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호치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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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호치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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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사람이 그리웠다.

오랫동안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후 한동안 방구석에 틀어박혀

X-Ray만 찍어대다가

어느 날,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비행기에 올랐다.

방콕, 치앙마이, 치앙라이, 매싸롱, 매싸이, 치앙콩을 찍고

다시 방콕을 경유해 베트남으로….

그렇게 떠난 여행의 막바지, 호치민에서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딱히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무작정 걸었던 것 같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와 무질서하게 도로를 점령한 노점들….

그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길 한가운데서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이제까지 세상을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생경한 느낌 앞에

나는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끈적끈적한 점액질 같은 슬픔이 꾸역꾸역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그 여운이 북소리처럼 오래도록 가슴을 때렸다.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외로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온종일 걷고 또 걸었다.

벤탄 시장을 가로지르고 통일궁을 지나 빈 응이엠 사원을 거쳐 탕롱까지….

그것만이 내가 아는 유일한 치유방법이었다.

 

 

“성지 순례자의 물병은 성지를 모두 순례했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물병으로 남아 있다.

세속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도 이와 같은 것이다.”

밤늦은 시각, 숙소로 돌아오면서 나는 라마크리슈나의 말을 떠올렸다.

6 Comments
etranger 2014.06.06 11:18  
이제는 외로움이 치유 되셨나요  ?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 동감 합니다.
호치민에서 사는 교민 입니다.
짤짤 2014.06.06 17:46  
반갑습니다.
호치민 어디 사셔요?
제가 탕롱 쪽하고 고밥 쪽하고 3군 쪽은 좀 아는데...
푸미흥 쪽도...
이번달 24일에 하노이 쪽으로 갑니다.
갑자기 카페 쓰아 농이 마시고 싶네요.
커피는 역시 호치민 쪽이 짱이라는...
etranger 2014.06.07 10:44  
고밥 쪽에 삽니다. 카페다 한잔 할까요  ?    휴대폰  :  0907294429
참새하루 2014.06.07 15:04  
라마크리슈나의 말을 여기서 보다니 의외군요
한때 '인도의 뒷골목으로 사라진다'가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상심이
빨리 치유되어 아름다운 사랑을 다시
하시기 바립니다
차칸스토커 2014.06.07 16:41  
아..... 완전 동감합니다... 저도 호치민에 도착해 무이네 달랏 나짱 호이안 후예 꼰똠 그렇게 다시 호치민에서 이틀... 하염없이 걷다... 일탈도하고... 혼자라서 외로웠답니다.... 대신 생각해보니 외로움과 함께 또 다른것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이치가 잃은게 있음 그만큼 얻는것같더라구요...^^
짤짤 2014.06.07 16:51  
참새하루님, 황공하기 그지없네요.
제가 눈팅만 하면서 뵙던 분이 댓글까지 달아주시고...
아무쪼록 귀여워 해주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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