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씨엠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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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 여행

뽀뽀송 11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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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의 기록입니다.


이른 새벽, 

카오산 여행자 버스를 타고 아란 국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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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여행 정보는 

대충 검색한 태사랑 정보.

국경에서 사설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된단다.

국경 통과하고 서성이는 여행자 세명을 눈으로 찾았다.

같은 차량으로 아란에 도착한 이들이다.


일본인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 영국인 남자 한 명, 그리고 나.

통성명과 적당한 흥정 후, 씨엠립으로 출발했다.

나 포함 남자 셋은 무계획이었다.

도착해서 발품팔아 숙소를 찾을 생각이었고,

일본 여자애는 이미 게스트하우스 하나를 봐 놨단다.

넷은 모두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투숙했고

2 명씩 트윈베드룸에 머물렀으며,

내일 아침 함께 앙코르와트 투어도 가기로 했다.

넷 모두 동남아 일주가 계획이라, 

어느 누구도 고민없이 앙코르와트 하루 티켓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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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른 아침 

앙코르 와트로 갔다.

a78ba22407935331dc428cd88d866729b070957b.JPG영화에서 보던 곳,


2301d84e9d2a9e00439babcd6b3e341e90ca11c3.JPG올라도 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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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지를 이긴 나무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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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사이에서 낮잠을 자는 청년의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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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를 정글짐 삼아 노는 아이들을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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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함께 유적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큰 감흥은 없었다.


여태 까지는 앙코르와트에 대해 잘 몰랐었고,

배경지식이 없으니

여기나 거기나 다 똑같은 돌무더기로 보였다.


마지막 코스로 일몰을 보는 프놈바켕에 올랐다.

비까지 오니 일몰도 그저 그랬고,

뭔가 하루가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 남자애와 영국 남자애는 내일 프놈펜으로 간단다.

'나도 내일 씨엠립을 떠날까?'

이렇게 하루 머물고 떠나는 경우는 없었는데,

있어도 딱히 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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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하는데, 

관광객들 사이로 현지인들 한무리가 보인다.


"너네들 캄보디안이야?"

"맞아"

"씨엠립 살아?"

"응"


고등학생들이고,

고향은 씨엠립 근처이고

무료로 재워주는 파고다(절)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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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친구에게 물었다.

"집에는 자주 가?"

"집이 멀어서 못 가"

"마지막으로 언제 갔는데?"


여러달 되었단다.

순간 머리가 반짝,

'얘네집에 놀러가면 어떨까?'


"내일 너네집 함께 가면 어떨까?"

"갈 수는 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얼마나?"

"차타고 2시간은 가야 돼."

"괜찮아"


일본인 여자애에게 물었다.

"낼 저 친구 집에 놀러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어, 좋은 생각이네. 나도 갈게."

"오케이"


내일 아침 8시 까지 우리가 머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함께한 일본 남자애와 영국 남자애와는

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를 찍을 때 매일 들렀다는 

'Red Piano' 바에서 넷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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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이 두 명이 왔고,

숙소앞 뚝뚝 기사와 가격협상을 했다.

"8달러"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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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먼 게 아니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빨리 갈 수가 없어서 멀다고 느껴졌다.

실제론 30km 를 넘지 않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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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입에선 동네 총각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고,

공터에서는 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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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레가 있는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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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레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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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쪽에선

폭풍에 무너진 집을 고치려 분주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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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마당엔

곧 쓰러질 듯한 움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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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산이겠지?

이집 저집 돼지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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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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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어머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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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누나와 동생들과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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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없어서

아무 연락없이 방문한 것인데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차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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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있었는데,

파리들이 너무나 많이 달려든다.

이런 시골에선 어쩔 수 없다.



손님인 우리가 다 먹고 나니,

아이들이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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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마을을 방문하니 희한한 구경거리가 생겼나 보다.

동네 아이들이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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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을 보니,

공간이 구분되지 않은 한 곳에서

가족들이 함께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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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줄에 걸어 놓은 큰 이불이

개인의 공간을 구분지어 주는 단순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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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내외는 아직 젊던데......





마을에 술도가가 있대서 가봤다.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우리와 똑같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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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걸러지지 않아서

진한 정종의 맛이 났다.

뒷끝이 확 오른다.


동네 아이들에겐 

내가 술마시는 모습도 구경거리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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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이들이

슬리퍼도 신을 수 없을 정도의 가난함.


아란 국경으로 캄보디아에 입국했을 때,

유난히 가슴에서 더운 열기가 느껴져서 불편했는데,

나중에 되짚어 보니

문 하나 사이를 두고 태국보다 눈에 띄는 가난함의 징표들이

무의식적으로 불편했던 것 같았다.


캄보디아시골 마을 방문은

나에겐 이색적 추억으로 남아 있으나,

가난의 적나라한 목도는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너무 늦지 않게

씨엠립으로 돌아왔다.


하늘은 눈부시게 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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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가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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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다들,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2007년 어느 한 날에 스쳐간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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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름부터 한 번 정리해야지 했다가,

     망고찰밥님 글 보고 이제서야 올립니다.

11 Comments
망고찰밥 2023.10.11 05:53  
유적에 별 관심이 없어 현지인집을 찾아가셨군요.
여행 가이드북에는 항상 그 지역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지요. 그래서 제가 처음 외국여행을 시작했을때는 지역박물관들에 들러봤는데 뭔가 취향에 안맞아 박물관은 점점 안가게 되었습니다. 여행이라고 해도 각자 취향은 많이 다르지요.

미얀마나 라오스 변두리지역 평범한 생활을 보고싶어 막상 동네를 구경하다보면, 나는 남들 가난한걸 구경거리로 삼는건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합니다.. 그러다 태국에 들어오면 시장에 가봐도 식재료가 풍부하고 사람들도 밝아보여서 안심을 하곤 했습니다.
여러해 전 어느 미얀마 숙소에서였던가 (라오스였던가... 기억이 좀...) 누군가 저한테 Thai is better? 라고 묻더군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태국이 낫다는 말을 들은게 아닌가 싶어 저도 뜨끔했습니다.
-_-;; ㅎㅎ
뽀뽀송 2023.10.11 07:25  
[@망고찰밥] 첫 여행지가 인도였는데,
거기에 비하면 캄보디아도 나은 편이긴 합니다.

내가 가난하고 발전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싶어 여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도 하게 되죠.
내 나라는 잘 살아도 되고, 이 나라는 여행자를 위해서라도 가난한게 나은 일인지... 해괴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태국에 적을 두기 전에도,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넘어오면 유독 맘이 편해지는 걸 느꼈어요.
국경 바로 앞에 있는 에어컨 나오는 세븐일레븐만 봐도,
흙먼지길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고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콜라를 마실 수 있다는 위안의 짜릿함...

뭘 위해 여행하는지
저는 간혹 헷갈리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래요.
동쪽마녀 2023.10.11 14:53  
[@뽀뽀송] 저하고 정서가 비슷하시구먼요.ㅠㅠ
그곳만큼은 지역색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어줍잖은 자본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는 외지인의 마음이라는 게
다른 한 편으로는 다분히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으니까요.
잘 모르는 작은 동네 기찻길 따라 걸으면서 슬쩍 외곽으로 빠지기만 해도 보이는 모습들.
에어컨 나오는 편안한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목의 가시처럼 내내 걸리는 모습들이지요.
내가 구제할 수도 해결해줄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마음 아픈 건 마음 아픈 거니까요.
에효.ㅠㅠ
뽀뽀송 2023.10.11 16:19  
[@동쪽마녀] 2002년 인도 첫 방문 때,
출국장을 나서자 마자 마추진 모습이 돈 달라고 손내미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어요.
기차역이나 길거리나 너무 많은 집없는 가난한 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기차안에서 앞에 앉아 있던 인도 할아버지에게
여행왔다가 너무 가난한 이들이 많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니,
너네 나라엔 가난한 이들이 없냐고 되레 역정을 내더군요.

치부를 들춘 것 같은 느낌이었을까 싶어요.
말로 표현하는 것과 그냥 가슴에 담아 놓는 것...

여행내내 후자를 택하고
답답함은 가슴에 담아오는 쪽을 선택합니다.ㅋㅋ
필리핀 2023.10.11 09:55  
오...1대 3에서 1대 1이 되었군요^^
(왜 그런 거에만 관심이 있는지ㅠㅠ)
뽀뽀송 2023.10.11 16:24  
[@필리핀] 칸 광고제에서 1등한 여행사 광고에
여행자들이 발가벗고 노는 모습을 상상하는 광고가 뽑힌 적이 있어요.
젊은이들에게 여행가는 큰 이유가 아닐까...

2007년 여행에서의 급만남을 여행기로 적으면,
제 아이디 정지 먹을 거에요.ㅎㅎㅎ

근데, 저 일본 친구랑은 암 것도 없었어요.
저 보다 3살이나 많기도 했으나,
북한이 일본인 납치한 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정이 뚝 떨어졌던 지라.
산도적놈1 2023.10.11 12: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뽀뽀송 2023.10.11 16:25  
[@산도적놈1]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동쪽마녀 2023.10.11 15:08  
뽀뽀송 님, 이 좋은 여행기를 왜 이제서야 올리시는 거예요.
일찍 좀 올려주시지요.
그랬으면 모자란 제 여행기가 올라갈 일도 없었을텐데요.ㅠㅠ

2007년 4월에 씨엠립을 방문하셨구먼요.
저는 당시 어린 도로시하고 2009년 7월에 방문하였어요.
유적을 찬찬히 보고 싶어서 3일권을 발권하였고
그 와중에 프놈펜은 가고 싶지 않았고
씨엠립 외곽을 좀 더 돌고 싶어서 아마 사흘 더 있었을 거예요.
외곽을 돌고 싶었다지만 외국인이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계가 있잖아요.
현지인 마을에 가신 뽀뽀송 님 진짜!

씨엠립 방문 당시 묵었던 숙소 식당에서 일하던 직원들 중
인상적인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저희는 해지기 전 무조건 숙소 복귀여서
저녁 식사는 전부 숙소 식당에서 먹었었는데,
그 아이가 저희 저녁 식사 담당이었고요.
유독 저하고 도로시를 좋아하기도 하였고,
참 야무지고 똑똑한 아이여서 이것 저것 물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진학하고 싶어서 돈 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는 저도 젊었고 도로시도 어렸던 때여서
제가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봐요.
원래도 저개발 국가 애기들 1:1 후원을 하고 있었는데,
기관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후원할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 그 아이 집에도 가보고 1:1 후원할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찾아볼 것을.
ㅠㅠ

여행기 계속 올려주세요, 뽀뽀송 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뽀뽀송 2023.10.11 16:40  
[@동쪽마녀] 네이버 카페에 올릴까
여기 올릴까 고민했는데,
네이버 카페엔 태국 이외 국가 메뉴도 없고
태국 외 국가 올리면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계시기도 해서
사이트에 올려요.

요왕님도 여기에 계속 글 올리시고
쪽지 100년 저장 기능을 믿기로 했어요.
한 10년이면 아이가 배낭여행하기 전에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동쪽마녀 2023.10.11 16:56  
[@뽀뽀송] 쪽지 100년 저장이요?ㅋㅋ
와, 그게 가능한 게 태사랑이구먼요.

카페에도 다른나라 게시판이 있어요.
읽는 이가 현저히 적지만,
관광지 이외 이면의 모습도 보고 싶은 저 같은 사람은 어디나 있으니까요.
뽀뽀송 님 글은 이곳이나 카페에서나 올려주시기만 하면 감사하고요.

뽀뽀송 님 자녀분이 도로시 비슷한 또래 쯤 되는 게 앞으로 10년.
10년은 긴 것 같지만 아이들은 순식간에 자라요, 뽀뽀송 님.
말귀 잘 알아듣고 저 스스로 방향 잡고 인식하게 된 아이와의 여행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근사하더이다.
그 때까지 뽀뽀송 님 팔, 다리 근육 터지게 근력 운동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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