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이 닫히며 양메이 마을은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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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이 닫히며 양메이 마을은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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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가슴에 담아놓기만 해도 좋습니다.

굳이 마주 보며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 마음이 변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이 변치 않는 한 언제나 함께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기만 해도 좋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넉넉한 황금빛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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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아름다운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저녁 황혼이 아니라 뜨거운 한낮의 태양 아래를 함께 걸어왔기에 좋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 말입니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그 바람을 함께 느끼며 걸어도 좋습니다.

함께 물병의 물을 마셔도 좋습니다.

 

양메이는 이렇게 함께 걸어볼 수 있는 넉넉한 곳입니다.

대나무 숲이 있는 고즈넉한 길이 있습니다.

강물을 바라보며 서로 정담도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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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마마터우와 이어진 길이 바로 마을의 중심도로인 진마지에(금마가(金馬街)가 됩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 고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거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우선 우리 부부는 강변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길로 먼저 걸어봅니다.

 

그러니 마을 중앙을 사랑의 신 까마가 시바에게 쏜 화살처럼 관통하여 강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하트 오른쪽 모양을 그리며

돌아보고 다시 입구로 내려와 왼편을 그리며 사랑의 하트를 완성하며 걸어보겠습니다.

지도에 사랑의 하트를 그리려고 했으나 주먹 쥔 손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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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이 작은 마을에 배가 교역품을 내리고 실을 수 있는 부두가 8개나 될 정도로 흥청거렸다고 합니다.
이 작은 마을에 부두가 8개였다면 얼마나 번성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거의 물류센터와 같은 역할을 했을 듯합니다.
 
강변에는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요리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여기도 예전부터 뱃사람들이 드나들며 식사도 했을 것이고 뱃길의 고단함도 풀어가던 곳일 것 같습니다.
한 잔의 슬로 고향 떠난 설움을 달래고 한 곡조 구성진 노래를 부르며 아이 얼굴을 떠올렸을 겁니다.
 
이번 장삿길에 제법 큰 돈이라도 만진다면 마누라 금목걸이라도 하나 턱~허니 걸어주고 싶습니다.
금반지 하나라도 손가락에 끼어주고 싶습니다.
처녀시절 그 곱던 손이 아이들 키운다고, 신랑 치닥거리 한다고 손등이 벌써 거북이 등처럼 변했습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런 손을 볼 때마다 뱃사람은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떠꺼머리총각 덜수는 하룻밤 풋사랑에 아침 닭 우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아침에 백숙을 주문해 그 놈을 먹어버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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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에는 용선부(龍船埠), 두옥부(杜屋埠) 나만부(那晩埠), 즉대부(卽大埠), 전만부(畑灣埠), 대만부(大灣埠), 신가부(新街埠) 등 무려 8개의 선착장이 활기를 띠었다고 합니다.
그 대부분이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정말 옛 모습 그대로 강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돌계단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 아마도 이 마을에서는 돌아다니는 개도 비단옷을 입었고 
입에는 금화 몇 잎씩 물고 다녔다고 뻥을 쳐도 되었을 겁니다.
 지금이 아니고 양메이 전성시대 말입니다.
지금은 양메이 개는 그냥 다른 동네 개처럼 개같이 살고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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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자님을 모신 공묘가 있다고 하여 찾아갑니다.
석패방이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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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묘와 한지붕 두 살림하는 관음전이라는 불당입니다.

같은 지붕 아래 반을 나누어 사용하기에 누가 주인집이고 누가 셋방살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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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른쪽에 공묘가 있습니다.

우선 공자님부터 먼저 만나 인사 올리고 이번 여행이 무사히 진행되고 비도 맞지 말고 다니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지 않겠어요?
정말 공자님의 효험이 있었는지 신기하게 34일간 구경 다닐 때는 비를 한 번도 맞지 않았으며 이동 중이나
숙소에 들어와 쉬고 있을 때만 비가 퍼부었습니다.
"공자님! 정말 신통방통하지 않아요?"
"佳人아! 원래 가을에는 비가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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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세사표이신 공자님....

저 佳人왔어요...

이번 여행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공자님 찾아 왔어요.

공자님~ 우리 함께 배낭여행 떠날까요?"
'여기는 누가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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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양메이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모두 아래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독이 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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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면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의 김치와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배추를 절이는 모습입니다.

우리 눈에는 비위생적으로 보이나 이렇게 해야만 전통적인 방법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게는 물론 길거리 좌판에서도 양메이 특산품이라고 병에 쑤안차이(산채:酸菜)라고 쓴 것을

파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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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기원하고 귀신을 멀리하는 모습은 방법만 다르지 세상 어디나 같은 모양입니다.

거울은 우리의 처용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게 아닐까요?

귀신이 들어오다가 거울에 비친 지 꼬라지 쳐다보고 지가 "옴마나~"하며 놀래 자빠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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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참 아늑해 보입니다.
강이 잔잔하게 어머니 품처럼 마을을 휘감아 흐릅니다.
그래서 무척 온화한 마을로 보입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도 지세를 따라 온화해질 것입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개마저도 온화하여 지나가는 여행자에 짓지도 않고 눈만 멀뚱거리며 바라봅니다.
그렇게 온화한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발전이 없고 온화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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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뭡니까?

바로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 일행이 숙종에게 먹였다는 돼지껍데기가 아닙니까?

돼지껍데기를 널빤지에 못을 박아 말리는 중입니다.

끄하하하~ 이거 숙종에게 진상하려고 말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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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佳人은 마눌님과 둘이서 손을 잡고 천 년의 마을을 온화하게 걷고 있습니다.
천 년 전의 사람과 대화를 시도합니다.
천 년 전의 사람을 우리 부부가 불러내어 대화하듯 우리 부부가 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이곳을 거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러분과 천 년 후에 다시 만나 여행 이야기나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사람에게는 늘 만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세상 전부입니다.
난 늘 당신이 佳人을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왔기를 바랐는데,
당신은 언제나 佳人을 다른 사람에게 내 편이 아닌 남 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여보!
난 언제나 남 편이 아니고 당신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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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포근하게 천 년 꾸전인 양메이라는 마을을 한 번 휘돌아 감싸 안고 흘러갑니다.
물길을 따라 오래전부터 뱃길이 열렸고 배가 닿는 곳에 당연히 나루터가 생겼으며
나루터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장터가 생겼을 것입니다.
그 장터가 열린 곳에 있던 마을은 자연히 번창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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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의 과거는 이야기 속에만 남아 있고 가난하고 초라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물류의 거점이며 상업의 중계마을인 이 마을은 이렇게 천 여년 간 번성해 왔습니다.
이 마을은 중국에만 국한된 곳이 아니라 베트남과 중국 국제무역의 중계점입니다.
 
국제무역이 활발하면 마을은 활기를 띠며 음식점과 주점, 그리고 숙박업소가 함께 흥청거렸으며
 경기가 쇠락하면 이 마을도 시름 거리며 아팠습니다.
이제 뱃길이 닫히고 더 이상 이곳을 드나드는 무역선은 없습니다.
장사꾼이 발길을 끊자 양메이는 지금 많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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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사는 양씨의 사당 정도 되는 모양입니다.

한 때는 큰소리 치며 살던 뼈대있는 가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옛 영화는 사라지고 현판위에는 거미줄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마치 양메이 마을의 현주소처럼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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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흥청거렸을 모습을 상상합니다.
광대도 들어와 한바탕 쓸고 가고....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그곳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주변의 마을은 모두 양메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양메이가 기침하면 주위 마을은 모두 감기걸렸습니다.
 
지금 양메이는 중병에 걸려 가쁜 숨을 몰아쉬어도 누구하나 눈도 깜짝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양메이는 화타가 와도 고칠 수 없습니다.
속도 모두 비워 남은 것은 풍진(風塵)뿐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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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양메이의 꺼지지 않은 불이 있나 살펴보겠습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주워오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8 Comments
plantubig 2010.12.03 08:24  
사랑과 사람에 대한  좋으신 생각.  요즘 사람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너무나  얇팍한 이해타산과  싸구려  나이롱 머플러 같이  저급스런  남녀관계(다 그렇진 않지만요)
아내는 남편을 , 남편은 아내를 신뢰하지 못하고 늘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태.
같은 시선으로 이해 하고저 하는 있는 말과 한줄의 편지 보다 주먹과  거친 욕설이 더 친숙한  다혈질의  젊은 부부들,
천박한  부르조아지의  끝없는  명품사랑과  내일을 위해  쌀 한숫가락 비축하려 하지 않는 ,,,,,내일을 위해 총을 쏘려 하지 않는 인스턴트 소비문화에 젖은  그들,
뚝배기의 은근함과  뜨거움보다 양은냄비 같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인간관계 밖에 모르는 삶의 태도
만나고 헤어지기를  부잣집 떡해먹듯 다반사로 하는 그들,
결혼을  인생에 있어 두세번,,혹은 너댓번  치루는  일종의 이벤트로 생각하는  병든  그들,,,,

그런 그들이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모든  글들을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우선 제 조카들에게,,,
제 주변의  젊은 학생들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인생을 조율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수도 없이 많겠지요.
그러나 이미 답은 나와 있는거지요......
사람들이  평생 풀어야 할  시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황혼을 아름답게  관조 해야만 진정  아름다운  일생을  보냈다고  할수있는,,,,의미 깊은 글과  덜수총각의  너무도 인간적인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佳人1 2010.12.05 07:49  
고마우신 격려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이 바로 시험장이고 시험문제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정답이란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달라도 모두 정답입니다.
강요하거나 누구의 방법이 옳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plantubig 2010.12.03 08:38  
참,,,위의 돼지 껍데기 말리는 사진이 참 재미있읍니다.
제가 육식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인데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아니지만요,,
몇해전  홍대부근에서  우연히  먹어보곤,,,그 고소한 맛에 반했읍니다.
지금은  ,,일부러 먹으러 가진 않아도  누군가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면  가서 잘 먹습니다.
의외로  참  맛이 담백하구요,,  콜라겐이 많아서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하데요.
그러나  피부미용 까지  생각하며 먹진 않습니다.


이제는 ,,,,뱃길이 닫혀 버린  양메이  나루터,,,,
흥하면 망할 날이 있고,  성하면 쇠할 날이  있고,
꽃도  10일을 붉지 못한다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닌것 같습니다.
성할때,,흥할때,,,붉은 빛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절정기에,,,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야 겠습니다.

 
오늘부터 9일까지,,,저도  한 일주일여,,,,무이네에  휴양을 갑니다.
제가 랍탑이나 넷북 같은걸 안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선생님의 흥미진진한 '중국남방여행기'를  일주일 후에나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느 지역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인님 같으신 연세의 달관자의  느낌은 어떠 하실런지 ,,
이번엔 교훈을  우리에게 들려 주실런지  궁금 할것 같습니다.

사모님과 더불어 두분,,,,늘 건안 하시길 바랍니다,
佳人1 2010.12.05 07:53  
아직 돼지껍데기는 먹어보지 못했어요.

무이네라면 베트남 아닙니까?
제가 글을 늦게 보아서 이미 출발하셨네요.

그곳은 가보지 못했지만, 모래언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베트남의 또 다른 모습이겠지요.
예전에 호치민에서 달랏으로 가 나짱으로 바로 가는 바람에 무이네는 들리지 못했습니다.
사진을 통해 보았을 뿐입니다.
야리와토리 2010.12.15 12:34  
요 위에 저처럼 무이네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휴양은 무이네만큼 좋은 곳도 없지요. 7년간드나든 곳이라 고향마을 같은 곳입니다. 마을 사람들도 호텔사람들도 가족대하듯하구요. 양메이도 사람도 '유주강산 다호걸 무전천지 소영웅' 이라는 말이 적용되나보네요. 술이 있어야 호걸이 모이고 돈떨어지면 영웅도 없다는 이말이 문득 떠오릅니다.ㅋ (한자를 쓸려니 어찌하는지 몰라서요.)
佳人1 2010.12.16 08:43  
저는 무이네를 가보지 못했어요.
그곳이 그렇게 좋은 곳인가요?
有酒江山 多豪傑, 無錢天地 少英雄... 맞나요?
21세기 나그네 2010.12.23 10:35  
가인님이 느끼는 무이네는 어떨까?  갑자기 몹시 궁금해집니다.
2년 전에 무이네 다녀왔는데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커습니다.
그러나  사막을(모래언덕) 처음 접해본 저로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佳人1 2010.12.24 23:21  
아직 무이네를 가보지 못했지만, 큰 감동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그냥 작은 모래언덕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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