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08 MAY 2009
Cambodia Sihanouk Ville
PM 4:00
의문인것이 대사관에서 말하길 4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는데.. 뭐가 맞는건지는 모르겠다.
이미그레이션 오피스는 아까보다 더 한산해보인다. 선풍기 소리가 거슬리게 들리는 오피스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하던일을 멈추고 잠시 시선을 고정하더니 바쁜척 다들 하던일을 계속한다.
늙은마녀 앞에 앉았다. (지금 내게 기억되는 그녀와 최고 어울리는 단어이다) 이번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JINA : 도장 받았어??? 비자는? 내 여권.. 아니 여행자증명서 어딨어?
시선을 마주치기 전에 질문을 했지만 내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바로 묻는다.
늙은마녀=직원2 : 비행기티켓은가지고 온거야?
(오전에, 조이가 오늘 밤 비행기로 태국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간다 설명하며 시간이 없다라고 말을
했더니 이 여자 비행기티켓을 확인해야겠다며 가지고 오라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미리
e- 티켓을 출력해왔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이 여자는 우리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을 함과 동시에
'돈 가지고 왔어' 라는 질문대신 티켓가지고 왔냐는 말로 대신한다. 속이 뻔히 보이지만 꾹 참을수 밖에 없다.
조이 : 여기있어. 그리고 40 $ 를 준비하긴 했는데 돈 100 $ 짜리야 거슬러줘..
늙은마녀 : 없어 거슬러줄돈이..
그 여자는 우리가 들어가기전 하고 있었던 일이 서랍에 정리되지 않은채 널부러진 돈을 새고 있던
이다. 달러와 바트, 리알이 섞인채 수북히.. 정말 수북히 쌓여 있었던 돈을 말이다.
조이도 나도 늙은마녀 서랍에 거슬러줄 돈이 있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늙은마녀 또한 우리가 알고 있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없다' ..
침착하게 조이가 질문을 건넨다.
조이 : 이 근처에 돈을 바꿀때는 없어??
늙은마녀 : 없어
.. 그래 없어보인다. 이 말만큼은 진심같다.
어느 변두리 동사무소보다 작고 휑한 이 동네 작은 상점또한 없으며 있다 한들
캄보디에서 100 $ 를 바꾼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와 같을 것이다.
조이 : 알았어. 그럼 바꿔올게
늙은마녀 : 우린 시간이 없어
조이 : 그래 알어 우리도 시간이 없고..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비자 도장 어쩌구저쩌구..
정말 조이는 말이 많다..
늙은 마녀가 이제 조금 지친듯 하다. 손짓하며 빨리 갖다 오라 한다..
조이 : 이해할수가 없어. 너도 봤지 서랍속에 그 돈들!? 분명 100 $ 를 다 받으려는 속셈인거야!!
넌 왜 아무말 안해? 그치? 그래 괜찮아 일단 공항으로 가자. 거기서 우리는 돈을 바꿀수가 있어
시간이 없어.. 어쩌구저쩌구..
조이답게 또 흥분했다.. 안에서 꾹 참던 말을 나오자마자 쉴새 없이 내뱉는다.
정말 조이는 말이 많다.. (2)
나는 사실 100 $ 까이꺼 줘버렸을지 모른다. 그냥 벗어나고 싶고 빨리 해결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말이다. 그치만 조이가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분명 귀찮을텐데.
몇번이고 여기를 왔다갔다 거리는건지 땀 범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싫은 내색 한번을
하지 않는다.
나는 또.. 미안해진다..
다시 공항으로.. 그렇게 잡아대던 툭툭 기사들은 이제 우릴 보며 자꾸 어딜 가냐고 안부를 묻는다.
어제부터 우릴 본 그 기사들인가보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인종다른 커플이 다니는것은 워낙 흔하지 않은일이니 만큼 우릴 기억하고 있나보다.
공항으로 가서 겨우.. 정말 경우 돈을 바꿨다. 아니.. 환전했다. 공항안에서 모두 손을 저으며 바꿔줄수 없다고 한다.
결국 엄청나게 비싸게 바트로 환전을 하고 나머지를 달러로 받았다.
이곳은 정말.. 최고다.
되는일이 하나도 없다. 하나를 해결하면 하나가 막히는 정말 그런...
PM 04:40
또 다시 오피스..
도장찍힌 비자를 받았다..
이 늙은여우는 '스페셜한 케이스라는 걸 잊지마' 라는 말과 함께 내게 비자를 주었고
조이는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입술을 꽉 다물고 있었다.. 내 마음은 오로지 이 비자에 대한 감격과
조이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이지 이들에게서는 그저 미움, 짜증,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안스러움등
의 복합적인 마음이었다. 여튼 고맙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내가 원래 좀 나빴다
겨우 이 도장, 아니 이게 절대 겨우가 될 수 없는 이 도장찍힌 비자가
나를 태국으로 데려가 줄것이다.
벅차오른다.. 그동안 겪은 일들, 글이나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내가 겪은
그 이야기들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비자를 들고 나오자마자 내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흘렸던 눈물과는 다르다.
이제 정말 나는 돌아갈수 있다. 소름끼치도록 싫었던 이 곳을 드디어 난 벗어날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던 이 아이
내 손과 발이 되고 힘이 되어주던 이 아이에게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어찌할바를 모를섞인 내 마음..
누군가에게 이토록 고마워해봤던적이 있었나..
누군가에게 아무런 댓가 없이 이런 도움 받아본적이 있었나..
이번만큼은 정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버릇처럼 달랜다.
조이 : 그만울어! 이제 우린 정말 돌아갈수 있는거야. 왜 이렇게 기쁜데 넌 우는거야? 지나 ?
JINA : 고마워..
간신히 입밖으로 내 뱉을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내 온갖 진심을 담은..
그리고 나서, 나는 조이를 안았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흘린 땀들이 한바가지. 내 눈물과 콧물이 뒤버벅된 상태에 그저
옷에다 쓱 거리며 닦는..
절대 서울에서는 '아이드러워' 하며 새침을 떨만한 일이었을것을.. ..
이럴때를 돌이켜보면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비로소 사람인것 같다.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자거리] 이티켓을 출력하러 가는 조이
[여행자거리] 떠나는날 여전히 더운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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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공항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어쩌면 내 마음의 여유를 조금은 다시 찾아 그 모든게 한가로워 보였는지도..
19시 30분 비행기였던가..
조이에게 무엇인가라도 하나 해주고 싶었다.
지포라이타에 시선이 꽂힌다. 마땅히 살만한 것이 없는 작은 공항
조이 : 라이타를 사려고?
JINA : 응.. 선물좀 사려고... 하나 골라줘. 꼭 사다주고픈 사람이 있거든..
신중하게 골라본다. 이건 어떻냐고.. 아 너무 비싸다.. 혼자 머라머라 말을 하더니 까만색 무광택
지포라이타를 하나 집더니 어떠냐고 해맑게 묻는다..
JINA : 좋아!!
그리고선..
방콕의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올때쯤 살포시 조이에게 라이타를 건냈다.
JINA : 내가 너에게 지금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네가 해준것에 비하면 너무 작지만 뭐라도
해주고싶었어.받어!!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이 작은 지포라이타에 조이는 글썽이기 까지 한다.
지금까지 그 많은 일을 겪어오면서 단 한번도 저런 표정을 지은적이 없었건만..
조이 :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 그런데.. 멀 해주지.. 너에게 뭘 주면 좋을까..
고마워 지나..
아무것도 해준것이 없다라.. 이 아이 진심이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는 말을 잇지 못한채 또
울컥하고만다. 겁나서 울고, 짜증나서 울고, 불안해서 울고...... 그리고 고마워서 미안해서 울고..
정말 많이도 울었다..
[캄보디아 국제공항] - 우린 이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이란 것을 먹었다.. 신나하던조이
[수왓나폼 태국 국제공항]
드디어 방콕이다.
정말 내 집, 내 고향에 온 만큼이나 마음이 편안하다.
환호성을 질렀다. 누가 쳐다보든지 상관안하게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근데 그 기쁨도 잠시..
21시 비행기로 조이는 다시 방콕을 떠나 긴 여정을 맞치고 이스라엘로 돌아간다.
조이의 여행의 끝은 나를 위해 허비한게 여전히 미안한 마음으로 남는다.
이스라엘..
참 싫어도 했던 나라다. 유태인들은 간사하다 여기기만 했던 나이다. 유태인들은 시끄럽고
개념없다고 여기던 나이지만..
난 이 아이로 인해 이스라엘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나의 색안경을 벗어버린 것이다.
마지막 인사... 뭐라 했었는지 기억은 안난다.
하고싶은 말은 많았지만,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그렇게 말이 많던 조이도
그저 침묵하며 마지막 담배를 피며 길게 연기를 내뿜기만 했다.
그리고 ...
조이는 어메이징코리안을 만나서 행복했다 라는 말과 함께
금방 또 다시 만날 것 처럼 SEE U SOON 이라고 인사를 하며 내 이마에 키스를 남겼다.
조이가 보이는 첫 눈물과 처음으로 내게 전한 애정표현이었다.
지내는 동안 조금은 보수적일지 모르는 이 동양여자아이를 단 한번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단한번도 약하게 본적이 없다.
무거운 배낭앞에서도 '들어줄까' 라는 말 대신 '너는 할 수 있을거야. 넌 강하니까' 라고
자신감을 복 돋아준 아이..
이런 너를 만나 나는 진실로 행복했다..
그래 행복했었다. 내 평생의 행복을 다 써버린 것은 아닌가 불안할만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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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조이와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고 지낸다.
서로가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으로 확인하며 그때 그 일은 기억으로 두고
일상으로 돌아가 오늘은 살아간다.
난 여전히 가끔 그가 보고싶다.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은.. 그래 한번쯤은 다시 볼 수 있을거란
믿음이 있다.
마지막인사처럼 말이다..
See U SOON ..
[Joy] 조이를 자꾸만 쫓아다니던 캄보디아 여성과..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