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앙코르와트로! (5)
나홀로의 여행
오늘은 다시 저와 딸 둘만의 여행입니다.
6시50분 기상을 해서 호텔1층에서 아침을 먹는데 딸의 상태가 별로 안좋네요. 그동안 아침 맛있다고 열심히 먹더니 오늘은 입에도 안대는 것이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었나봐요. 혼자 우걱우걱 토스트를 먹고있는데 지배인이 로비에 한 여성분을 인사시키네요. 제가 어느 카페에서 추천한 글을 보고 호텔을 결정했대요. ‘내말이 효과가 있네, 댓글하나도 신중히 달아야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책임감도 느껴지드라구요. 자료가 없다길래 제가 복사해온 자료를 주고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랬죠 (쓰면서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이었던것도 같구, 이틀동안 술독에 빠졌더니 날짜감각이 없어졌나봐요. 또 귀찮기도 해서 마지막날에는 수첩에 메모도 잘 안했어요ㅜㅜ)
7시30분 뚝뚝을 타고 앙코르와트로 출발합니다. 3일째여서 가는 길은 익숙해졌네요. 앙코르와트가 보이는 코너돌기 바로 전 우측의 숲에 조그만 오솔길이 몇 개 있는데 나중에 다시 온다면 자전거 타고 숲길을 들어가서 돗자리 깔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행계획을 세울 때 시내투어랑 마지막날 앙코르와트 투어는 자전거를 타고 돌 생각이었는데 딸이 자전거 타고 갈 자신이 없다고 엄살을 부려서 어쩔수없이 뚝뚝을 이용했거든요)
뚝뚝은 금방 앙코르와트에 도착했고 우리는 3일전 일출관람에 이어 다시 한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관람객들이 오른쪽 부조에 머물러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길래, 저는 시계방향으로 일층회랑을 둘러봤어요. 만화책에서 본 낯익은 장면들이 나를 반깁니다. 역시 사진으로 본것과는 다른 느낌이 드네요. 차근차근 하나씩 봐 가는데, 뒷쪽 우측의 우유바다휘젖기부분의 오른편, 즉 신들이 힘이 딸려 끌려가는 부분이 공사중이예요. 신들이 힘이 부쳐 딸려가는 모습과 신들이 숫자가 적은 것, 끝부분의 원숭이(수그리바였던가요) 그부분이 제일 보고싶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뒷마당에 되있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달랬지요.
(만다라산을 깔고 앉은 비슈뉴신과 그의화신 거북 쿠르마)
좌우로 목욕탕이 있는 1.5층(?)을 지나서 2층으로 올라갔더니 사람들이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줄서있네요. (앙코르와트는 1층과 2층사이가 어중간하게 나뉘어져있어서 구분이 애매해요). 아침 일찍이라서 별 기다림없이 올라갔어요. 철계단 입구에서 올라간 총인원확인을 위한 명찰을 목에 걸고 올라가게 하는데 앞에 사람은 제재를 당해서 못올라가네요. (왜 그럴까 치마가 짧아인가? 잘모르겠어요) 저도 반바지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올려 보내더라구요. 모자를 벗게 하고 (아마도 공경의 의미겠죠)
(3층에서 본 뒷편모습-오른쪽 공사중인것이 우유바다휘젓기 부분)
딸은 드디어 뽕 갔어요. 체력이 완전히 방전됐는지 기둥에 기대앉아 움직일줄 모르네요.
3층의 경치는 정말 좋아요. 올라오는 이유가 있더군요. 한바퀴 돌며 경치를 감상하고 다시 내려오는데 그 잠시사이 3층 올라가는 줄이 한참 길게 늘어서 있어요. 밖으로 나왔다가 뭔가 얼렁뚱땅 본 것 같아 아쉬워서 딸을 1층 구석 난간에 쉬게 놔두고 1층회랑을 다시 한번 둘러봅니다. 그 잠깐사이에 다시 본다고 처음 본것과는 다르게 좀더 세밀하게 볼 수 있고, 내용도 잘 파악되고, 느낌도 많이 전해지네요. 거기서 어제 같이한 호텔동기(?)들도 보게됐어요. 아는 얼굴이라고 반갑네요^^. 우리나라 가이드에게 지나가며 듣기도 하고, 궁금한것도 잠깐 물어보니까 내용이 확 이해되는게 이곳은 가이드가 있는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거올린것 딸이 알면 삐질텐데ㅎㅎ)
나오니 딸은 벽에 기대서 자고 있네요. 딸을 데리고 우측에 있는 화장실쪽으로 가서 볼일보고 코코넛쥬스도 먹고, 딸도 이것은 맛있게 먹네요. 잠깐 팁 하나, 코코넛은 다먹고 나서 반으로 쪼개달라고 해서 안쪽의 하얀부분을 긁어 먹으세요. 맛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색다른 맛을 즐길수 있으니까요.
(코코넛 한쪽부분을 잘라서 스푼으로 쓰게 해줘요^^)
딸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나와서 숙소로 향합니다. 아쉽네요.
딸은 점심도 안먹고 퍼져 잡니다.
스타마트가서 라면, 요구르트 등을 사서 딸에게 주고 오후 일정은 혼자 진행하기로 했어요.
1시35분
원래 계획은 룰루오스 유적을 보기로 한것인데 어제 자세히 못본 바이욘 1층회랑이 너무 아쉬워서 앙코르톰으로 가기로 했어요. 혼자 뚝뚝을 타니 또 다른 느낌이 드네요. 진짜 해방된 것 같은 그런 느낌, 작년 태국여행때도 아들 떼어놓고 저녁때 카오산 누빈 즐거운 기억이 있는데 그때와 똑같네요^^
앙코르톰남문 입구왼쪽에 있는 박세이참끄롱에 들렸어요.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인지 풀도 잘 다듬어놓지 않았네요. 간단한 이정표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쇠가는 소리를 내는 매미들만 시끄럽게 하네요. 힘들게 계단을 올라갔더니 뒤쪽 경치가 좋아요. 계단이 40개정도뿐이 안돼서 시간도 얼마 안걸리니까 한번쯤 올라가 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2시15분에 바이욘에 도착해서 1층회랑을 자세히 봅니다. 보고싶던 서당에서 자는 아이그림을 기어코 찾아서 보는데 가이드는 서당이 아니고 가게라고 하네요. (뭐가 맞을까요?) 입구 반대쪽 회랑에는 관람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편하게 쉴수 있겠어요. 1.5층에 있는 회랑 부조도 봤는데, 여기는 부서진 곳이 너무 많아서 그림형체만 알아볼 정도네요. 다시 2층에 올라가서 크메르에 미소라고 하는 4면상을 봅니다. 또 봐도 다시 느껴지는 웬지 편안함, 둔해 보이기도 하고, 순박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볼 때 느껴지던 화려한(?) 미소와는 다른 서민적인 그런 미소, 좋네요..
(오른쪽 끝에 조는 학생 보이세요^^)
밖으로 나와서 코끼리테라스 쪽으로 가려는데 아! 길을 모르겠어요. 어제에 이어 또 한바퀴 도는데 뚝뚝이 나타나네요. 서로 말이 전달이 잘 안돼서 계속 주위를 돌고 있었나봐요.
3시50분, 코끼리테라스에 도착. 여기온 이유는 오직하나, 후기에서 본 머리5개의 말을 보기 위해서죠. 아무리봐도 못찾겠어서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테라스안쪽 좁은 골목길처럼 되 있는곳을 알려주네요. 이곳은 한쪽면은 광장쪽의 외벽이고 그내부에 좁게 위치해있는데, 사람 손이 덜타서 그런지 덜 훼손되고 예쁜 조각들이 있어요. 꼭 한번 보세요^^
(좌우 한마리씩 있어요)
짐정리를 하나도 안해놔서 일몰은 보지않고 바로 숙소로 왔어요. 딸은 라면을 먹더니 조금 정신을 차렸네요. 맛사지 한번 더 받으려고 ‘나이트마켓’을 가봤어요.
5시20분이 좀 안돼서 도착했는데 나이트마켓 안쪽의 상점들은 이제야 하나둘 문을 여네요. 그 입구에 1시간에 5불인 맛사지를 깎아서 둘이 7불에 하고, (팁1불)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팟타이 같은 볶음라면도 먹고(1불),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전혀 모르겠는 꼬치도 먹고(1개1000리엘, 5개 1불), 냉장고에 부치는 자석도 사고 숙소로 돌아왔어요(7시10분). 나이트마켓이 질은 몰라도 물건값은 제일 싼 것 같아요.
샤워하고 돌아갈 옷으로 갈아입고 하니 8시40분, 지배인과 4일간의 요금을 계산을 하는데 확실히 저렴하네요.(늦게 체크아웃했는데 추가요금도 받지않았어요^^)
어제 같이했던 다른 분들은 술드시러 밖으로 나가시는데, 마지막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이때 술한잔하고 갔어야하는데ㅜㅜ) 9시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를 타려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네요. 2시간은 어찌 버티겠지하는 심정으로 티켓팅하며 집 붙이고, 출국세 내고, 몸검사한 다음에, 볼 것도 별로 없는 면세점 좀 보고 있는데, 공항안내 모니터에서 'delayed'가 뜨네요. 1시간 정도는 기본이란 말에 한숨 쉬고 기다리고 있는데, 뭐라뭐라 스피커에서 떠드는거예요. 비행기정비가 안돼서 연착될거라는 말과 기다리는동안 로비식당에서 식사와 음료수를 준다는 말이였어요. 불안했죠. 다른 비행기는 베트남 기상상태가 안좋와서 1시간 연착되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줬거든요. ‘3시간은 기본으로 늦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단 티켓검사 후 쿠폰 받아서 식사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다른 비행기들은 다 출발해서 이스타항공 탈 사람들만 남았네요. 여기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생활력이 보여졌어요. 12시도 넘어 졸립고, 딸은 여전히 상태가 안좋아서 철제의자를 두 개를 맞붙여서 그사이에 어찌어찌 자세를 잡고 잠을 청하니까 다들 따라하더라구요.^^ 에티켓상 절대 권할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앉아서 기다릴릴는 없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2시20분쯤 되니까 왁자지껄해지네요. 드디어 비행기가 준비됐다고, 타라고, 비행기는 스튜어디스의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끝으로 아무말이 없네요. 안전운행이 최우선이겠지만 고객들이 이해할만한 정확한 사과와 응분의 보상이 있었으면하는 바램이 드네요. (그날 베트남 경유해서 들어가는 대한항공 비행기와 우리가 타는 청주행 이스타항공만 연착됐음, 대한항공은 캄보디아어, 영어, 한국어로 설명해주는데, 이스타항공은 그게없네요, 싼게 비지떡이죠ㅜㅜ).
(기내식, 다른것은 남겨도 바나나는 드세요. 반입금지입니다)
장시간의 여행 끝에 청주에 도착하니 살을 에는 추위가 엄습해요. 그래요. 현실로 돌아온거예요. 내년 이맘때까지 다시 기다릴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네요.
준비도 부족했고, 많은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고, 빨리 다음 여행을 하고 싶은 그런 생각만 들어요. 내년에도 혹은 하나 달고 가야할 것 같고, 여행지는 그때가서 잡으려고해요. 다만 막내딸이 수능을 보면 애들 다 떼어놓고 집사람과 둘이서 그동안 내가 다녀봤던곳을 한달동안 쭈욱 여행시켜 주고 싶은 착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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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 관람은 반드시 오전에 보시기를 권합니다. 간단한 식사 싸가서 일출보시고 바로 들어가서 3층부터 보는 것이 괜찮을 듯. (9시만 넘으면 단체관광객이 많아서 시끌벅적해요), 최소 반나절은 머물면서 보는 것이 좋겠죠.
☞ 책 한권 꼭 보고 가세요. 1층 회랑을 보면서 ‘옛날에 이 거대한 돌을 조각했다니’ 만 느낄것인지 ‘아 이런 재밌는 내용이 숨어 있구나’하며 그들의 생활상과 신들에 대해서 느낄것인지 차이가 커요.
일단은 끝났습니다. 갔다온지 20일이 넘으니까 기억도 잘안나고 후기쓰기가 힘드네요.
오늘저녁 카페 번개모임이 있는데 거기가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다시 한번 기억을 떠 올려봐야겠어요^^. 몇분인지는 몰라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