저렴해서 만족스러웠다.ㅇㅎㅎ

호텔로 돌아가 샤워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잠은 안왔지만..
태사랑에서 퍼온 자료대로 두시까지 휴식을 취했다.
사실, 우기때는 비도 오고, 건기때만큼 햇볕이 세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안그래도 된다. 그저 본인의 체력이 허락하는한 땡기는데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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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프레아칸이다. '성스러운 검'이란 뜻으로, 무슨 왕이 자기 아버지께
바친 사원이란다. 효자인가보다. 그치만 세속적인 울 아버지의 이론에 따르
면 사원이든 절간이든 죽고나선 다 부질없는 짓이란다. ㅡ-ㅡ

죽고나서 위한답시고 명당자리 쓸 생각말고 살아생전 강남 아파트에 모시기
위해 노력하랍신다..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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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원에 있는 보물들 훔쳐가시느라 온통 파놓은건 알겠는데..여기엔
유달리 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송송 나 있다. 도적님들께서 아트까지 고려해
서 파신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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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원숭이 춤? 우가부가? 문제는 저 진지한 표정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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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가상. 에.. 링가는..그...거시기를 상징한다고 한다*ㅡㅡ* 이거와 한짝이
요니상.. 링가와 요니가 만나 거시기하면 뭔가 우주론적 개념이 있다던데.
동네만 넘어가도 헤매이는 처지라 그냥 지나갔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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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진은 안찍는다는 원칙을 깨고 유일하게 찍은 사진)

한국에서 가져온 카라멜 막대사탕(긴급 HP회복용+약간의 행복지수 상승효
과)을 흐뭇하게 (침을 질질 흘리면서)쪽쪽 빨며 지나가다 사진 속의 너구리?
스컹크?다람쥐?그냥 쥐? 곰?족제비?혼혈?정체가 뭐니? 와 눈이 마주쳤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떡은 주인이 먹는다는 옛성현의 말씀에 따라
나도 모르게 남은 사탕을 (손을 살짝 떨며) 아이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이가 씨익 웃었고, 그게 너무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다.
평소 내 디카가 인물사진 정말 후지게 나온다 생각했지만, 얘를 보니 후지건
내 인물이었음이 밝혀져 살짝 충격에 빠졌다.

예쁘다해주고..손을 들어 바이바이하며 헤어지자 조금더 귀엽게 웃었다.
내가 어릴때 귀엽지 못한건 순전히 못살아서 못입은 탓이다 코디(엄마)가
안티다 강렬하게 믿었는데..니가 오늘 날 두번 죽이는구나..

그나저나 어디선가 사탕주지 말랬는데..이 썪는다고..내가 잘못한건가..
여행은 즐겁지만, 이런 아이들을 볼때마다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동정심을 가지고 물건을 사줘야하는것인지, 그러지 말아야하는 것인지,
돈 대신 다른 걸 줘야하는지, 아무것도 주지 말아야하는지..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것인지 전혀 몰랐다. 아직도 모르고....

결국, 즐길 수 없다면 피한다는 이기적인 룰에의해, 순전히 나를 위해서, 아이
들과는 되도록 말을 하지 않았고, 물건도 사지 않았다. 하나 정도는 사주고 싶
어도,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몰려들걸 생각하면 그럴수가 없었다. 더 이상 안
산다고 밀치고 가는 것도 싫고, 모두 공평하게 사줄 수도 없다.. 그랬다간 그
날로 아이들에게 합류해서 내물건을 떨이로 파는 사태가 벌어질테니......-_-

이건 모든 여행자들의 숙제인것 같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니만큼 모두들
자신의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풀어나가시길 바란다.

이런저런 답지않은 무거운 생각들을 하다가..깨달았다.
나..어디로 가야하니? O.O;;;

그러니까..혼지가 날 내려주면서 왼쪽으로 나오라고 했었는데..
문제는..어느 왼쪽? ㅠ.ㅠ

일직선으로 쭉 나왔는데..여기서 왼쪽으로 꺾으란 소린지..아님
중간에 사원에서 왼쪽으로 꺾으란 소린지....

결국 두명의 외국인을 안내하던 가이드에게 물어봤는데
계속 동서남북이 헷갈려서 가이드와 뒤의 여행객들에게 비웃음을 당해야했다

"쭉 가다가 중간에 북쪽으로 가"

"네.. 그러니까 이쪽?"

"아니 북쪽"

"그럼 저쪽?"

"거긴 동쪽이고"

"아..북쪽, 북쪽....요기? ㅡㅡ?"

"아 놔~ "

결국 성질내시면서 손을 끌고 손가락으로 가르쳐주셨다..
고맙다고 하고 뒤돌아 가는데 외국인 두명이 쟤 괜찮겠냐고 묻는 소리가 들린
다..

제가요..바보는 아니구요.. 그냥 방향감각이 좀 심하게 없긴해요..
방향 개념부터 없다고나 할까? 나머진 정상 맞는데요. 제가요..
대신 착하게는 살려고 하거든요? ......

......아..genjang.............. 그냥 일본사람으로 알아줬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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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 입구 사이의 길)

길을 찾아 여유롭게 느물느물 걸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없는 숲속의 길이라.. 흐음..

문득 생각난 노래를 흥얼흥얼 콧노래로 부르며 천천히 걸었다. ..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
그대 내 곁에 있어요..
나를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아직..그대를..사랑해요..

.... .... ??? ;;..

부를수록 우울함이 감돌면서....
이다음 파트에는 휘파람소리가 나고..?

어디서 봤던 설정인지 막 생각난 그때,
옆의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음향효과까지 내주셔서..
여유고 나발이고 노래부르다말고 입구까지 전속력으로 경보하듯 내달려주시
었다. ... 난 정말 혼자서 잘 논단 말이지.. 여행이 외롭지 않아..ㅠ.ㅠ

To Be Continue~

8 Comments
앨리즈맘 2007.09.26 22:30  
  정말 혼자서도 잘노시느것 .. 아주 중요합니다,, 후편 기다려요,, 근대 저동물 너구리 맞지 않나여,
몸배 2007.09.27 03:09  
  soup dragon에서 hot pot 도 좋지만 소고기 야채 샐러드..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다음에 가시는 분.. 맥주 안주로 꼭 드셔 보세요.. 읽을수록 재미나고.. 생각나네요..
로이킴 2007.09.27 15:13  
  너무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님의 여행기인데..

역시 미소를 여러번 짓게 해주시네요. 감샤감샤..

빠른 업뎃 부탁드립니다. 총총 ~~
심바와참치캔 2007.10.07 10:35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 가끔 사이트에 들어와서 글을 보는데 요즘 글을 안쓰시네요. 더 지나면 기억이 더 가물가물 해지니 그 전에 쓰세요 ^^
믿음 2007.10.16 17:19  
  혼자서 여행을 남자인 나도 비겁하게 여럿이만 하는데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이 되기를
gogo방콕 2007.10.22 23:16  
  아이 너무이쁘네여......... 
soop 2007.11.28 16:39  
  레아님 글을 읽고나서, 마눌님을 모시고 내년에나 가볼까?...  갈수 있을까? 
edition 2009.06.19 23:02  
ㅋㅋㅋ 넘 잼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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