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3 - 씨엠립 길거리 음식 그리고 앙코르 나이트 마켓 (야시장)
씨엠립의 밤엔 모험이 기다린다(?)
씨엠립의 길거리 음식들
하루 종일 걷다가, 먹다가, 또 걷다가 또 먹다가를 반복한 씨엠립에서의 첫 날.
내일부터는 앙코르 유적지 구경을 해야한다 싶어 저녁 일찍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다 발견한 커다란 간판 하나.
"앙코르 나이트 마켓"
오호라~ 저기로 가면 씨엠립 야시장이 펼쳐지나 보구나.
난 정말 야시장에 가고 싶었다. 동남아로 배낭여행온 지 열흘 가까이 됐으나 야시장 근처도 못가봤는지라 캄보디아의 야시장은 어떻게 생겼을지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이럴때 나홀로 여행자 (특히 여성)들에게 애로 사항이 꽃핀다. 난 혼자 여행을 할 때는 해가 지면 숙소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물론 숙소 바로 앞 수퍼 정도는 나가기도 하고, 방콕의 씨암에서 묵을땐 워낙 번화가인지라 밤에 근처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괜찮았지만 여긴 사정이 다르지 않나. 간혹 혼자서 밤에 돌아다녀도 '나는 괜찮았다'며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여행자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밤에 혼자 다니는건 비추. 현실적으로 봤을때 특히 여자들은 단 한 번의 '나쁜 일'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걸 고려해보면 과연 여행지에서의 치기어린 모험에 인생을 걸만한 가치가 있을지 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혼자는' 야시장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혹시 특혜 아가씨가 같이 갈 마음이 있을까....궁금해하며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엇.....!!
갑자기 길가에 없던 노점상들이 막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기는 반찬 가게가 아닐까?
비릿한 젓국 냄새가 진동을 하던 노점상
특이하게도 생선을 저렇게 구운 다음 조각을 내서 팔았다.
- 생선 자체 비린내보다 젓국 비린내가 장난이 아니지 말입니다.
비린내에 못이겨 옆 노점상으로 옮기니 거기엔 꼬치 가게가!! (오오 +_+)
- 꼬치 양념 특유의 매콤한 냄새에 숯불 냄새까지 더해져 침이 절로 꿀꺽.
만만해 보이는 사이즈의 꼬치들.
- 냄새도 좋고 보기에도 맛있어보여서 하나 먹을까....했는데......왠지 고기가 심상치 않다. -_-;;
다른 쪽엔 닭(으로 추정되는 조류)를 굽고 있었다.
- 닭발까지 꼼꼼하게 챙겨 굽고 있는 모습
중간 중간 사장님이 페인트 붓으로(...) 양념을 앞뒤로 발라 뒤집어가며 열심히 굽고 있었다.
아아...훌륭해!! T^Tb
동네 사람들이 모두 꼬치 구이 냄새에 몰려든걸까? 이 노점상엔 이미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좋아~ 기왕 여기까지온거 꼬치나 사먹어볼까....하고 작은 사이즈의 꼬치를 고르려는데......아무래도 이거 고기가 수상해. 처음엔 동글동글한게 닭고기를 둥글게 잘랐거나 아니면 닭똥집인가.....했는데 어떤 꼬치에는....다리가 달렸다. (커헉)
이거...설마....개구리.....??
설마...싶어 이거 무슨 고기냐고 물어보는데.....말이 통할리가. 아저씨는 크메르어만 하고, 나는 영어만 하고. -_-
그렇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내가 개구리 흉내나 닭 흉내를 낼 수는 없는거 아닌가. 캄보디아까지 와서 이동네 미친년은 나라고 굳이 떠들고 싶진 않았다. (쿨럭)
그리하여 꼬치는 패스.
다음 노점상으로 가니.....
이번엔 훈재한듯한 고기들을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판다.
- 노점상 테이블(?)에 잘린 돼지 코와 혀가 그득그득
여기는 디저트를 파는 곳이 아닐까.
- 달달한 우유 끓인 냄새가 진동을 하던 곳.
가까이서 보면 요렇게 생겼다.
근데 저 끄트머리의 김밥같이 생긴 놈은 뭐라냐...-_-a
어느 나라든 고기 파는 곳은 엽기적인 모습이 환상적으로 펼쳐지는지라 살짝 긴장했는데 캄보디아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고기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다. 냄새도 양념 냄새가 주를 이루고, 비주얼 자체도 그닥 엽기적이지 않은 편. 돼지 코와 혀와 껍데기를 토막토막 내어 테이블에 잔뜩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 조금 놀랍긴했지만 뭐....이정도 쯤이야. 어차피 다 1차적으로 가공이 된 고기들이었고 또 딱히 이상한(?) 고기를 먹는것 같지도 않아 오히려 더 사람냄새 나고 좋았다면 내가 이상한걸까.
노점상 주변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데 아....이 나라 사람들 정말 순박하고 친절하다.
낯선 외국인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으면 손님들도 사장님들도 한번씩 씨익 웃어준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어도 되나요?' 하고 손짓으로 물어보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그렇다고 돈을 요구하거나 강매하는 사람들도 없다. 오히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들의 생활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외국인이 귀여운듯 반가운듯 받아주는 상인들과 손님들. 태국에서도 사람들이 친절한걸 느끼긴 했지만 캄보디아는 그보다 한 수 위.
이들은...단순히 친절한게 아니라 순박하다. 도저히 관광지 사람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순박하다.
대부분의 관광지 상인들은 '여행자=호구'라는 인식하에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바가지를 씌우거나 아니면 사기를 치기 위해 혈안이 되있는데 이 곳 사람들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한번 씩 웃고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면 끝.
참 여행하기 좋은 곳이구나 캄보디아는.
이방인의 호기심어린 눈을 부드럽게 받아준 상인들이 고마워 노점상에서 뭐라도 사고 싶은데 마당히 눈에 띄는게 없다.
그러다 발견한 이 곳. 그래 맞아, 캄보디아엔 이게 있었지!!
바게트 샌드위치 하나 들고 가세요~~~
- 리어카 모양부터 야자수에 배경이 되는 건물까지 딱 열대 스타일!!
뚝딱뚝딱 열심히 바게트 샌드위치를 만드는 예쁜 사장님.
- 일단 바게트 배를 갈라 버터인지 마가린인지 모를 음식을 바르고, 속을 야채와 참치, 고기 다진 것으로 채운다.
그리고 양배추, 당근, 오이 채썬 것을 또 바게트 속에 꿀꿀 눌러 담아준다.
- 그 후 케찹과 정체모를 소스를 찹찹찹 뿌리고....
종이 자른 것으로 터진 배를(...) 둘둘 감아 고무밴드로 둘러준 후 비닐 봉투에 담아주면 끝.
- 이 훌륭한 사이즈를 보라!! (-_-)b
옷을 벗겨 보았어요. (호호)
- 고소한 바게트 냄새에 새콤달콤한 양념 냄새가 그득 (아흑 배고파;;)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은 과거가 있는 캄보디아는 현재까지도 나라 곳곳에 프랑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중년 이상의 캄보디아인들 중엔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고,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서양인 여행자들 중 불어권 국가 출신 여행자들이 영어권 국가 출신 여행자들보다 더 눈에 많이 띈다. (특히 노년층으로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그리고 음식. 캄보디아에선 길거리나 버스 정류장 등에서 이 바게트를 파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냥 바게트를 바구니에 주욱 쌓아놓고 팔기도 하고, 아니면 요렇게 작은 리어카에서 뚝딱뚝딱 바게트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근데 이 바게트가....맛이 장난이 아니야!! (-_-)b
고소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바게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근데 그 속을 채운 단순한 재료들이 햄이나 계란이 들어간 우리나라에서 4000원 이상 주고 사먹는 샌드위치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 크기도 훌륭한데 그보다 더 훌륭한건 가격. 저 크기에 이런 맛을 하고 가격은 단 돈 1달러!!
1달러짜리 바게트 샌드위치에 0.55 달러짜리 두유 한 팩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고도 남음이니 이건 그야말로 배낭여행자를 위한 음식.
리어카로 달려가니 예쁜 사장 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하나 달라고 손짓하니 생긋 웃으며 부지런히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가리키며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손짓으로 물으니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정말 사진 인심이 후한 사람들.
숙소로 바게트를 들고 와 부지런히 먹고 나니 특혜 아가씨가 방으로 들어온다.
툭툭이를 대절해 그 시간까지 돌아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돌아보고 왔다고. 툭툭 아저씨가 '아가씨 체력 짱'이라고 인정을 해줬다며 뿌듯하게 웃는다.
오~ 체력 좋다 이거지. 좋아!! 이 기회를 놓칠쏘냐.
"피곤하죠? 근데...우리 야시장 같이 안갈래요?"
내가 묵었던 숙소에선 걸어서 10분 거리.
흥정의 즐거움
저녁이 되니 날씨가 조금 흐려지긴 했지만 두 처자가 의기투합하여 숙소를 나섰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길에 사람들이 아직 많다.
근데 해가 어찌나 빨리 지던지. 고작 10분 걸어왔을 뿐인데 야시장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한다. 괜찮아. 숙소도 큰 길가 근처에 있고, 난 지금 혼자가 아니니까.
입구에 도착하니 하나 둘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입구에 캄보디아 전통 패턴의 원단으로 만든 예쁜 웃도리 겸 원피스를 팔기에 열심히 흥정하여 10불에 구입. 나도 안다. 더 깎을 수 있었던거. 하지만 마이너스의 손이 어디 가랴. 그리고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를 쇼핑할 때 내 기준은 너무 정색하며 깎으려 들지 말자는 것. 내가 이정도는 지불해도 되겠다...싶은 가격일때 그냥 구입하자는것. 이때 구입한 이 원피스를 입고, 캄보디아와 태국을 누빈것도 모자라 한국까지 들고 왔으니 이정도면 10불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지 않았나.
어디선가 줏어들은 정보에 의하면 태국은 의류와 같은 공산품의 경우 자국보다 인건비가 싼 미얀마다 캄보디아에서 제작을 한 후 태국에 들여와 판매를 한다고 한다. (확실하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씨엠립의 야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대부분은 사실 태국에서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있는 물건들도 많았지만 문제는캄보디아의 특색을 보여주는 상품 자체가 많지 않다는것. 캄보디아 기념품을 구입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녔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캄보디아에서만 구입할 수 있을것 같은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태국과 비교해 가격대가 조금 더 저렴한 편이라는 것 정도.
아, 장점 하나 더 있다. 흥정이 쉽고 재미있다는 것.
나라마다 상인들의 흥정하는 기술이 다 다른데 그 중 최고 난이도를 요구하는 나라는 누가 뭐래도 인도다.
인도 상인들은 처음에 가격을 워낙 쎄게 부르는 대다 시간을 질질 끌며 흥정을 하되 흥정을 말장난 식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을 깎아가는 과정이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손님이 진이 빠지게 한다고 할까. 그래놓고 마지막엔 꼭 묻지. "이제 행복해? 만족하는거지?" 너 지금 장난하냐 -_-
하지만 인도 사람들은 특유의 친화력과 개그 본능이 있어서(...) 인도 특유의 흥정 스타일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나중엔 그 가게에서 차도 한 잔 얻어마시고 수다도 떨며 주인장과 친해져 결국 그 동네 현지인과의 새로운 인맥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쌍욕을 하며 싸우고 가게를 나오거나. (쿨럭)
2002년 처음 인도에서 태국으로 넘어갔을때 가장 날 당황시켰던게 바로 태국 상인들의 흥정이었다. 아니 이때는 카오산에만 있었으니 카오산의 상인들의 흥정이라고 하자.
당췌 카오산 상인들은 장사를 즐겁게 하는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카오산 바가지는 예나 지금이나 악명 높기는 마찬가지인지라 그때도 뭐 하나만 살려고 하면 가격을 얼마나 쎄게 불러대는지. '흥~ 왜이러셔~ 이래뵈도 인도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온 사람이라고' 하며 자신만만하게 흥정을 시도하는데.....흥정이 안돼. 카오산 상인들은 내가 태국 초짜인걸 알았는지 당췌 깎아주지를 않았고, 그것도 부족해 흥정을 시도할려고 하면 (에이~ 무슨 젓가락 한 쌍에 300밧이야. 깎아줘요~) 그 이하의 가격은 못준다며 쌩~하게 날 무시하는게 아닌가. 그 차가운 얼굴이라니. 능글맞아 보일지언정 싱글싱글 웃으며 장사하는 인도 상인들을 상대하다 찬바람 쌩쌩 부는 카오산 상인들을 상대하자니 그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던지. 그때만해도 태국사람들이 어디가 친절하냐며 울컥했던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지금은 안다. 그냥 카오산 상인들이 상대못할 장사치들이라는걸. 카오산 밖의 다른 태국인들은 무척이나 친절한 사람들이라는걸. 하지만 지금도 난 카오산 상인들이라면 울컥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형편없는 장사치들에게 당했는지라 당췌 카오산 상인들에겐 좋은 말이 나오지가 않는단 말이지. 내가 샌달 한 켤레에 370밧 주고 산 호구라고!!! 크악!!!!!
말이 길어졌는데 캄보디아 상인들과의 흥정은 굉장히 즐거웠다. 그리고 쉬웠다. 여기 상인들은 흥정이 짧아. 그리고 팍팍 깎아줘. (음홧홧)
"이 원피스....20불에 가져가세요."
"20불이요? 에이~ 너무 비싸다. 깎아줘요~~"
"그럼 15불 어때요?"
"그냥 5불 합시다."
"그건 말도 안되지~ 5불은 원단값도 안되요"
이 상황에선 뻥을 쳐야한다.
"어제 티셔츠 하나에 7불 줬는데 무슨 원피스가 20불이나 해요! 그냥 10불 주세요. 싫으면 나 그냥 갈래"
"에휴...그럼 10불에 드릴게요"
근데 이 주인 언니. 입으로는 한숨을 쉬는데 얼굴이 싱글벙글이야. 제대로 값쳐서 받았다는 말이지. (크크크)
하지만 나도 이정도 원피스를 10불에 구입하는건 만족인지라 이거야말로 윈윈. 만약 인도였다는 주인은 19불부터 깎아가기 시작해 10불까지 내려갔을거다. 천천히~ 중간중간 말장난까지 하면서. 그리고&n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