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4 0일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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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4 0일차 (1)

불꽃소녀 8 6351

나이트가 끝나고 잠깐 눈을 붙이려고 했던 계획은 이미 저만치 물건너가버렸다. 배낭을 꾸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보니 오히려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시간까지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아무리 배낭을 많이 꾸려봤어도 필요한것과, 필요할 것 같은것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크게 고민했던건 침낭! 어느 게스트 하우스는 이불을 주지 않는다던데... 혹시 벌레가 기어다니면? 이런저런 생각에 침낭을 꼭 가져가고 싶은데 이게 배낭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가져갈까? 가져가지 말까?
한참을 고민끝에 설마 숙소가 이불을 안주랴 하는 생각에 침낭을 빼버렸다.
다음의 고민거리는 원피스... 사원에 들어갈때 반바지는 안된다고 해서 원피스를 가져갈까 고민했다. 여권을 맡기고 치마를 빌리는것도 불안하고 그때그때 옷을 갈아입는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차라리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게 날씨도 덥고 그러니 여러모로 더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원피스를 입으면... 신발은?
샌들을 가져가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샌들을 신고 돌아다닐일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원피스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도 우스운일이고...
그래서 또 원피스를 넣었다가 뺐다가... 그러다가 숙소에서 신을 낡은 흰색 슬리퍼가 생각보다 원피스에 어울리는것을 발견하고 원피스를 챙겨가기로 했다.
그럼... 뭐 티셔츠는 입고가는거 하나면 됐고, 반바지는 하나 가져가고... 저 핫팬츠는... 가져가봐야 부피도 무게도 얼마 안되니까 그냥 넣어가자~ 샴푸랑 바디샤워는 날짜대로 샘플을 챙겨넣고 양말이랑 속옷은 두개만 가져가면 번갈아 가며 빨아입으면 되니까 두개면 OK. 또...
그럭저럭 배낭이 꾸려졌다. 정말 챙긴건 얼마 없는데 가방이 커서 그런지 꽤 묵직해보였다.
짐을 꾸리고 쉴 틈 없이 바로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공항까지 갈 시간이 빠듯해보였다.
길동사거리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하였다. 지난번에도 밤을 새고 공항버스를 탔다가 완전히 좌석에 파묻혀서 잠이 드는 바람에 인천공항 주차장까지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사아저씨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바로 꿈나라...
잠한번 깨지 않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내릴때 기사아저씨가 숙박료 내고 가라며 웃으셨다. 계속되는 나이트에, 나이트 오프때도 여행준비 한다고 잠을 못잔 터라 정신이 며칠때 몽롱했는데 잠깐이라도 눈을 붙였더니 이제야 좀 개운해졌다.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섰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인천공항이 나를 반겼다.

'안녕~ 자주 만나네^^ 이번에는 또 어딜가려고?'

인천공항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난 후 아시아나 항공부스에 티켓팅을 하러 갔다. 나의 자리는 000 . 인터넷으로 예약한 창가쪽 날개 벗어난 자리이다.
티켓팅을 하고 서둘러 출국 수속을 하였다. 내가 서두른것은... 면세점에서의 쇼핑때문에 아니었다. 지난 번 홍콩여행때 새롭게 발견한 KTF 라운지 내의 안마실을 빨리 가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다.
인천공항 내에는 이륙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고객들이 쉴 수 있는 여러 라운지가 있다. 그 중 KTF 라운지는 KTF 멤버쉽 카드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데 편한 의자와 무료 핸드폰, 인터넷, 간식거리등이 준비되어있어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 KTF 라운지 내에 relax room 이 있다는건 지난번 홍콩여행때 처음 알게 되었다. 작은 방 안에 안마의자가 있고 음향 시설이 준비되어있어 음악을 들으면서 안마를 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안마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시원하다. 저절로 허걱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안마를 하는데 목부터 어깨, 허리, 다리, 엉덩이까지(이건 변비코스) 전신 안마를 받고 있으면 온 몸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지난번도 이번에도 유달리 피곤한 몸으로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안마의자의 역할이 내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됐다.
다행히 relax room은 비어있었고 나는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들고 들어와서 케니지의 연주를 들으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여행을 앞두고 그 설레임과 기대감을 온전히 즐기면서...

출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물론 떠나야 하지만... 일어나기 싫다T.T
집에 연락을 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일어났다. 회색빛의 아시아나 항공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는 가능하면 국내항공사는 지양하고 싶다는것이 나의 지론이지만 - 타국적기의 경유편을 타야 항공료도 좀 저렴하고 여행하는 맛이 나는데- 직장을 들어가고 나니 시간=돈 이라는 생각에 국내항공 직항기를 이용하게 된다.
그래도 이번에는 크레이지 세일가에 표를 예매하여 경유기를 타는것과 가격차이는 별반 다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여러 항공기를 타봤지만 역시 우리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미소는 세계제일인 것 같았다. 그 환한 미소로 승무원 언니야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다가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나면서 이륙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했는데도 사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갑작스런 CPR 상황에 정신 못차렸는데, 이렇게 지금 비행기에 앉아서 하늘을 날고 있다니...
어떻게 보면 무리한 출국이었다. 며칠뒤면 비수기인데 성수기 끝 무렵에 웃돈을 들여서 티켓을 끊었고, OFF를 무리해서 바꾸고...
하지만 항상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돼'

얼마전 오래된 단짝 친구와의 대화는 내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지금 내 모습은 그냥 그럭저럭 현실에 안주하면서 사는 것 아니냐고...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구체적인 미래의 계획을 세우느냐 세우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난 그냥 지금 내 직업에 만족하고 살고, 월급받으면 얼마만큼은 저축하고 또 가끔 이렇게 여행도 다니면서 크게 불만없이 살고 있는데... 너무 무계획인가? 내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있어서 중요한건
'성공' 이 아닌, '행복' 이며
'미래' 가 아닌, '지금' 이다.
하루 하루, 지금을 위해 살고,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게 가장 큰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중요한건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는것.

맥주 두캔과 와인한잔을 마시고 깊은 꿈나라고 빠져들었다.
비행기는 방콕을 향해 열심히 날아가고 있었다.

8 Comments
아켐 2007.03.04 20:22  
  간호사 이신가요?^^
월야광랑 2007.03.05 01:10  
  그 심정 알죠...
휴가 전날 또는 당일날까지 철야하고 일하다가, 떠날 수 있을까? ^>^
덧니공주 2007.03.05 15:57  
  저두항상 침낭 챙겨가는데,제성격상 침낭은 항상 good~
짐뺏다넣었다 ... 넘 생생하군요~
십원 2007.03.05 19:39  
  국적기도 크레이지 세일이 되나요?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 전 아무리 둘러봐도 외국항공권 밖에 안보이더라구요...
덧니공주 2007.03.05 20:31  
  국적기는 모르겠구,ㅋㅋㅋ,
전 전세기에 딸랑 저 혼자 외국인.이런 있을수없는 일을 어떤 여행사에서 저에게 했답니다.ㅋㅋㅋ
피크닉 2007.03.06 00:54  
  불꽃소녀님 드뎌 여행기를 올리셨군여.. 제 여행기에 저와 비슷한 여행을 떠나실 거란 글올리신것 보고 내심 기대했었는데..~.. khuya
참새하루 2007.03.06 05:01  
  깔끔한 스타일하고 여행다니면 늘 짐이 많아지죠..
제 와이프는 여행다닐때 일급 호텔에 묵어도 꼭 자신이 쓰던 침대시트와 수건을 싸들고 다닙니다. 뭐 찝찝하대나 ...갈적도 짐이 많지만 올땐 쇼핑해서 더 많죠...완죤 짐꾼 전락...
왠수바가지 2007.05.06 23:37  
  나이트가 춤추는 나이트 아닌가요? ㅎㅎ
기내에서 맥주를 두캔이나.. 화장실 다니기 무지하게 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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