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내게 준 선물 - 1탄
아침. 봄비가 촉촉이 내려 앉은 인천 공항 활주로를 따라 비행기가 매끄럽게 착륙한다. 부산 스럽게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호치민 공항에서 어머니인듯한 중년여인과 눈물로 이별하던 푸른 아오자이의 그녀가 살짝 화장을 고치는 듯 하다. 잠시 후 공항 화장실에서 마주친 그녀가 이곳 날씨는 어떠냐고 묻는다. 조금 쌀쌀하다고 하니 약간 표정을 찡그리고는 아오자이위에 옷 하나를 덧입었다.
한국으로 시집오는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그러고 보니 젋은,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베트남 처녀들이 많이 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녀들 중 몇몇이 아까 공항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가족과 이별하던 그네들일 것이다.
호치민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할 때 뒤에 서있던 남자 두분의 대화도 그곳에서 선을 보고 돌아 간다는 거였다. 한분은 잘되었고 또 한분은 마음에 드는 분을 못 만났다는 이야기 소리가 소곤소곤 들렸었다. 역시나 입국장에는 꽃다발을 든 남자들과 그들의 어머니 인듯한 할머니들이 몇분 서계신다. 푸른 아오자이의 여인을 반갑게 맞이한 할머니는 연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와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멋쩍은 듯 옆에 서있던 남자도 평생 처음인 것 같은 어색한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이다.
직원들이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간 사이 공항내에 머무르면서 아직도 남편을 만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여자들과 늦게 마중나와 뛰어 오던 몇몇 남자들을 보게 되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별로 낯설지도 않은 외국인 신부들이지만 그 광경을 직접 보고 있노라니 슬픔도 아니고 서글픔도 아닌 미묘한 감정들이 섞이며 그들 속에서 살았던 6박 8일간의 소박했던 내 여행길이 떠올려진다.
1> 3월 17일(토) 새벽 3시 30분 인천공항 출국장
새벽.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은 동트기 직전 이라는데 딱 그 무렵에 공항에 도착해서인지 공교롭게도 이번 여행의 출발부터가 힘겹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잠은 오지를 않고 가이드북을 뒤적이다가 빈 공항을 어슬렁 거린다. 출발할 때 날이 흐려서인지 건물 너머로 살짝살짝 보이는 이곳 인천도 뿌옇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 서바이벌팀의 앞길은 그렇지 않으리라.. 뜬눈으로 새벽이 지나간다.
*3월 16일 23시 사무실 집합(대구시 달서구 소재)
23시 30분 출발
24시 홈플 잠시 들림(백세주, 매실주 1병씩, 참소주 2병 구입)
17일 03시 30분 인천공항 도착
장기주차장 차 맡김(1일 8,000원 / 7일 이상 10% off)
*베트남항공 타고 가며.. 기내에서 마신 맥주다.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베트남 맥주였는데 맛났다. 맥주자체가 맛있었는지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져 맛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