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09 [2] 캄보디아에서 도둑 맞은 여권과 지갑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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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09 [2] 캄보디아에서 도둑 맞은 여권과 지갑 그리고..

수이양 6 3100

06 MAY 2009

Cambodia Sihanouk Ville

 

PM 17:30

 

겨우 도착한 경찰서.

경찰서 건물을 보고 나니 또 다시 무너진다.좀 더 믿음직한 건물이길 바랬는데.. 

난닝구(?) 차림에 슬리퍼를 끄는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바지색을 보니 캄보디아 경찰이긴 한것 같다.

 

경찰1 : $#%$&ㅀ46$^%$% ..  (캄보디아말)

joy : 지갑과 여권을 도둑 맞았어. 어떻게 해야대?  (영어)

경찰1 : where from?

joy: 머? 지갑과 여권을 도둑맞았다고. 너 영어 할줄 알어?

경찰1 : where from?  !#$%ㅇㅇ쑈$%ㄸ.... 어쩌구저쩌구..

joy: 여기 영어 할줄 아는 사람 없어? 우린 지금 급하다고. 시간이 없어!!!

경찰1 : @#%ㄸ^&%^&%^$%ㅇ@(& ..

 

영어라고는 where form 만 할줄 아는 캄보디아 경찰과, 이 모든 일들로 인해 여전히 화가나 얼굴까지 빨개진 Joy.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상황 또한 헤프닝으로 여겨지지만, 당시 나는 여전히 몸은 떨리고,

말한마디 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Joy와 경찰1이 한참 실랑이를 하더니 조이가 어떻게 알아 들었는지..  '기다리래. 잠깐만 기다려보자' 라는 말을 전한다.

 

곧 어두워질 기세다. 그게 싫었다. 어두워지는게.. 가로등도 없는 이 동네, 어두워지는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내게 joy는 담배불을 붙혀 내게 권한다.

 

또 다시 나도 모를 눈물이 흐른다.

 

Joy : jina, 울지마, 괜찮을거야. 날 믿어. 괜찮을거야. 곧 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거야.

 

Joy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믿음직하지 못한 캄보디아 경찰이 우리들에게 아무런 힘도 되어 주지 못할 것이란 것을..

그러면서도 내게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잠시후..

 

악센트가 강한 영어발음의 캄보디아 경찰2이 따라들어오라한다. (경찰이 딱 두명밖에 없는 경찰서 인듯하다.)

 

나는 입술을 꽉 문채 아무말도 못했고, 조이는 적당히 흥분한채 경찰2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한다.

모든 이야기를 경찰2가 안스럽게 나를 쳐다 보며 담배에 불을 붙히고 나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그리고 그가 내게 던진 한마디..

 

경찰2 : 이 사람은 니 남자친구야?

 

.. -_-;; 내가 욕을 안하고 사는 것은 아니나..  정말 안 쓰는 말 한마디를 쓰게 한다.

 

'아.. 씨발... '

 

수이 : 응. 내 남자친구야. 근데 지금 중요 포인트가 그게 아니잖아!

joy 여자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뭔 상관이랴..  정말 중요포인트는 그게 아니니까..

이를 들어내며 웃어보이더니 자기가 도와줄수 있는건 자기 도장이 찍힌 서류 한장 써주는 것뿐이라 한다. 내일 프놈펜으로 가서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면 거기서 도움을 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 그의 대답은 정말 힘을 빠지게 했다.

나 대신 영어가 유창한 joy 가 사건 경위서를 작성하는 동안..  경찰2는 다시 묻는다.

 

경찰2: 근데 둘은 어디서 만났어? 보통 동양 사람들은 동양사람들 하고만 다니던데.. 

Joy : 3년전 태국에서 만났어. 우리 사귄지 3년이 됐고, 지금 난 한국에 살고 있어. 우린 내년에 결혼할거야.

경찰2 : 멋진걸! 넌 정말 행운아야. 한국여자를 만나다니. 한국사람은 부잔거 알지?

Joy : 응. 난 럭키가이야.

 

-_-;; 

 

난 미친겠는데 .. 이 놈들의 대화-_-  내용이 자세히 기억 나진 않지만 사건 경위서를 작성 하는 동안 이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었다.

아이는 늦게 가질 거라면서..

나는 폐닉상태임이 분명한데, joy 의 농담을 경찰2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아.. 장난꾸러기 정말.. 

 

 

 

 

PM 19:00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을때 jenny 와 ramos 는  대체 어딜 갔었냐며 인상을 써보인다.

 jenny 의 룸 키는 내가.. ramos 의 룸 키는 joy 가 가지고 있었고, 말없이 사라졌던 적도 없었으니 이들은 걱정했을것이다.

수이 : 미안..

jenny : 미안? 그게 전부야? 

joy 로 부터 모든 사정을 들은 jenny 와 ramos ..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이해할수 없다며, 그걸 왜 못잡았냐는둥.........경찰은 겨우 그것밖에 못하냐는 둥...  자기네들끼라 한참을 떠든다.
한국 사람이라면 일부로 척이라도 걱정을 했을텐데 얘네들은 낮에 점심 먹었던 얘기를
하는 느낌으로 얘기를 이어나간다.

이들 덕분에 안정이 되긴 했지만,  내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다시 그 끔찍한 프놈펜으로 가야하는 상황과.. 어떻게 그 무서운 곳을 가야할지..  돈은?


3일후부터 연휴라는 캄보디아에서 2일이내 비자가 안나오면 7일정도 있어야 하는데..
대체 난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해..하며  고민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땐...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에 모인 모든 여행객들이  우리 테이블에 모두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어쩐지 너네 목소리가 크다 했어'

  

joy 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롱 스토리라며 신나게 얘길 했고. 졸지에 나는 너무 애처롭고 불쌍한 동양인이 되어버렸다. 

내가 겪은 끔찍한  이야기들은 그들 테이블에 놓인 버거보다 맛있다는 표정들이다 ㅜㅜ

나를 바라보는 파란눈의 사람들의 시선이란..

 

[시하눅빌 - HORSE GUEST HOUSE - Restaurant ]1954044175_edc4480f_3.jpg




다른 동양인이라도 있었으면 왠지 덜 불쌍해 보일텐데.. 이 곳은 동양인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마을인듯 하다.


[시하눅빌 - HORSE GUEST HOUSE - Restaurant 에서 바라본.. ]
1954044175_da33132e_4.jpg


PM 21:00

 

셋이 한참동안.. 정말 한참동안..
지네나라말로 얘길 하더니...  (항상 나를 배려해 영어로만 대화하던 친구들이었다)

 

joy : jenny 와 ramos 는 예정대로 내일 방콕으로 갈거고, 나는 너와 함께 프놈펜으로 갈거야.

하지만, 우린 프놈펜에서 앰버시에 갔다가 바로 그날 밤에 방콕가는 버스를 타야대.

그리고 방콕에서 jenny 와 dana, ramos를 다시 만나는거야.  - dana 이태리 여자앤데.. 나랑 말을 잘 안 섞던 친구....

너도 알지?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는 걸..

수이 : joy,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빠른 시간이내에 비자를 받을수는 없을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지..

joy : 걱정마, 받을수 있을거야.

 

진짜.. 이 자식.. 긍정적인 아이다.

안되더라도, 혹시라도 뭔가 실패하더라도 언제나.. '걱정마 할수 있어, 걱정마 될거야... '  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 아냐, 조이.. 너도 재네들과 함께 내일 아침에 방콕으로 가. 나 혼자 프놈펜에 갈수 있어..

 

라고 말을 했어야 했지만..

사실 정말 자신이 없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 아니 그걸 떠나서
캄보디아에서 제일 무서운 도시가 프놈펜이다. 정말 머물러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곳곳마다 배치되어 있는 경비원이 그곳의 치안 상태를 알려주는 도시.

 

처음 도착했던 씨엠립에서도

'나 캄보디아가 너무 무서워' 라고 얘기 하면 '머가 무서워, 그냥 사람들일뿐이야'
라고 말하던 joy는
프놈펜에와선 '혼자 어디 돌아다닐 생각하지마' 라고 말했으니 만큼.. 
프놈펜이 만만한 동네가 아니라는걸 joy 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리고, 그날밤은 정말 길었다... 

* JOY - ( jenny는   사진을 찍는 것은 자기의 힘을 뺏어 가는 것이라며 못 찍게 해서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바이크를 타고 나가기 전에.. 이때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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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요술왕자 2010.01.21 13:41  
아아 ㅠㅠ 이를 어째요
동쪽마녀 2010.01.22 19:42  
저도 참 욕 안 하고 사는 편인데,
저런 상황이면 저 역시 나왔겠어요.
수이양님의 이 힘든 사건의 추이가 너무 궁금해집니다.
무사히, 잘 해결되면 좋으련만.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1.23 02:55  
아이고,,우째요...

쏨땀뿌 좋아하시는 울 수이양님..
수이양 2010.02.03 18:36  
엄머!! ㅎㅎㅎㅎ 알고 계시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참새하루 2010.02.03 18:50  
마치 한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잘 정돈된 스토리에
현장에 함께 있는듯한 생동감
그리고 적당한 ...유머(?)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민베드로 2010.05.02 01:00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서...웃으실 수 있으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혼내실건가요?

안좋으신 일 격으셨는데..
재밌게 읽어서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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