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번째 생일선물 - Day 9 앙코르와트와 룰루오즈
사진1. 앙코르와트 호수에 비친 구름
사진2. 앙코르와트 부조에서 찾아낸 아크로바틱선수
사진3. 앙코르와트 댕겨왔음을 증명하는 셀카
사진4. 친구에게 사기 당한 레드피아노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둘째날 오전: 앙코르와트 -앙코르 사원의 필수!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5시에 툭툭 기사와 만나기로 하고,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일어나 그 유명하다는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러 갔습니다. 유일하게 후레시 기능만 있는 초저렴 노키아 핸펀을 그나마 숙소에 두고 나와 다른 사람 랜턴 동냥하듯 어둠을 헤치고 사원에 들어가 대략 사람들이 자리를 많이 잡은 입구 쪽 계단 구석에 얌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말 다른 분들 후기처럼 해가 뜨기 전 너무나 날이 환해져 버려 의외로 일출은 별로더라구요… 게다 너무나 관광객이 많다 보니 그 감동은 더욱더 반감… 한참을 기다려 한 7시나 되니 해가 빼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만 솔직히 새벽 4시 반에 일어난 게 초큼 아까웠더랬지요…
근처 식당에서 커피와 바게트로 아침을 먹고 8시경 넘어서 다시 앙코르와트 본격 관광에 들어갔습니다. 이정도 시간이면 일출 관광객들이 다 사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시간이나 사람도 없고 조용하니 여유 있게 사원을 둘러보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한국 단체 관광객도 만나 가이드 설명도 좀 훔쳐(?) 듣고, 가이드 북에 나온 사진 찾기 놀이하며, 창가에 앉아 멍도 좀 때려주고 두어 시간 앙코르와트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앙코르와트의 부조는 상당히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인데, 가끔 몇몇 부조들은 사람 손때가 타서 빤질거리는 것들이 있는데요, 왜 사람들이 유독 그 부조만 만졌는지 급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그 부조를 만지면 아들을 난다는 속설이 캄보디아에도 있는 것일까요? @.@
오후 일정 전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 바로 쓰려졌습니다. 한 5분 잔 거 같은데 벌써 울려대는 알람소리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평소에 불면증으로 고생 많이 했는데, 배낭여행이 10일이 넘어가니 불면증은 남의 나라 얘기가… 점심을 먹겠다는 의지로 (전 하루 세끼 안 먹으면 죽는 줄 아는 식탐녀에욤…) 겨우 눈 비비고 일어나 옆 타케오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오코노미야끼와 과일쥬스를 시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코노미야키는 솔직히 정말 별로였지만, 그래도 굶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남김없이 접시를 비웠더랬죠…
둘째날 오후: 룰루오즈 유적
롤레이와 프레아 코, 바통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 둘러보기에 수월했습니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맛없는 점심을 먹은 탓인지 아님 내려 쬐는 태양 때문인지 그 유적이 그 유적 같아 보입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특히 동양 여자가, 사람들이 별로 말도 안 걸고 따라서 한마디도 안하고 다닐 때가 많습니다. 서양 아해들은 제가 당근 영어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동양인들끼리는 이 아해가 일본 아해인지 중국 아해인지 한국 아해인지 솔직히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프레아코에 막 들어 갔는데 한 서양 아주머니 두분께서 헬로우 하고 말씀을 건내십니다… 어제 점심에 식당에서도 저를 보았고, 프레룹에 선셋 보러갔을 때에도 절 보셨다고 하시네요. 그 분들은 독일 분들이신데 불교신자라고 하시더라구요…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 아니나 다를까 18번 질문을 하십니다.
아줌마: ‘넌 영어 어디서 배웠니?’
나: ‘웅, 한국.’
아줌마: ‘진짜? 근데 너 영어 잘한다.’ (냐하… 은근 자랑질…)
‘근데 혼자 여행함 안 무서워?’
나: ‘웅, 난 여행은 항상 혼자 해. 글구 한 개도 안무셔…’
왜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은, 특히 여자는, 영어도 못하고 혼자 여행을 다니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의외로 배낭여행을 다니다 보면, 혼자 다니는 서양 아해들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혼자 다니는 동양인, 특히 여성들은 이외로 많습니다. 언제쯤 이런 편견이 깨질지, 저라도 좀 더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로서 저의 라오스 여행이 정당화 되었지요…ㅋ)
둘째날 일몰: 프놈 바켕
프렙룹 정도겠거니 하고 올라갔는데, 이건 완전 등산입니다. 게다 코끼리가 있어, 코끼리 응가 냄새도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등산 후 사원을 올라가는데, 계단 폭이 너무나 좁고 가팔라 여러 사람 넘어지더라구요. 여전히 일몰을 아릅답습니다. 해가 짐과 동시에 그 반대편엔 보름달이 두둥 떠올라 이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달구경 하느라 하산(?)을 좀 지체했더니, 해가 완전 져서 어두운 산길 바짝 쫄며 내려왔더랬지요. 숙소에 또 두고 온 초저렴 노키아 후레시 핸펀이 급 아쉬었습니다.
숙소에 들어와 씻고 거울을 보니, 낯선 사람이 하나 보입니다. 고3 시절을 방불케 하는 여드름이 얼굴을 가득… 그 위로 덕지덕지 화장품 찍어 발라주고, 졸리 언냐가 즐겨 찾았다는 레드 피아노로 향했습니다.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 같은 학교에서 캄보디아 역사를 공부하는 한 친구가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시엡립 바에 가서 30분만 앉아있어 봐. 모기떼보다 서양 남자아이들이 더 많이 달려들 거다. 동양 여자 인기 최고야.”
호기심이 발동하야, 친구의 말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밤나들이를 나섰지요. 레드피아노에서 툼레이더 칵텔을 한잔 시키고 한 30여분을 앉아 있었건만, 제 주위엔 다 커플들 뿐입니다. 친구가 말한 바는 다른 곳이겠지 스스로 위안 아닌 위안을 하며 쓸쓸히 숙소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