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0- 씨엠립 구경 [첫번째]
맛있는 도시 씨엠립
씨엠립에서의 편안한 하루
아침에 눈을 뜨니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방을 나눠 쓴 한국인 아가씨가 부지런히 앙코르왓 구경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연이란 이렇다. 난 혼자 캄보디아를 여행하는게 확정이 되어 있었고, 처음 도착한 도시에서 헤매고 싶지 않아 아고다를 통해 이미 검색해 둔 숙소를 예약한 상태였다. 혼자서 2인실을 쓰려니 아까웠지만 별 수 있나. (이래서 혼자 여행하면 둘 이상이 여행하는 것에 비해 여행 경비가 많이 든다)
그런다 이 한국인 아가씨를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마침 이 아가씨는 정해놓은 숙소가 없더라는 말씀. 그래서 내가 예약해둔 방을 나눠 쓰기로 했다. 물론 방값은 반반 부담하고.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사람들은 혼자 배낭 여행을 하면 여행 첫 날부터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여행을 다니는 줄 아는데 사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 급 친해져 같이 일행을 만들어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역시 혼자 또는 둘 이상 다니는 여행자들과 경비를 줄이기 위해 방을 나눠 쓰기도 하고, 어떨때는 교통 수단을 나눠쓰기도 하고, 또 어떨때는 아예 루트가 같은 곳을 같이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그렇게 추억을 쌓아가다 루트가 달라지는 시간이 오면 '이제 안녕'하고 헤어지고. 같이 몰려 다니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면 같이 있어 즐거움이 배였던것 만큼 또 외로움도 배가 되지만 그러다 또 다른 인연을 만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가게 된다. 때로는 그게 같은 한국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외국인일 수도 있다.
물론 어디에서나 복병은 있다. '앗 새로운 인연!'하고 방을 같이 썼는데 눈떠보니 내 카메라 들고 튀었어....라던지 (배낭 여행계에서 가끔 벌어지는 일임-_-;;) 아니면 알고보니 생활 패턴(...)이 영~ 이상하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상한 생활 패턴(?)의 예를 들어보자면 내 경우 인도 캘커타에서 일본 남자애들 5명과 같은 도미토리를 나눠 쓴 적이 있는데 그 중 적어도 세 명 이상은 (고의는 아니었으나) 잘때마다 엉덩이를 까고 잤었다. 진짜로. -_-;;
근데 사실 범죄가 아닌 이상 (도난/강도/그 이상의 나쁜짓들!! 헉!!) 엉덩이 까고 자기 정도 같은건 여행이 주는 해프닝아닌가. 그리고 이런 해프닝들이 나중엔 추억이 된다는 사실. (후후)
이렇듯 혼자 하는 배낭 여행이란 내 인연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는것. 예측할 수 없는 인연이 이 거리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이런 것들이 바로 혼자 하는 배낭 여행이 주는 작은 특혜가 아닐까.
그래. 편의상 이 아가씨를 나의 특혜 아가씨라고 부르자. 특혜 아가씨가 씨엠립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이 하루를 앙코르 유적을 보는데 온전히 다 쏟아붓기로 한 특혜 아가씨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배낭 여행자들은 패키지 여행자들과는 달리 앙코르 유적지를 구경할 때 보통 툭툭을 대절해서 쓴다. 앙코르 유적지라는 것이 한 군데 딱 정해져있어 거기만 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씨엠립이라는 도시 전체에 깨알같이 퍼져있기 때문에 유적지와 유적지를 이동하는데 쓸 툭툭을 보통 반나절/하루 단위로 대절을 해서 쓰는 것이다. 일행이 있으면 여러 명이 툭툭 한 대를 빌리면 되니 경비가 절약되지만 특혜 아가씨나 내 경우처럼 혼자 여행다니는 경우엔 4인이 탈 수 있는 툭툭을 혼자 대절하고 그 비용도 혼자 다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경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서로 일정이 맞았다면 좋았지만 특혜 아가씨와 난 숙소를 나눠 쓸 수 있는 정도로 만족을 해야했다. 특혜 아가씨는 오늘 하루에 최대한 많은 유적지를 봐야했고, 난 오늘 하루는 쉬어가기로 했으니까.
얘가 바로 캄보디아의 툭툭
- 간혹 이렇게 예쁜 애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리조트나 호텔 투숙객들을 위한 툭툭이다.
얘가 일반적인 캄보디아의 툭툭.
- 디자인을 잘 보면 알겠지만 현대판 마차 아닌가! (로맨틱하지 않소!!)
내 경우 원체 빡빡하게 여행하기를 싫어하는 편인데다 원체 저질 체력이라 도시간 이동을 하면 그 다음날은 되도록이면 그 도시에서 쉬는 편이다. 소싯적인 빡빡하게 일정을 짠 후 남는건 체력 뿐이라며 밀어부치기도 했는데, 인도의 사막 도시 자이살메르에서 몸살로 반기절 상태가 되어 3일을 토마토 수프 몇 그릇으로 버티며 사막 사파리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고 숙소에서 휴양만(...) 하다 온 경험 이후로는 절대 일정을 빡빡하게 짜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해보니(쿨럭;;) 찍고 찍고 식으로 돌아보면 결국 시간이 흘렀을때 그 도시에 무엇이 있었다....는 것보다는 '내가 그때 참 미친듯이 찍고 다녔었지. 죽는줄 알았다 진짜-_-'라는 고생담만이 추억으로 남기 쉽더라. 고생담도 지나고나면 추억이긴 하지만 적어도 씨엠립은 그렇게 여행해도 되는 도시가 아니라는게 내 생각.
그리하여 일단 일정 중 첫 날을 쉬어가기로 했다.
내가 이틀을 묵었던 튠보레이 호텔(Thunborey Hotel)은 올드마켓 근처에 위치한 비교적 새로 지은 깔끔한 호텔이었다. 하룻밤 숙박비가 2인 1박 기준, 조식 포함하여18달러였는데 둘이서 나눠 각각 9 달러씩 지불했다. 캄보디아가 전반적으로 수압이 낮은 편인데, 이 호텔은 수압도 좋은 편이었고, 위생 상태도 합격점을 줄만해 2인 이상이 묵는 숙소로는 강추할만한 호텔이다. 단, 와이파이에 대한 집착이 없는 사람들에 한해서. -_-;;
내 경우 여행기간 내내 숙소를 정할 때 마다 무료 와이파이에 목숨을 걸었드랬다.;; 근데 이 호텔은 위 층으로 올라갈수록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져!! 내 방에선 신호가 거의 잡히지가 않아!! (커헉)
결국 혼자 지불하기 부담스러운 숙박비 플러스 와이파이때문에 숙소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오전 9시에 일어나 슬슬 준비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서양식 아침식사를 주문하고 고개를 돌리니 그제서야 뻥 뚫린 경치가 보였다.
세상에!! 나 진짜 열대의 나라 한복판에 떨어졌구나!!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찍은 전경들
빽빽하게 우거진 야자수와 후덥지근하게 불어오는 바람
- 와...외국이다!! (-0-;;)
튠보레이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서양식 아침 식사
- 토스트 수가 많아 보여도 실제로 먹어보면 정~~~~~~말로 얇다는걸 감안해야한다. -_-;;
눈 아래 펼쳐진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야자수들. 아침부터 후덥지근하게 불어오는 습기찬 바람. 그리고 낡은 건물들.
이런 곳에서 토스트에 잼과 버터로 이루어진 아침 식사라니. 생글생글 웃으며 서빙해주는 캄보디아인 웨이터마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비슷한 걸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어디서 봤지......?
알 수 없는 기분을 뒤로 하고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씨엠립 구경에 나섰다.
일단 숙소부터 구해야했다. 기왕이면 10불 아래의 숙소를 구하고 싶었던 난 열심히 검색한 끝에 리자 호텔이라는 한국인 게스트하우스가 특별 프로모션으로 1박을 10불에 제공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더블 베드에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고, 조식 제공되며, 와이파이 당근 제공되고 하룻밤에 10불이라. 좋은 조건같아 일단 시내 구경 하다가 오후 쯤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해보기로 하고 슬렁슬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시에 떨어졌을때 그 도시에 금방 익숙해지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빡세게 걸어다니며 하루 종일 헤매는 것. (쿨럭;;)
무식하게 들릴지 몰라도 어떤 한 동네에 익숙해지는데 이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게다가 지금 난 (한국 대비) 물가 저렴한 캄보디아에 와있지 않나. 열심히 헤매다 도저히 돌아가는 길을 못찾겠다 싶을땐 툭툭이를 잡아타면 된다. (아저씨 튠보레이 호텔이요!!) 올드마켓 주변에서 도보 1시간 거리 이내에서 툭툭이를 타면 이 근방 어디를 가더라도 1불이면 떡을 치니 이 얼마나 도보 여행하기 좋은 환경인가.
물론 날씨라는 복병이 있는데.....사진 상으론 시골처럼 보여도 이래뵈도 캄보디아 제 2의 도시 씨엠립이 아니겠소.
걷다가 더우면......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식당/카페나 쇼핑몰에 들어가면 되지. (음홧홧)
눈에 잘 띄는 대로변에 위치한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
- 씨엠립과 앙코르 유적지와 관련된 상세 지도는 물론이요, 적절한 루트 소개부터 툭툭 기사 연결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해준다.
씨엠립을 방문하는 배낭여행자라면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한번 들러볼 것.
여기가 바로 올드 마켓
-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터에 기와 지붕을 얹고 그 안에 많은 점포들이(라고 적고 노점상 규모라고 읽는다;;)
입점해 있는 형태의 재래 시장.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크다.
캄보디아 올드 마켓에 가면 영국 드라마 dvd를 구입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 물론 정품일리가 없지만 그래도 놀랍지 않은가. Skins와 로빈 후드 dvd를 구입할 수 있다니. 그것도 캄보디아에서!!! (-0-;;)
가방엔 가이드 북과 카메라를, 그리고 손에는 어제 특혜 아가씨와 함께 들렀던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은 지도를 들고 일단 올드마켓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손에 지도나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는건 '나 여기 초행인 여행자요. 날 호구로 보시오~'라고 얼굴에 써놓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나. 첫 날은 각오하는수 밖에. 게다가 다행히도 씨엠립의 치안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비교적 좋은 편인다. 낮에만. -_-;;
슬렁슬렁 올드 마켓을 구경하고, 맛집 많기로 유명한 번화가 펍 스트리트를 거닐며 점심을 해결할 식당 위치까지 미리 파악해놓았다.
좋아~ 이제 슬슬 현대식 마트 구경을 해보실까.
캄보디아에서 가장 부자 도시답게 씨엠립에는 현대식 대형 마트가 2개나 있다고 한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마침 둘 다 리자 호텔 가는 길에 위치해있어 중간에 들르면 되겠다 싶었다.
'가난'의 이미지가 강한 캄보디아의 현대식 마트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을까? 캄보디아 현지인들은 마트에서 어떻게 장을 볼까?
등등의 궁금증을 가지며 마트로 향하는 나.
인정한다. 이때만해도 난 정말 순진하다못해 멍청했다. 난 진심으로 캄보디아의 마트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위한 마트인줄 알았다. 아주 가난한 사람들은 아니어도 캄보디아의 보통 사람들이 간단한 생필품 정도는 구입할 수 있는 그런 규모의 슈퍼마켓.
씨엠립에서 두 번째로 큰 현대식 마트라는 앙코르 마켓에서 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 원본보기 및 수정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implecode81) 를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