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를 찾아서 - 21. 꽃이 되다 at 몽족 미인 선발대회 in 비엔티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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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를 찾아서 - 21. 꽃이 되다 at 몽족 미인 선발대회 in 비엔티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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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7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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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몽족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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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 동생을 잘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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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것도 능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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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일은 여섯살때 부터 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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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으로 소를 모는 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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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내는 3월에는 손가락이 퉁퉁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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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베는 9월에는 손바닥에 굳은 살이 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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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호기심이 많은 소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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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예뻐지고 싶은 소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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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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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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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가장 아름다운 몽족의 여인이 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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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삿말을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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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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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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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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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같은 꿈을 가진 스무명의 또래가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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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례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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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연습한 방향을 찾고 속도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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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마주하는 엄청난 수의 눈빛에 위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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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동작이 틀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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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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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높은 굽의 구두 탓에 종아리가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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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몽족의 피가 흐르는 17살 소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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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가,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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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두려움이나 고통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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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처음으로 무엇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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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눈빛에서 나오는 따스한 온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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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꾸미지 않고도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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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이 틀려도 부끄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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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의 고통은 사람들의 환호로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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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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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화려하고도 강한 꽃이 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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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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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짓밟히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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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누구를 위한 꽃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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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를 위한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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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나누는 경계는 허물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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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두는 관념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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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어느날 밤,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음을 알아차린다. 

 



 

13 Comments
2019.12.16 04:02  
멋있습니다.
사진도 멋있지만 그 밑에 달린 댓귀절이 사진 못지 않습니다.
역류 2019.12.16 18:18  
사람들이 멋젼습니다^^
비육지탄 2019.12.16 07:46  
안녕하세요
연말 건강히 잘 보내셔요
가만보면 미인대회 엄청 좋아하셔 ㅎㅎㅎ
역류 2019.12.16 18:19  
ㅋㅋ 엄청 좋아하는거 맞음요
아오스딩 2019.12.16 08:27  
예순일곱살의 어느날 아침,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역류님, 그냥 감사드립니다.
역류 2019.12.16 18:20  
감사합니다 ^^
이베로 2019.12.16 08:50  
미인이 있는 그곳이 곧 천국.
역류 2019.12.16 18:21  
천국은 어디에도 있나 봅니다
syshin 2019.12.16 09:31  
그닥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미인대회인데 활동영상으로 ...
  https://www.youtube.com/watch?v=5aA0XVA8mKU
쓴소주 2019.12.16 16:45  
역류님 글솜씨가 역시 사진을 이깁니다^^
몽족 아가씨들이 의외로 미인이 많더군요
아름다운 청춘들 아름다운 시간들 보기가 참좋습니다^^
역류 2019.12.16 18:23  
아름다운 시간들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만 만들어가겠습니다^^
우사랑 2019.12.24 18:04  
역류님의 사진과
글을 대할때마다
가슴이 떨립니다^^
오늘도 떠나는 꿈을 꾸어 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도시에서~~)
역류 2019.12.24 19:12  
길위에 있으면서도 떠나는 꿈을 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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