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마무리 (농눅빌리지-코끼리트렉킹-씨푸드-워킹스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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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 마무리 (농눅빌리지-코끼리트렉킹-씨푸드-워킹스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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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에서의 물놀이 이후 바닷물과 땀의 소금기로 범벅이 된 몸에 씻지도 않고 바로 점심식사를 한 우리 일행. 식사 후 가이드 아저씨는 잠깐 숙소에서 씻고 옷 갈아 입을 시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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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소금옷을 벗고 씻고 닦고 개인정비할 동안 우리 가족의 행동대장, 백동이는 뙤약볕 속을 달려 세븐일레븐에서 두 어머니와 할머니가 드실 음료수와 장인어른 드실 싱하맥주를 시원하게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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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OOO투어 패키지팀은 모두들 한껏 산뜻해진 모습으로, 특히 여자분들은 하나같이 샤워를 막 마치고 젖은 미역 같이 목덜미에 찰싹 달라붙는 머리결을 열심히 말려가며 다시 로비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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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정은 이번 패키지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기대하였던 농눅빌리지(http://www.nongnoochtropicalgarden.com) 관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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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의 테마파크라고 가이드가 소개한 농눅빌리지. 트랜스젠더쇼를 '세계 3대쇼'라고 소개하듯, 약간 밑도 끝도 없는 소개이긴 하지만 정말 멋진 'Tropical Garden'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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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왔을 땐 임신 중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 여기까지 올 생각을 안 했고 언젠가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 싶었는데, 그 때 오고 또 와도 좋았을 법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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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하루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듯한 곳이지만 우리는 패키지라는 쉬우면서도 얽매이는 방식을 선택한 몸.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타이전통문화공연(Thai Cultural Performance)을, 한국, 중국, 러시아 관광객 등등으로 가득 차 대형 팬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대형극장에서 관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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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짜증나는 관람분위기와는 달리 공연 내용은, 알카자쇼보다 월등히 나은, 프로들이 벌이는 제대로 된 타이전통문화(무에타이까지 포함한) 공연이었습니다.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로 좀 늦게 극장에서 나가는 바람에 공연을 한 수십명의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아마 감독인 듯한 분으로부터 한소리 듣는 장면을 우연찮게 목격하게 되었는데, 엄격한 분위기를 보아, 공연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하라고, 너,너,너 왜 틀렸어 다구리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 혼나는 단원들은 기분 별로이겠지만, 관람객 입장에선, 아 이렇게 철저히 자아비판 피드백도 하는 프로들의 공연을 보았구나 하는 생각에 되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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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코끼리쇼 공연장으로 이동합니다. 코끼리들이 등장하기 전, 우리 엄니, 아기한테 뭐가 앞으로 나올 건지 힌트를 주고 계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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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진짜 코끼리들이 나와서 그 거대한 몸집으로 다가와 코를 신나게 휘두르자 엄니 바로 이크! 기겁을 하심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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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대로 이 곳의 코끼리쇼는 꽤 유명한 편이지요.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여진 쇼의 코너 코너들은 아주 매끄럽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하나하나 유머와 놀라움을 선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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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코로 농구하기, 화살 던지기, 발로 관람객 중 지원자 눕혀 놓고 안마 토닥토닥 해주기 등등 익히 알고 있던 내용들인데도 봐도봐도 재밌고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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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코끼리가 붓으로 콕콕 찍어 그린 요 그림, 그냥 재미삼아 보는 거지 돈 내고 사는 사람들, 내 관점에선 이해가 안돼... 그래도 서로 사려고들 난리였습니다.



얼마전 MBC W를 통해 방콕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거지코끼리들을 보았는데, 언뜻 동물학대 같으면서도 마치 옛날 우리네 시골에서 살림밑천이자 노동력의 원천으로 삼는 황소 대하듯 코끼리를 가족처럼 대하는 방콕의 마하우트(mahout 코끼리 부리는 사람을 인도나 스리랑카에선 이렇게 부르는데 태국말로는 뭔지 모르겠군요)들을 보면서 약간 짠한 기분도 있었는데, 그 거지코끼리들에 비하면 여기서 쇼를 하는 코끼리들은 적어도 겉에서 보기엔 상대적으로 많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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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아저씨는 두 개의 굵직굵직한 쇼가 끝나고 나자 30-40분 정도 농눅빌리지를 돌아볼 시간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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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온전히 투자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선험객의 증언이 헛말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산책이라기보다는 유산소운동을 하듯 잰 걸음으로 아주 일부를 돌아보았을 뿐이지만 이 넓다란 초대형열대정원이 주는 푸르름과 평안함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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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그렇게도 우리를 즐겁게 혹은 괴롭히기도 했던 상하常夏의 태양이 열대 수풀 사이로 가려질 만큼 뉘엿뉘엿 져 가며 은은한 무드를 조성해 주니 실제 그렇게 시원한 것은 아니었으나 기분만은 서늘한 기운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듯, 참 가슴 속 무언가 풍성하게 차 오르는 아주 그만인 기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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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정 속 동일 동선 상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소화해야 하는 패키지 일정상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여튼 농눅빌리지를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로 훑은 후 농눅빌리지 가까이에 있는 코끼리 트렉킹 체험장으로 이동합니다. 코끼리 쇼를 막 보고난 후 코끼리 라이딩이라니, 어르신들은 무척 즐거워 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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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끼리 트렉킹 "체험", 참 지겹게도 많이 타 보는군요. 언제쯤 치앙마이 같은 곳에 가서 제대로 된 just "코끼리 트렉킹"을 해 보려나. 지를 용기 없는 자의 한계려니 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코끼리 라이딩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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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나 그렇듯 이 곳에서도 코끼리를 내릴 때 쯤이면 마하우트가 코끼리 털로 만든 반지, 갈대 같은 것으로 만든 공예품 같은 것들을 주섬주섬 옷깃 여미며 꺼내 구입을 권합니다.
코끼리에서 내리고 나면 수박을 미리 잘라 놓아서 한입씩 먹고 목을 축이게 해 준 것이 만족스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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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일명 Seafood Buffet. 방콕파타야 패키지에 항상 끼여 있는 특식 2회 중 하나이지요. (나머지 하나는 어제 먹은 수끼)
당연히 랍스터 같은 건 부페 메뉴에 있지 않지만 게라든가 새우는 정말 양껏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외 음식들, 특히 디저트 같은 것들는 과일 말곤 별로 기대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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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놀라웠던 건, 필리핀 밴드로 추정되는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쉴새없이 흘러나오는데, 보컬인 여자분이 한국 가요를 악보도 보지 않고 줄줄줄 참 구성지게 잘 불러주시는 겁니다. 잠깐 쉬실 때 일부러 옆을 지나가 보니 MP3를 귀에 꽂고 노트를 보며 열심히 가요 가사를 외우시는데 노트의 글자는 (어쩌면 당연히도...) 다 영어였습니다. 뜻도 모르고 수십곡의 노래를 다 외워 불렀던 것. 필리핀 분들의 가무 실력은 익히 알던 바이지만 그래도 그 프로 근성에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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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실한 프로페셔널리즘에 내가 괜히 너무나 죄송했던 일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막 부르고 계신데, 아마도 몰래 가지고 들어 온 팩소주 한잔 걸쳤음직한 한국 아지매가, "그걸 그래 부르모 되나!" 카시며 음정, 박자 포스트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하기 짝이 없게 '노래는 아아무나 하나~' 하시며 마이크 뺏아 부르셨던 작은 소동... -_-;;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모처럼 여행의 일탈을 만끽하시려는 모습은 아름다우나, 그래도 정도를 지켜주시면 더 이쁘지 않을까 싶네요, 어머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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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앉았으니 아무리 패키지라지만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썽태우를 타고 20-30분만 가면 환락의 거리, 워킹스트릿이 지척인데 스프링 푹 꺼진 2성급 호텔 침대에 짜져 있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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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투어 옵션 신청자가 어떻게 한명도 없을 수 있냐며 귀여운 푸념을 보이신 가이드 아저씨한테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뱅기타고 예까지 왔는데 1-2시간만이라도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즐겨보고 싶은 우리 부부. 아이를 재운 후 어머님들께 맡기고 가이드 몰래 호텔 앞에서 썽태우를 잡아 타고 워킹스트릿으로 A-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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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건만, 파타야의 밤거리는 밤을 잊은 그대들로 인산인해. 백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러시아 사람들로 보입니다. 방콕의 유흥가와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뭐랄까 좀 더 대놓고, 좀 더 편하게 좀 더 노골적이라고 해야 하나... 하룻밤씩의 경험에 불과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한블럭에 한번씩은 노골적인 체위 그림으로 가득한 전단을 가진 호객꾼들한테 붙잡히는군요. 우리 부부가 그렇게 밝히게 생겼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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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워킹스트릿에 꼭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블루스팩토리(The Blues Factory) 라이브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지라 이 녀석이 저 너머에 바로 있다는 생각에 궁디가 들썩들썩... 와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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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부부 바로 앞자리에 앉은 삼겹돈까스 태국 언니와 (언니인지 까토이인지 당최 알 수 없긴 하지만) 그 언니를 쉴새없이 조물딱조물딱 거리시는 우디알렌 필의 백인 아저씨가 우리를 약간 역겹게 하긴 했지만, 맥주 한병 값 내고, 이름 모를 밴드이긴 하나 이렇게 멋진 연주를 즐길 수 있다니... 가이드 아저씨 몰래 빠져 나오길 백번천번 잘했습니다. 여길 듣고 나오니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밴드들의 연주들이 다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



싱하 맥주 한병에 끈적끈적한 열대의 밤공기만큼이나 끈적끈적한 블루스 음악 한 조각과 함께 파타야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3 Comments
greengreen 2009.09.25 18:55  
그동안  써오신 여행기를 모두 보았는데..사진도 참예쁘고 글도 담백하네요 ^^
글구 울동네분이시네요^^ ..그집 아가가 참 예쁘고 귀엽게 생겼더라구요.잼나게 읽고 갑니다
마스털 2009.09.25 20:46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애기가 너무 이뻐 죽겠어요 ^^
ㅎㅎㅎ
jaime 2009.09.26 00:10  
예 답글 감사해요
greengreen 님은 저 아시는 분인가요? ㅋ 좋은 동네 사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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