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의 똔레샵
똔레샵 Tonle Sap,
아시아 최대의 호수인 똔레샵은 캄보디아 면적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본인이 방문하던 때는 3월 중순으로 건기에 해당하는 시기. 우기에는 건기의 3배나 되는 25,000㎢나 된다는데 숫자를 가지곤 어느 정도가 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지만 크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캄보디아로 떠났던 짧은 여행의 마침표를 어떻게 하면 이쁘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 하던 중 모래먼지에 지친 몸을 호수에서 달래보고자 한적한 날 오후에 조용히 똔레샵을 찾았다.
똔레샵 투어는 캄보이아 국기가 조종석 위에서 펄럭이는 작은 배를 타고 이루어진다. 나이는 굉장히 어리지만 너무나 노련한 어린 선장들이 운전하는 배에 몸을 실으면서 똔레샵 투어는 시작된다.
먼지를 피해 찾은 곳이었는데 물을 처음 보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게...
그래도 멋지게 맑은 하늘과 퉁명스러우면서도 간간히 귀엽게 웃던 선장 녀석 때문에 기분을 훨훨 날라가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많은 수상족들이 살고 있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난민들과 캄보이아인들이 2개의 커다란 구역을 나눠 배 위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생활을 위해 뭍에 나가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똔레샵에서 고기를 낚거나 호수를 찾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음료수나 기념품을 살면서 이들은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보트를 타고 호수를 다니다 보면 쪽배를 타고 배에 다가와 음료를 파는 사람을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물건을 사지 않으면 떠나지 않고 끈질기게 음료를 내밀며 "one dollar, one dollar"를 외치는데 이를 버텨내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돈 아낀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외면하지 말고 시원한 것도 아니고 미지근한 것도 아닌 맥주 한캔을 마시면서 호수의 정취를 즐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디오? 텔레비젼?
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안테나. 이 기둥에 보트를 묶고 똔레샵 투어의 백미인 일출을 기다렸다. 멀리 수평선 너머엔 별게 없을 텐데 뭐가 이리도 궁금해 지는지... 거참...
결국 해는 떨어졌다.
연인과 함께 찾는다면 더욱 빛이 날 똔레샵에서 일몰을 보며 도발적인 조명을 받으며 사랑 고백을 하는것도 그럴싸할 것이다. 아쉽게도 배에 이미 타고 있어 오늘 배가 끊겼다는 눈에 뻔히 보이는 작업 방식을 택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뭐 어차피 돌아가면 숙소야 뭐... 픕
아름답다. 어두워지니까 흙탕물도 맑아보이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 싱숭생숭하게 만들어주고...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 일하러 나갔던 사람들이 부지런히 수상촌으로 돌아가고 있다. 물 위에서 힘들게(물론 나의 기준이지만..)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공간에 침투해 온갖 똥폼을 잡고 돌아가는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고된 이들의 삶마저 낭만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내 입장도 참 애매하다.
즐거운 나들이였지만 거시기하게 따라오는 이상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일단,
크긴 크다. 똔레샵.
[photo=jakaj]
canon EOS400D
Tonle Sap, Cambo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