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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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2)

하로동선 2 3369
- 모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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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7일 금요일 새벽 3시 기상. 오늘은 캄보디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연 이틀째 불과 두세시간을 자는 강행군이다. 전날에 짐을 모두 싸 놓은 까닭에 세수도 안 하고 짐만 들고 길을 나섰다. 쏘이 람부뜨리의 [싸왓디 테라스]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제의 여흥을 이어가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콘송 모칫마이]를 외쳤다. 카오산로드를 막 벗어나자 거리는 고요하다. 이 새벽에 깨어 술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역시 여행자들뿐이었다. 모두들 잠들어 있는 시각. 새벽시간이라 차가 막히지도 않아 불과 30분도 안 걸려서 [방콕북부터미널]에 도착했다. 미터 요금은 12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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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각 3시40분.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은 제법 많다. 캄보디아 국경과 닿은 [아란 야프라텟]행 첫차는 새벽 5시. 1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되자 다들 나한테 원망을 퍼 붓는다. 물론 187B 짜리 일반 버스는 3시반부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좀 편하게 가려면 국영버스인 999를 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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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 뭐 좀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식당엘 갔다. 하지만 보는 바와 같이 식당은 아직 개시도 안한 상태. 다시 나에게 쏟아지는 원망... 아쉬운 대로 이 시간에도 문을 열고 있는 편의점에 가서 바나나 우유 등의 먹을 것들을 사왔다.
 

그렇게 허기를 때우고 버스 탑승. 하지만 버스 내부는 생각보다 비좁다. 다시 나에게 쏟아지는 원망... 나도 약간은 당황했다. 예전에 아내랑 농카이에서 방콕으로 갈 때 탔던 999버스는 공항버스처럼 24인승이고, 좌석이 뒤로 많이 젖혀져서 아주 편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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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친구는 체격이 다소 큰 편이지만 하여간 몸뚱아리가 좌석에 꼭 끼어 있다. 이렇게 앉아 5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 국경 통과 -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5시간 반을 달렸다. 처음에 표를 끊을 때는 [딸랏 롱끌레아우]라고 되어 있길래 이 버스가 국경까지 가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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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보니 이렇게 롱끌레아우 시장 옆 공터였다. 여기서 국경까지는 다시 뚝뚝이다. 한 대당 80B. 불과 10분 정도를 시원하게 내 달리니 곧바로 국경. 이때 이미 10시가 넘었으니 아침을 굶은 우리의 배고픔은 극에 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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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노점 아무데나 들어갔다. 먹을 만한 음식은 계란을 얹은 덮밥이다. 하나에 40B. 도로에 먼지는 풀풀 날리고, 파리가 날고, 날씨는 아주 덥고, 게다가 “위생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환경이 동남아 배낭여행이 처음인 친구들에게는 많이 낯선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싫으면 굶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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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바와 같이 덮밥은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형태인데, 맛도 아주 좋다. 다만 나한테는 양이 너무 적었다. 하나를 먹어서는 포만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두 개 정도 먹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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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태국 이민국에서 수속을 밟았다. 태국에서 바라본 캄보디아 국경에는 앙코르 와트가 그려진 캄보디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길을 걸어나오는데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확히 2001년 12월 30일에 이곳을 통과했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발전이 있었다. 당시의 여행기에서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길바닥에 좌판을 놓고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들.. 지뢰를 밟았는지 발목이 잘려나간 채 지나가는 이들에게 힘없이 손을 벌리는 거지들.. 온몸에 무언가가 잔뜩 돋아나 곧 숨질 것 같은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누운 병자들.. 그저 할 일없이 길바닥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들.. 나무로 만들어서 자체무게만도 꽤 될법한 수레에 짐은 어울리지 않게 조금 싣고 어디론가로 향하는 남자들.. 이들 모두는 아침 8시에 국경이 열리면 캄보디아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 이곳 태국으로 건너와 이제 한창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열대의 태양아래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국경이라고는 유일하게 휴전선만을 보며 자란 우리들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곳엔 철조망도 군인도 총칼도 없었다. 그저 힘겨운 삶이 있을 뿐...
 

뚝뚝에서 내려서 걷자마자 캄보디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는데, 그 중 하나가 내게 우산을 씌워 주며 잰걸음으로 따라붙는다. 난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본 척도 안하고 걷는데, 앞서 가던 일행 분이 말씀하신다. “걔네들 얼른 쫓아보네요. 안 그러면 우산 씌워주고 돈 달래요!” 아무 생각도 없다가 불현듯 정신이 든 나는 No! No! 하며 소리쳤다. 그랬더니 그 애도 내게 뭐라고 하며 물러나는데, 그럼 곧바로 다른 애가 달라붙는다. 그 애도 쫓고 나면 또 다른 애... 사정이 이렇다보니 짐은 무거워도 엄청 빨리 걷게 된다. 문득 혼자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뒤를 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내도 주변에 빙 둘러선 애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고생하고 있었다.
 

오늘의 국경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동냥하는 아이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는 아주 많이 정돈되어 있다.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커다란 카지노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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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바로는 여기서 돈을 얼마 이상인가 칩으로 바꾸면 잠도 공짜로 재워 주고, 아침식사도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의 관심은 없다. 이어 캄보디아 이민국 도착. 비자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쓰고, 또 입국신청서도 쓰느라 정신이 없다. 비자 가격은 20불. 따라서 나는 네 장의 신청서와 100불 짜리 지폐를 들고 있었는데, 이민국 직원이 내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 80 dollars and four hundreds baht "
" What? "
내가 큰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는 [20불]이라고 씌어있는 표지판을 가리켰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100달러 지폐만을 창구안으로 집어넣는다. 혹시 거스름돈 안줄까봐 눈을 부릅뜨고 창구 앞에 서서 안을 주시했다. 드디어 나오신 네 개의 여권과 20달러 지폐. 하하하!! 내가 이겼다.
나중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직원은 내 친구들에게 너희들 중 리더가 누구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지목하자 내게 와서 그런 수작을 부린 것이다. 비자를 발급받고 이민국을 통과하여 걷는데, 길가에 캄보디아 제복을 입은 네 다섯의 사람들이 길거리에 탁자를 놓고 의자에 쭉 앉아 있다.
친구들 중 누가 묻는다. 저 사람들 저기서 뭐하는 거냐고.
물론 나도 모른다. 다만 10여년 전에는 저런 사람들이 길가는 여행자를 잡고 [검역확인서]를 요구했었다고 한다. 즉, 말라리아 예방 접종을 받았다는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없다. 그러면 50B를 요구한다. 어쩔수 없이 돈을 낸다. 그럼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놓아주느냐? 그건 아니다. 그냥 통과하는 거다. 캄보디아의 말라리아 모기들은 돈을 낸 사람은 가려서 물지 않는 모양이다.
 

사족:
 

1) 태국-캄보디아 국경을 넘는 사람들 중 많은 이가 [룸피니 공원]에서 출발하는 카지노 버스를 이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요금은 200B인데, 이 버스는 승객을 바로 국경까지 데려다 줄테니 뚝뚝값은 절약이 되겠네요.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 글로벌 장원의 “리차드 권”사장님은 한말씀 하시더라군요. 세계의 문화유산인 앙코르 와트를 방문하는 우리 여행자들이 노름쟁이들의 틈에 끼어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입니다. 옳은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2) 뚝뚝을 타고 태국 국경에 도착하면 삐끼들이 다가와서 비자 있느냐고 묻습니다. 없다고 하면 자기들이 대행해줄테니 1,000B을 내라고 합니다. 이 삐끼들은 우리를 어느 번듯한 건물 옆의 돌로 만든 의자로 안내하는데, 이 번듯한 건물을 [캄보디아 이민국]으로 착각하면 깜빡 속기 쉽습니다. 뚝뚝에서 내린 자리는 아직 엄연한 태국 땅입니다.
 

3) 캄보디아 여행비자의 가격은 20불입니다. 삐끼들에게 대행시키면 시원한 그늘에 앉아 쉬면서 기다릴 수 있고, 삐끼들은 줄을 안서고 다른 여행자들의 앞을 새치기해서 받아오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혼자서 하실 때보다 시간이 적게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여행자들에게는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는 겁니다. 그래도 너무 힘들면 이용하시는데요, 가격은 1,000B 또는 25불입니다. 1달러가 30B 정도임을 감안하면 25불로 주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2 Comments
동쪽마녀 2012.02.16 12:40  
예전 국경 모습은 참혹했었군요.
저는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국경 시장에서 내렸었기 때문에,
아란의 모습이 그런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사실 저도 리차드님 말씀에 공감을 하고
힘들어도 방콕에서 1박 한 뒤 캄보디아로 넘어간 것이었는데,
동지시네요.^^
아이와 함께 택시 잡으러 가는 길에 검역확인소에서 저를 잡길래,
저는 기내에서 쓰던 것이 기억나 열심히 체크해주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웃던데 저랑 아이가 매우 까매서 그냥 보내줬나 싶기도 하네요.^^
하로동선 2012.02.17 10:22  
아마도 그들이 원한 것은 약간의 돈이었을텐데, 검역확인서를 열심히 작성하시니 그냥 보내줬나보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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