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집 여행 두번째날 - 8월 28일
아침
캄보디아에서의 둘째날, 제대로 된 여행은 첫날이니만큼 - 오전7시 찬란한
아침햇살에 몸도 마음도 상큼+발랄하게 눈을 뜨고 기운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 는게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말이지...
그날 아침의 나는 컨디션 최악
- 눈은 퉁퉁 붓고 몸은 심하게 지구중력을 느껴주시고 있었다.
원흉은 핸드폰...이라기보다는 부실한 내 준비탓. ㅠ.ㅠ
로밍은 안했지만 시계대신 쓸 생각으로 핸드폰과 충전기를 챙겨왔었는데
전날 밤 알람을 맞추려고 전원을 킨 순간 시간정보를 읽을 수 없단다.
따로 시계가 없었던 터라 그 사실을 받아듣일 수가 없어 그 밤에 '아악~ 왜?
어째서! 와이~~~'를 외치며 잠시 발광(*--*)을 했다.
아무리 두들겨봐도(--;) 할 수 없다는 데 방법이 있나.. 그저 로밍을 안하면
시간도 뜨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안 것으로 위안삼으며 핸드폰을
가방 속으로 쳐넣었다..--; (설마 나만 몰랐던 건 아니겠지.. -_-)
프론트에 부탁할까 했는데, 4층을 내려가기 귀찮아서 그냥 잤고,
덕분에 불안해서 계속 깨서 해가 뜨지 않은걸 보고 다시 자는 걸 반복했다.
해가 몇시에 뜨는지, 지금이 몇시인건지 동물적인 감각을 살려보았으나..
.. 알턱이 있나. -_-
결국 밤새 뒤척이다 해가 뜨자 유령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밖에 나가면 널린게 툭툭기사다 라는 말을 듣고 딱히 미리 예약하진 않았었
다. 어제 방 안내 해줬던 사람이 기사문제로 좀 귀찮게 굴어서 딱 잘라서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알아서 하려니 좀 막막했다.
그때 나타난 '신정환' - 골든템플빌라에서 묵어본 사람은 다 알듯,
헤어스탈하고 얼굴도 닮았을뿐 아니라 수선스런 성격이며 하이톤 목소리도
비슷하다. 누가 이름 지어줬는지.. 나이스 작명센수!
한국말로 정신없이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밥먹었어요, 어디가요, 툭툭, 기
사 우체국 냉장고 경찰서..(응?)..따발따발' 말을 걸었고, (대답은 잘 안듣더
라) 역시나 툭툭기사에 대해 계속 작업(?)을 펼쳤다.
자기네 숙소 툭툭기사는 다 등록이 되어있어 안전하다. 다른 기사쓰면 위험하
다. 얼마전에도 툭툭기사가 관광객한테 칼들이대고 강도짓한적 있다. 우린 그
런일 없다..등등
위험하다는 말을 100%믿진 않았지만. 가격은 8$/day 내가 아는 것(10$)보
다 저렴하길래 나쁘지 않다 생각해서 하기로했다. 덕분에 잘 자다 불려나온
비운의 기사는 어제 날 픽업나왔던 Mr.Hongee
오늘 어디가겠냐고 해서 내 안좋은 발음으로 태사랑에서 열심히 퍼온(^^;)
프린트를 들이대며(한국말로 된) 일정을 읊었다.
오전 : 박세이참크롱-앙코르톰 남문-바욘-바푸온-피미아나까스왕궁-문둥이왕
테라스-코끼리테라스
내 후진 발음에도 다들 비슷하게 다니는지 알겠다고 하더니 바로 출발~
이제서야~ 진짜여행 시작이다. 음화화 (부은 눈을 하고도 바로 기분 좋아짐)
(부릉부릉~ 먼지가 날리긴해도 자동차보다 사방이 트인 툭툭이 더 좋았
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가는 길. 나무들이 쭉 늘어서있는 이길을 바람을
맞으며 지날땐 기분이 날아갈듯 좋다.^^)
한 참 달리다 매표소에서 3일권 패스를 샀다. 사진찍는다며 앞의 카메라를 쳐
다보란 말에 반사적으로 양 입꼬리를 올렸다. 썩소다....genjang ㅠ.ㅠ
(앙코르왓 주변의 아름다운 호수. 물이라면 열광적으로 보는걸 좋아하는 터
라 너무 반가웠다.유적지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자연도 아름답다)
부들부릉 달려 첫 코스인 박세이참크롱(Baksei Chamkrong)에 도착.
10세기에 세워진 12m정도 되는 피라미드형 계단 사원이라는 정도 외에는
아는게 없었다.
(박세이 참크롱, 내가 가본 곳들 중 기억이 가장 안좋은 곳이다..ㅎ 저계단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쉬는 곳 없이 스트레이트 일자로 되어있다. 즉
발 헛딛으면 아무런 장애없이 땅바닥에 안착할 수 있단 얘기다. 이쯤되면 이
걸 만든 사람들이 무식한 건지 아니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던 건지..알수가
없다 올라다니긴 한거 맞나?)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주변만 배회하다가 돌아서니 Hongee가 막는다.
"왜..안올라가?"
올라갈 생각은 없었지만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다) 올라가보라는 말에 안에
뭐가 있나보다..싶어서 씩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앙코르와트 계단의 악명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건 정말이지.. --^-- 이걸 사람이 올라가라고 만들어놓은건가..
내 신발 사이즈 240, 여자발치고 크진 않다 생각했는데
여기 옛날사람들은 전족을 하고 다닌겐가 어찌 계단폭이 이모냥인지..
폭이 10cm나 될까? 그나마도 군데군데 훼손되어 엉거주춤 네발(?)오르는데
중간쯤 올라 밑을 보니 등에서 식은땀이 삐질.
그나마 한손엔 책이(것도 빌려온!) 들려있어서 꽤나 불편했다.
올라갈수록 밑을 바라보면 그냥 도로 내려가고픈 맘이 굴뚝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올라가보라고 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꾹 참고 부들부들 떨리
는 다리를 애써 달래가며 올라갔다. 여하튼 이놈의 똥고집이 문제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나를 맞이한건.. 요거다
(박세이참크롱 탑 안에 있는 석상. 불교인지, 힌두인지, 누구신지 모르겠다)
떡하니 누워서 날 바라보는 저 돌덩이. 저게 앉아만 있었어도 그렇게 화가나진 않았을텐데..방문객을 맞이하기엔 너무도 편한 모습에 그만 이성을 잃었었더랬다..
내가 저걸 보려고 생명을 걸고 올라왔단 말인가!!
진정하고..잘 보자..저 투박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뭔가 나로선 알수없는 엄청
난 예술가치가 있는건 아닐까?
봐봐..(어딘가 뻣뻣한) 저 몸의 곡선. (훼손되서 눈코입도 알아보기 힘든)
인자한 얼굴의 여유로운 표정. (칠이 벗겨져 칙칙한) 오묘한 색감..
괜찮네..볼만하네......
....근데 왜이리 눈물이 나지..
정상에서.. 밑을 보니 한숨밖에 안나왔다.. 멀리 hongee가 보인다..
내려가서보자..으득
덜덜 떨리는 다리를 다시 달래어 조심조심 내려갔다.
내가 여길 왜 왔지..왜올라왔지..계속 중얼거리면서 내려가다 결국 손에 든
책을 밑으로 던져버렸다. 미안.. 내가 살아야 너도한국갈거 아니겠니..
겨우 무사히 땅에 내 다리가 안착했을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날보고 미친듯 웃어대는 hongee를 봤다.
막 웃으며 한다는 말이.. 내가 책을 집어던지는 걸 봤단다..
책 던지는 흉내까지 내가면서 배를 잡고 구른다..아주..
웃기니? 웃겨? 내가 니 간교(?)에 넘어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
었는데 넌 그게 웃겼다 이거지..
Hongee잘못은 아니었지만..난 그때 막 웃어대는 hongee가 너무 미웠다.
끓어올라오는 울화를 꾹꾹 참으며 물어봤다.
"너 저기 올라간적 있어?"
또 좋다고 웃어대며 말한다. "아니 절대"
손에 힘이들어간다.. 한대 때리고 숙소까지 걸어가? 말어?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