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3)
- 시하누크빌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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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목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뚝뚝을 타고 올림픽 스타디움 근처의 버스터미널로 갔다. 시하누크빌(Sihanouk Vill)로 가는 파라마운트 버스는 7시 30분 출발이다. 요금은 6불.
다른 친구들은 배가 안 고픈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먹어야 한다. 메뉴는 또 덮밥이다. 저렇게 국물이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고 좋다.
프놈펜과 시하누크빌 사이의 거리는 226km. 하지만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시간이 절반밖에 걸리지 않겠지만 여기는 도로 사정도 안 좋고 복잡해서 차가 빨리 달릴 수 없다.
캄보디아가 요즘 선거철인가? 가는 곳마다 저렇게 캄보디아 인민당(Cambodian People's Party)을 나타내는 간판이 서 있다. 바탐방에서 시작해서 가는 곳마다 저런 것이 있으니 우리나라랑은 많이 다른 것 같다.
프놈펜의 아침은 분주하다. 거리에는 출근하는 차와 오토바이의 행렬이 가득하고 학교에는 등교한 학생들로 붐빈다. 하지만 프놈펜 시내를 벗어나자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한적한 농촌의 풍경이다.
어김없이 버스는 노점에서 쉬어간다. 일행들 중 유일하게 아침을 먹은 나.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내가 먹어보지 않은 길거리 음식들에 도전한다.
생긴 모양은 찐빵인데, 맛은 희한하다. 안에 넣은 것은 야채도 아니고, 고기도 아니고, 단팥은 더욱 아니고... 어묵인가? 내가 맛이 이상하다며 친구들에게 권하니 모두들 마뜩잖은 얼굴이다.
드디어 시하누크빌 너미널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내일을 위해 꼬꽁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이어 뚝뚝을 타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시하누크빌의 랜드마크인 황금사자 동상(Golden Lion Traffic Circle)이다. 이곳에 대한 정보는 내가 준비해 간 자료보다 어제 프놈펜의 FCC에서 공짜로 얻은 <시하누크빌 비지터스 가이드>를 참고로 했다. 여기에는 10불 미만의 게스트하우스부터 100불이 넘는 호텔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숙소가 총망라되어 있었다. 수영장이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 비싸도 좋으니까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 후보를 세군데 골랐다. 이들은 모두 세렌디피티 비치 근처에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돌아다녀봐도 방이 없거나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결국 우리는 뚝뚝 기사가 소개하는 곳을 잡았다.
아쿠아 리조트 호텔(Aqua Resort Hotel). 사진에서 보듯 수영장도 있고 분위기도 아주 그럴싸하다. 가격은 트윈이 30불. 우리나라에서 3만원 내고 이런데서 잘 수 있나? 보통 뚝뚝 기사가 소개해주는 곳은 기사가 커미션을 받아가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고 시설은 낙후되어야 하는데 이곳은 오히려 반대이다.
- 세렌디피티 비치 -
너무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일단 식사부터 했다.
여기는 음식도 맛있고 값도 싸다. 저런 요리 하나의 가격이 모두 5불 이내이다. 친구들은 촌스럽게 고추장에 밥을 비벼먹는데, 나는 일관되게 현지 스타일의 음식을 고집했다. 고추장은 한국에 돌아가는 순간부터 실컷 먹게 되어 있다.
호텔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해변이다. 세렌디피티(serendipty) 비치. 캄보디아 최대의 해변 도시인 시하누크빌에는 6개의 해변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해변은 오쯔디알(Ocheuteal) 비치이다. 세렌디피티 비치는 오쯔디알 비치의 북쪽 해변을 따로 이르는 말인데, 그냥 넓게 보면 오쯔디알 비치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니 물 색깔은 “별로”이다. 건기의 맑은 날씨를 감안하며 쪽빛 바다를 상상했으나 실상은 물 색깔이 누렇다. 실망....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기념으로 물에 들어갔다. 대충 수영이나 좀 하고, 이렇게 비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옆에 누워있는 형이 말했다. “준용아.. 여기는 물색깔이 왜 이러니?”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는가... 자료에 보면 여기는 태국의 파타야에 비할 만큼 쾌적한 휴양지라고 나온다. (솔직히 파타야도 물이 깨끗한 것은 아니다)
정말 짜증나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거지들이다. 그들이 불쌍한 것은 나도 알겠는데 거의 1분마다 찾아와서 손을 내미니 휴식이 안 된다. 그것도 열대의 태양 아래서 불청객을 대하려니 나중에는 말조차 하기가 싫어진다.
별로 할 일이 없다보니 저렇게 맥주 한 잔 먹고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역시 바다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어른도 즐겁다. 아니면 여인이랑 오던가. 껄껄... 우리 넷이서 할 수 있는 일은 낮잠말고 없다. 결국 시큰둥해진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는 길에 본 호텔이 너무 마음에 든다. Seaside Hotel. 나중에 가족들하고 오면 저런데로 가야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가격도 착하다. 40불. 캄보디아 풍으로 멋들어지게 지은 외관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단점이라면 수영장이 없다.
숙소로 와도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수영장에 몸 한번 담그고 누워 있는 정도. 역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이 있어야 어른도 살맛이 난다.
- 저녁 시간 -
저녁식사는 프랑스 음식점으로 유명한 레 푸일(Les Feuilles)로 가려고 숙소 주인장에게 위치까지 자세히 물어봤다. 이 숙소의 주인장도 서양 사람이다. 가르쳐 준 대로 해변도로로 나갔는데, 찾지를 못하겠다. 또한 구태여 찾을 필요도 없는 것이 도로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식당들이 있었는데, 다들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
여기는 해피 허브 피자. 이렇게 테이블은 노천에 놓여 있고, 역시 야외에 진열된 재료들을 고르면 숯불에 구워 바비큐로 만들어 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오징어, 새우, 소고기이다. 다들 이런 음식과 함께 맥주를 마신다.
식사를 마치고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미련이 남아서 빅토리 힐(Victory Hill)에 가 보기로 했다. 밤에 뚝뚝을 대절하니 8불을 달란다. 에까리앗 거리(Ekareach Street)를 따라 뚝뚝을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데 밤공기는 시원하고 좋지만 주변에 인적은 드물다. 도로는 거의 평지로 이루어진 바탐방, 씨엠립, 프놈펜과 달리 위 아래로 굴곡이 심해서 남자 넷을 태운 뚝뚝은 금방 숨이 넘어갈 듯이 털털거린다.
대체 여기를 왜 왔는지 모르겠다. 시하누크빌에서는 유명하다는 빅토리 힐이지만 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해 보니 오려면 낮에 왔어야 했다. 밤에는 이렇게 <바>의 언니들이 우리를 부르고 그들과 어울려 노는 서양사람들 뿐이다. 조금 걸어다녀보니 여기도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는데 추레한 외관으로 보아 꽤나 저렴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실망만을 가슴에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또 슈퍼에 들러서 소주, 맥주 등을 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숙소로 돌아와 수영장 옆에서 술을 마시는 일 뿐이다. 친구들은 소주를 참 좋아하는데, 나는 싫다. 소주는 한국에도 많아.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는 이 지역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슈퍼에서 사온 끄랑과 프놈펜이다. 이런 맥주는 우리나라의 어디를 가도 없지 않을까? 다만 내 혀가 맛에 민감하지 않아서 그런지 술맛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사족:
1) 동냥하러 오는 아이들보다 더 제 가슴을 아프게 했던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다란 비닐봉지를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플라스틱 물병을 줍습니다. 자루 하나를 가득 담으면 돈을 얼마나 받을까요?
2) 우리가 맥주를 마시고 나면 함께 나온 개사료 같은 안주만 남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와서 그것을 좀 먹으면 안 되느냐고 합니다. 차마 그것을 안 된다고는 못하겠더군요. 제가 그러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걸 손에 쓸어 담아 가지고 가면서 먹습니다. 아이들이 배가 고픈 것 같았습니다.
3) 어린 아이를 안고 다니면서 동냥하는 아줌마들을 외면하는 것은 참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변에서 모두 모여들기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4) 태국 파타야에서는 수영하면서 소지품을 비치의자에 아무렇게나 놓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구요. 파타야에서는 장사꾼만 오는데 여기는 장사꾼보다 동냥어치가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