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스무 날의 기억 - 씨엠립 3
10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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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름다웠던 젊은 여배우와 사랑을 나눴다는 커밍 아웃으로 인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한 “노장 로커”의 노래 <돌고 돌고 돌고>의 첫 가사이다.
써 놓고 보니 맹숭맹숭하기 짝이 없는 가사이지만 내 여행의 셋째 날을 묘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그렇다. 여행 셋째 날, 난 앙코르 왓에서 일출을 보았고 프놈 바켕에서 일몰을 봤으며 또 앙코르 왓 위로 걸린 둥근 달을 보았다.
앙코르 유적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그곳에서 뜨고 졌을 해와 달. 하지만 앙코르와 함께였기에 더욱 특별하게 여겨졌다. 앙코르 왓 위로 해가 떠오른 순간,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수백 명의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탄성은 그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앙코르 왓 –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붉은 하늘>
일출을 본 뒤 오전 시간은 그냥 숙소에서 빈둥거린다. 셋째 날인 오늘은 일출, 일몰을 핑계로 자전거 여행을 포기하고 운동 선수 3인방의 뚝뚝에 합류했던 터라 그들과 함께 룰루오스까지 갈까 하다가 반티아이 쓰레이를 비롯한 외곽쪽 유적은 다음 번 여행을 위해 미뤄두자는 생각을 하며 게스트 하우스 정원에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룰루오스에서 돌아온 3인방과 합세해 앙코르 왓으로 다시 향한다.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정보와 주변의 가이드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회랑의 부조와 사원 곳곳을 둘러 본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이야기대로 아는 게 없는 내 눈엔 별로 많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언제나 그랬듯 눈길 가는 대로, 내 맘대로 훑어 보면 된다.
<앙코르 왓 회랑>
<회랑의 코너에서 내다 본 정원(?) – 사원 건물만큼이나 바깥쪽의 정원이 좋았다>
<누군가의 낙서 – 정말 이러고 싶었을까?>
<제대로 된 압살라>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승려의 존재로 한결 더 사원다워진 앙코르 왓>
<다른 분들이 찍은 반영샷을 보며 꽤 깊은 연못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체는 얕은 웅덩이였다>
<동남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중고 의류들 – 우리가 너무도 멀쩡한 물건들을 쉽게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앙코르 왓을 나와 프놈 바켕으로 향한다. 나선형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인근에서는 보기 힘든 언덕을 오른다. 주변이 전부 평지인데 꽤 높은 언덕이 홀로 불쑥 솟아 있는 게 이상하다. 인공 언덕은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아직까지도 확인해 보진 않았다.
<프놈 바켕까지 타고 갈 수 있는 코끼리>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프놈 바켕에서 내려다 본 앙코르 왓>
<뉘엿뉘엿 해는 넘어가고…>
해가 넘어간 게 방금인데 반대쪽 하늘엔 벌써 둥근 달이 떠 올랐다. 뚝뚝을 타고 가다가 야간 조명 쇼를 위해 붉을 밝히고 있는 앙코르 왓 위로 걸려 있는 달을 잠시 구경한다.
<앙코르 왓 위에 걸려 있는 달 – 삼각대가 없어 많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전달될 듯싶어 올립니다>
처음 이틀에 비해 무척이나 여유롭고 편안했던 셋째 날. 씨엠립에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프놈펜으로 떠날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섭섭하다. 이곳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의 헤어짐 또한 너무 아쉽기만 하고. 하지만 여행은 늘 그렇게 기대와 아쉬움이 함께 하는 것 아닐까? 언젠가는 이곳에 다시 올 것을 잘 알기에, 또 언젠가는 그들을 다시 만날 것을 잘 알기에,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만끽하고 싶다. 씨엠립에서의 마지막 날이 그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