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태국에서 눌러앉고 싶어요. - 삼겹살과 소주파티.
Duck과 Jin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역시나 오전부터 일어나 없어져버린 두 사람.
피피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로맨스를 마무리짓기 위해 아침부터 나간 모양이었다.
둘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괜시리 나까지 싱숭생숭해진 오전시간,
센치한 기분으로 마냥 걷고싶어 조용히 롱비치로 향했다.
롱비치에 가니 환상적인 날씨에 아침부터 유럽인들은 여기저기 뙤약볕 아래에서 썬탠이다.
그 모습을 보며 해변가를 향해 걷고 있는데
딱 걸렸어!! 손 꼭 붙잡고 다정히 걷고 있는 Duck과 Jin이다.
둘의 모습을 보니 괜히 내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가.
이렇게 아름다운 피피섬에서 이뤄진 예쁜 커플.
괜히 내가 중매라도 선 것처럼 뿌듯하다~~ ^^
그렇게 예쁜 추억을 가지고 돌아간 두 사람,
역시나 지금까지도 예쁜 사랑 ing중이다.
바로 이렇게~~
그렇게 낮 배로 그 둘은 한국으로 떠났다.
여행의 시작을 함께한 둘을 먼저 보내니 왠지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Jin이와 함께 묵었던 그 작은 방갈로에 더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졌다.
그녀의 흔적이 사라지니 너무 외로워져서 말이다. 흑흑...
게다가 내게 남은 시간은 단 이틀.
난 서둘러 다른 방으로 옮겨야겠다 생각했다.
퀘군에게로 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예전 Tree Hut같은 조용하고 낭만적인 방이 있냐고 물었다.
퀘군은 좋은 방이 있는데 조금 비싸다며 ㅡㅡ;
그래도 옮길 생각이 있냐 했다.
[물론이지, 퀘군. 내게 남은 시간은 단 이틀인걸.
그 시간을 더 낭만적이게 채울 수 있다면 돈 조금 더 드는 건 문제가 아니지.]
그리고 만나게 된 내 완소 Max Mai 4
넓은 발코니에 높은 천정.
정말정말 감탄사만 나오는 방이었다.
[우와~ 이 방 정말 끝내준다!!!
이런 멋진 방을 왜 진작에 안보여준거야~~]
정말 혼자 묵기에 너무너무너무 아까운 방이었다.
바로 허니문에 어울리는 그런 방,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다음엔 꼭 애인이랑 와야지, 하고 꼭 다짐을 하게 만드는.
그렇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Max Mai 4로 나는 당장 방을 옮겼다.
왕비호오빠와 켄지오빠의 부러움을 뒤로 한 채. ㅎㅎㅎ
그리고 그 새로운 방에서의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진 뒤 밖으로 나왔다.
[Duck오빠와 Jin이가 없으니 괜시리 허전하네요...
우리 뭔가 특별한 거 할 게 없을까요?]
그때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 하나.
삼겹살 BBQ!!!!
삼겹살 BBQ!!!!
그래, 언젠가 레오나가 여기서 해먹어서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바로 그거다!!! ㅎㅎㅎㅎㅎㅎ
게다가 나에겐 남은 소주 600ml 5병과 쌈장, 그리고 김치가 있으니.
이정도면 오늘 삼겹살 파티는 완벽할 듯 싶었다.
(서울에서부터 무겁게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내 식량들이 오늘에서야 빛을 발하는구나.)
그리하여 시내로 장보러 Go Go!!
피피섬에서 유일하게 한 군데에서만 판다는 생돼지고기.
(피피섬엔 무슬림이 많아 돼지고기 보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타운 안에있는 야채가게에서 2kg구입.
하지만 도무지 어느 부위인지 가늠하기 힘듦. ㅡㅡ;
매우 질겨보이고 한국에서라면 절대 먹지 않을 부위처럼 생겼으며
심지어 썰어주지도 않고 통째로 신문에 돌돌말아 주신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곳은 피피.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그냥 아줌마가 주시는대로 감사히 받아들고 그 가게에서 상추도 충분히 구입했다.
고기와 상추를 들고 룰루랄라 신나게 바이킹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고기도 썰고 상추도 씻고 저녁만찬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없었다.
어라? 그런데 요리 퀸 레오나가 보이지 않는다.
레오나가 도와줘야 신속하게 모든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ㅠ.ㅠ
주방에서 혼자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데 구원의 손길 레오나가 등장한다.
그런데 왠일인지 표정이 어둡다.
[은별아, 나 몸이 너무 아파서 안되겠어.
나 못도와줄 거 같으니까 너희들이 해야겠다. 난 들어가서 자야되겠어.]
이럴수가..... 아무 도움도 안되는 저 오빠들 두 명만 냅두고
고기손질이라고는 태어나서 한 번도 못해본 나만 냅두고 들어간다구??????
하지만 아픈 사람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그저 모든 타이밍이 안좋았을 뿐인데..... 흑
[그래, 레오나. 그럼 들어가서 쉬어. BBQ는 우리가 알아서 해볼게.]
라고 말했지만 앞이 깜깜하다.
난 주방에서 잘 들지도 않는 그 커다란 칼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는 그 무섭게 생긴 덩어리 고기를 잡고 있는 힘을 다해 썰기 시작했다.
(아놔~ 괜히 BBQ하자고 해서 완전 생고생이네.
잘 썰어지지도 않고 팔아파 죽겠고 미치겠네...... ㅠ.ㅠ)
그 때 들어오는 오빠들.
혼자서 그 무시무시한 돼지고기랑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내 눈치를 보며
[괜찮아요? 뭐 도와줄 거 없어요?]
라고 조심스레 묻는 오빠들에게 나 괜히 짜증이다.
[아, 없어요, 없어!! 채소나 좀 씻어주세요!!]
오빠들 그런 내가 무서운지 슬슬 눈치를 보며 상추를 씻는다.
짜증이 극에 달할 때 쯤 드디어 다 끝난 고기손질.
다시는 이런 짓 안하리라 굳게 마음먹고 들고 나간다.
불도 두 개나 피우고, 소주도 준비했고, 김치도, 내가만든 특제 쌈장도 준비됐다.
이제 고기굽기는 오빠들의 몫.
역시 고기는 한국 사람들이 잘 굽는다. ㅋㅋ
진짜 쉐프처럼 그럴듯하게 BBQ를 하고 있는 오빠들을 보고
퀘군도, 바이킹 스텝들도 다 놀란다.
그리고 시작된 우리들의 작은 파티.
바이킹 손님들도 하나 둘 씩 고기냄새를 맡고 몰려들기 시작한다.
(ㅎㅎ 너희들도 꽤나 먹고싶을게다~)
우리는 몰려드는 서양아해들에게 이 음식들이 한국음식임을 소개하고
예쁘게 고기쌈을 싸서 소주 한 잔과 함께 그들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먼저 소주를 완샷하고 쌈을 먹는 우리의 문화를 알려줬다.
그들의 반응은...... ㅋㅋㅋ
완전 대박이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다는 한국음식이 넘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소주와 함께 연신 먹어대는 그들을 보니 피피에 삼겹살집 차리고 싶어진다.
오빠들의 로망 아냐와 아가역시
맛있다고 난리법석이다. ㅋㅋㅋ
고생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소주 3L를 다 비우고 우리는 모두 꽐라~~
이제는 댄싱타임이다.
누구하나 먼저랄 것도 없이 춤추고 난리부르스다. ㅎㅎ
역시 한국사람은 소주먹고 취해야 지대로다.
특히 태국음식 못먹는 두 오빠들은 더 신났다.
한국음식에 소주가 너무 그리웠다며 거의 울 지경이다. ㅋㅋㅋ
모두가 소주와 돼지고기 BBQ로 신난 밤.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제 더이상 생소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게 신나는 밤도 흘러가고 이번 여행 피피의 마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