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쩌우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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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 쩌우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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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의 기록입니다.)


프놈펜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질 않았다.

그렇다고 베트남으로 바로 가는 것도 내키질 않고.

'씨엠립 = 캄보디아' 란 기억으로 남기고 싶진 않았다.

다시 올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캄보디아 바닷가 휴양지로 알려진 시하눅빌을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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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버스 옆자리에 말쑥한 차림의 캄보디아인이랑 얘길했는데,

약사이고 영어도 제법 능통했다.

진한 인텔리 향이 났다.


시하눅빌에 도착하고 숙소에 짐풀고 씻고

에어컨이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다가

사업차 왔다는 한국인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었다.

"Korean?"

"yes"


한국과 캄보디아를 왔다갔다하며 사업하는 사람인데

놀사람이 없어서 그러니 함께 놀잔다.

뜬금 없는 제안에 내표정이 그랬는지

자기 이상한 사람아니고, 내일 아침이면 시하눅빌 떠난다고

질척거릴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혼자 놀면 재미없어서 그러니

함께 놀자고, 자기가 여기 다 소개해준다고.


하룻밤새

캄보디아의 어두운 면을 봤고, 

그는 떠났다.



우와,

세상에 이렇게 조용하고 할 것 없는 바닷가도 있구나.

바닷가 호객꾼들한테 넘 시달려서 그냥 떠날까 싶다가

같은 숙소에 머물러 알게된 현지인 가족 여행객들과 함께

바다가 아닌, 계곡에서 즐겁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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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7c1461785e7f7139aed64deb47522acf0a62.JPG딸들이 너무 귀여웠다.




프놈펜으로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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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겹게 버스타긴 싫어서

배를 타고 베트남 남부 메콩 델타로 들어가는 루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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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도 운전할 수 있는 베테랑 선장의

인터내셔날 보트를 타고 메콩강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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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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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할 것 없는 시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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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맑은 풍경이 좋고


엄마와 여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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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이의 모습도 좋았다.

29be846a2ca3415e6f28c3fa550c53a61e1b7994.JPG내가 딸을 낳고 싶은 건가...




강변 국경에서 입국 스탬프를 받았다.

배들어 오는 시간에 맞춰 물건을 팔러 나온 아이들.c5fcc888f5d268da441febe8b26cfbbbcca76590.JPG
저 나이에 나는 어땠나...

고마움을 느낀다.



여기 부터가 베트남이군.

많은 수상가옥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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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넓은 욕실을 가진 아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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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물속을 헤짚는  

수줍음에 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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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을 쓰고 일하는 미소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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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의 생활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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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우독에 도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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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며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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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음날,

식당을 찾아 아침 식사를 하고

쩌우독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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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자이를 입고 등교하는 여학생의 쑥스러운 미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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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클로에 앉아서 등교길에 나선 동네 꼬마들의 미소도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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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굽은 오랜 세월도 보고,

5a8e29ae7a58122765567f3f97bad7bbc3ae5b1b.JPG젊음의 멋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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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활기가 있는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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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고단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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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생의 의지는 충만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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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또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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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지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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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옆에 섞여 앉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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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연씨나 까는 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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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수줍게 관찰하는 이도 있었다.


배고픔을 달랠 음식을 파는 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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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을 파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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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도 

인생역전으로 나를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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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생역전을 응원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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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00원 국수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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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우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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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생명력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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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의 활력을 얻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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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마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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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남자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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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다. 

공원에서 할아버지들 장기두면

쭉 둘러서서 구경하는 우리네 모습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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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을 해보니,


상(象)의 움직임이 다르고

나머진 우리나라와 같았다.


장기 한판 두자고 내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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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병장 출신의 장기실력으로

이겨버렸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

초보인줄 알았더니,

외국인 실력자가 나타났단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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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우독의 막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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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망고찰밥 2023.10.16 14:19  
장기판 중간에서 졸이 대각선으로 움직일수 있나보네요.
뽀뽀송 2023.10.16 17:49  
[@망고찰밥] 아마도요. 오래되서...
상은 대각선 두칸으로 움직였고, 마는 같았나 그랬던 듯 합니다.
상의 움직임이 단순해서 변화수가 크지 않더군요.
이런이름 2023.10.17 04:53  
아래로 내려오다가 '이거 역류님 글인가?' 싶어 작성자를 다시 확인했었어요.

사진 하나하나에 얹어진 짧은 문구들이 작은 울림과 함께 편안한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뽀뽀송 2023.10.17 07:07  
[@이런이름] 감사합니다.
사진 올리며 즉흥적으로 적기 때문에,
정갈한 맛은 없습니다.
동쪽마녀 2023.10.17 17:16  
요즘 태사랑 여행기 게시판 완전 사랑합니다.
완소.
완전 소중.

사실 뽀뽀송 님 여행기,
망고찰밥 님 여행기,
역류 님 여행기를 휴대폰으로 먼저 읽었습니다.
화면이 작은 휴대폰으로는 여행기나 댓글 달기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인데,
2박 3일을 PC가 없는 환경 속에서 있었거든요.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먼저 휴대폰으로 읽었는데 후회했어요.
사진이 잘 안 보여서요.ㅠㅠ
그래서 집 오자마자 여행기부터 다시 읽습니다. 

다음 번 여행을 가게 되고 또 기간이 50일 이상 넉넉하다면
태국 북부 몇 곳,
라오스 북부 몇 곳과 남부 몇 곳,
그리고 베트남 북부 하장 방면을 돌아볼 생각인데
(계획만 그러하옵니다)
베트남 남부는 지도만 휘릭, 훑어보았을 뿐인 터라
쩌우독은 또 어디일까, 하고 막 찾아보았습니다.
베트남은 겨우 단 한 번 하노이 6일 정도 밖에 가 본 적이 없는데,
중국하고 꽤 닮았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어요.
근데 층층 가옥 형태는 봐도 신기하구먼요.

뽀뽀송 님의 여행 형태는 저나 저희 집 딸내미는 따라 할 수 없는
스며드는 여행이어서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저는 어디를 가도 경계심이 많은 유형의 사람이어서
스스럼 없을 수가 없거든요.
부럽기도 하고 그 이상 즐겁고 재미있고요.^^

앞 머리 뱅한 더운 나라 애기들 사진 보면
정말 저 꼬꼬마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제 아이 때 사진하고 같이 섞어 놓으면
누가 우리나라 어린이이고 누가 저 나라 어린이인지 구별 안 갈 겁니다.
확실히요.ㅋㅋ
화관 쓴 언니도 진짜 구김 하나 없이 웃는 동생도 참 한없이 예쁩니다.

뽀뽀송 님 목격하신 캄보디아의 어두운 면은
제가 씨엠립 외곽 돌아다니다가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 듯 합니다.
ㅠㅠ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아이들 만큼은 지켜졌으면 싶습니다.

계속 연재해주실 거죠, 뽀뽀송 님?
(은근 압박인 것 아시죠!)
고맙습니다.
뽀뽀송 2023.10.17 20:00  
[@동쪽마녀] 여행가면 카메라 무게 때문에
초반에 사진을 찍다가 갈 수록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게 되서
이 때엔 저렴한 똑딱이 하나사서 들고 갔어요.
지금 망고찰밥님이랑 비슷했는데,
며칠만에 센서에 줄이 가서 사진마다 줄이 나기도 하고
화질도 엉망이에요.
대신 가벼워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이렇게 16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행기를 쓸 수가 있네요.

혼자한 여행은 이 여행이 처음이라
사람보이면 말걸고 함께 다니려고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살짝살짝 외로운 느낌도 있었으나,
타인과 만날 기회는 더 많이 생겼구요.

제가 재밌었던 여행이라,
꼭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겠다 싶어
사진첨부에 시간이 들어도 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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