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2007년 6월의 기록입니다.)
루앙프라방에 오후 4시쯤 도착했다.
여행자 거리에 내렸으나,
숙소는 검색조차 안한 상태라 발품을 팔아야 했다.
한적해 보이는 골목에서
적당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
하루에 '2달러'
너무 싸다.
방이 작긴 했으나 깔끔해 보였다.
이 게스트 하우스는
동물들을 키운다.
고양이와 원숭이
매도 키운다.
숙소에 머물고 있던
머슴애들이 나왔다.
뉴질랜드와 독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자기들이 술을 잘 마신단다.
지지않는다고.
누가 잘 마시는지 겨뤄보자네.
호~
감히 한국인에게 술을 겨뤄보자네.
너희들이 뜨거운 맛을 못 봤구나.
OK. 가보자꾸나.
문제가 생겼다.
소주가 없다.
데낄라를 주종으로
이 양주 저 양주
더블샷으로 계속 시킨다.
아.......
내가 졌다.
원래는 12시에 나와서 볼링을 치러 가자고 했는데,
너무 취해서 도저히 운동을 할 자신이 없었다.
뚝뚝에 올라타고 가자는 쟤들을 보내고 GG.
패배의 쓰라림을 안고
그냥 자러 갈 수가 없었다.
터벅터벅 걷다보니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인데도
불이 훤히 켜져있고
주민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집이 있었다.
뭐지?
상가집이었다.
떠난 이를 보내는 또 다른 축제.
테이블 중 빈 의자가 보여서 그냥 가서 앉았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거나하게 취한 내 상태를 보고 웃으며 받아주고 술잔을 내어준다.
같이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숙취로 힘들었다.
독일 뉴질랜드 술꾼 두 명에게 무조건 항복선언하고.
걔네들은 멀쩡했다.
역시, 한 살이라도 젊은 게...
침대에 누우면 몸이 슬슬 근지러운 게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침구류를 정리만 했지 빨지를 않아 긴머리카락이 묻어있는 게 보인다.
아, 방값이 싼 이유가 이거였구나.
내일 떠나야 겠군.
다음 날 아침 일찍,
루앙프라방에만 있는 대규모 탁발을 보러 여행자 거리 큰 길로 갔다.
나이많은 승려를 필두로,
그 다음의 연령대
그 다음
또 그 다음...
루앙프라방 사찰 단위로
무리지어 탁발하는 것 같았다.
체험하는 외국인들이나
일상으로 탁발하는 주민들이나
행동의 결과는 매한가지겠지.
선업(善業)
의심할 여지는 없으나,
모두의 손을 거친
음식의 위생은 어떻게 되는 것이며
돈과 음식이 함께 담긴 발우는
많이만 담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선한 마음을 뭐라할 수는 없으나
결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였고,
너무나 많이 받아가는 승려들의
기부를 바라는
또다른 구걸의 생태계가
이미 너무나 확고히
자리잡혀 보였다.
바로 옆에서
보시하는 이들과
구걸하는 이들의 기묘한 조화.
거대한 탁발쇼처럼 보였다.
매일 되풀이 되는
혼돈의 쇼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