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더 꿋꿋했던 방콕 & 파타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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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더 꿋꿋했던 방콕 & 파타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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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시대...
나도 대학 졸업하고 또 하나의 실업자였다...
집->도서관->집 무한반복...
취업준비로 다크는 점점 내려가고...
과연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취업의 문을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가을공채에 합격하게 됐고
내 스스로 너무 감격스러워 입사하기전 자축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너무 사랑스러운 나의 타이로 ㅎㅎ



가기전 혼자 신나서 원래 가입했던 여러 태국여행관련 카페에
글을 많이 올렸고 어떤분이 비행기만 같이 타고 가자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나보다 4살 많은 엘리트 대학원생 오빠였다.
원래 오지라퍼 기질도 많고 첨 만난 사람한테 주책처럼 말도 잘하는 성격때문에
방콕까지 가는 동안 내가 오빠에게 무한한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방콕 도착해서 난 바로 파타야로 갈 예정인지라 그 오빠와는
파타야에서 방콕 돌아오면 한 번 다시 보기로 하고 빠이빠이를 했다.



그렇게 공항에서 빠져나와 파타야행 버스를 타고 파타야로 향했다.
사실 태국 여행은 4번했지만 파타야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타야는 나같은 20대 상큼이(???)에게는 별 재미가 없는 곳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방콕에만 1주일있으면 너무 심심할꺼 같아
가까운 파타야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는 져서 어둡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까
더 무서웠다.
그리고 방콕도 오토바이가 많지만 파타야는 진짜 오토바이가 많고 쌩쌩 달린다.
갑자기 여기서 잘못하다간 오토바이에 쳐서 개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주위를 둘러봐도 택시나 버스 아무것도 안보인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조금 이따가 어떤 교복입은 학생이 지나간다.
나는 익스큐즈미~ 하면서 학생에게 나는 여행을 왔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시내로 갈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냐 하냐고 물으니까
수줍게 생긴 그 학생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더니 " 노 잉글리쉬"라고 하더니 갑자기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러더니 나보고 받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받았더니 자긴 그 학생의 아빠인데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자기 딸은 영어를 못해서
자기한테 전화를 건거라고 도와 줄 일이 있냐고 아저씨가 묻는다.
그래서 내가 지금 방콕에서 버스를 타고 와서 도착했는데
여긴 시내가 아닌거 같은데 시내쪽으로 갈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냐고 물으니까
거긴 외곽쪽이라 버스가 별로 없을꺼라고 하면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한 이십분쯤 흘렀을까... 학생의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셨다.
나의 구세주...
나에게 시내쪽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타라고 하셨다.
왠지 그 오토바이엔 세명이 타긴 무리일꺼 같지만
수줍은 학생 그리고 나까지 세명이 타고 달렸다.
젊은 시절 놀으셨는지 엄청 달리셔서 솔직히 좀 무서웠지만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아저씨께서 나를 파타야의 카오산같은 곳에 무사히 내려주셨다.
오토바이에 내리면서 나는 순간 고민했다.
이 아저씨게 사례를 해야 되는게 아닌가 하고...
그래서 아저씨에게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방을 뒤지고 지갑을 꺼내자
아저씨께서 돈은 됐다며 손사례를 치신다.
지갑 한쪽에 있던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학생에게 주며
이건 한국돈이니까 그냥 기념으로 받아달라고 했다.
학생은 귀엽게도 아빠의 눈치를 살핀다.
아빠가 그건 괜찮다고 하자 그제서야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나는 두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멀어져 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난거 같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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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회사 다니기 전 태국여행기를 저도 한 번 올려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도무지 다시 태국에 갈 짬이 안나네요...
사실상 뭐 무리해서 갈 수는 있지만
저 때처럼 마음 가볍게 갈 수는 없을꺼 같아요^^;;














6 Comments
sinjiya 2010.03.15 17:34  
와우~~ 용자시네요..

좋은분 만나셧네요...저 같으면 딸래미에게 한국 CD 선물 줬을텐데...
베트남MTB 2010.03.15 19:42  
ㅋㅋ이제 입사하셨다구 하셔서 엄청 부러워 했는데
2년전 이야기라는 반전이~~저두 입사 2년차인데 넘 힘드네요
나두 태국 1주일만 보네 주면 잘 놀거와서 열심히 일할수 있는데 ㅠㅠ
러블리하나 2010.03.15 21:17  
정말 좋은 분은 만나셨네요~
젊은 시절 놀으셨는지 엄청 달리셔서 솔직히 좀 무서워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재밌게 글 잘 쓰시네요~ 부라워요~
사금파리 2010.03.16 00:38  
제가 신종 플루 보다도 무서워 하는게 바로 '개'인데요..얼마전에 길 가다 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태국 아주머님이 가지 말라는거에요..돌아 가려는데 지나가는 오토바이 탄 청년에게 저 데려다 주라고 해서 처음엔 사양을 했는데 괜찮타고 해서 숙소 까지 편하게 왔었네요...고마운데 드릴건 없고 해서 한번도 안먹은 유자차 한병 드렸는데 그 청년 잘 먹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apclove 2010.03.17 18:25  
재밌게 읽었습니당 ^^
삐뚤... 2010.03.19 10:26  
여행의 시작을 좋은 분을 만나서 시작하시다니..
왠지.. 기분좋은 여행기가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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