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둘의 앙코르5(앙코르왓)
어색한 남자 둘 앙코르 돌아다니기(1월 8일, 따프롬, 반테이끄데이, 앙코르왓, 프놈바켕)
벌써 세 번째 날이다. 오늘은 9시에 툭툭 기사 Thy를 만나기로 하였다. 늦게 일어나도 됐지만 아침 6시 30분이 되자 습관적으로 잠을 깨고 말았다. 아들에게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온다는 메모를 남기고 호텔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호텔 앞에서 툭툭 기사 한 분이 어디 가냐고 물었다. “노 툭툭”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내일 모두 툭툭을 예약했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어디서 왔냐는 둥 이 것 저 것을 물었다. 나는 간단한 단어의 나열로 대답을 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청소하는 사람,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사람, 학교 가는 아이들, 노점상들로 씨엠립의 아침은 분주하다. 호텔 옆에도 작은 마트, 과일가게 등이 있다. 마트에 들려 음료수를 2개 샀다. 오늘 점심은 시내로 돌아오지 않고 앙코르왓에서 햄버거로 때울 작정이다.
조금 더 걸어갔더니 큰 학교가 보인다. 학교 앞 노점상에서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여자 아이들이 샌드위치를 사먹고 있다. 카메라를 들었더니 얼굴을 가리고 모두 흩어진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꽤 큰 학교다. 학교 안에 음식과 문구를 파는 곳이 있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에 그린망고가 있다. “틀라이 뽄만?(얼마)”이라고 물었더니 무어라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캄보디아어든 영어든 내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지 듣는 것이 안 된다.
Thy에게 점심은 햄버거로 먹을 계획이라고 하니 KFC로 데려다 주었다. 제일 싼 치킨버거(1.2$) 2개를 샀다. 처음 목적지는 스퐁나무가 감싸고 있는 유적지 따프롬이다. 거대한 나무가 유적지를 집어 삼킨 듯한 느낌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으며 포토스팟에서 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따프롬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소요한 후 시간이 남는 것 같아 내일 계획에 있었던 반데이끄데이를 오늘 둘러보기로 했다. 반데이끄데이를 나오며 그림 1장(10$)을 구입했다.
1시쯤 바로 앙코르왓으로 갔다. 점심 때쯤에 가면 사람이 적다고 했다. 햇볕도 쨍하고 덥다. 왼편 연못 앞에서 앙코르왓을 사진에 담는다. 앙코르왓 다섯 개의 탑이 모두 보이는 곳에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다. 워낙 얼굴에 땀이 많은지라 땀이 줄줄 흐른다.
앙코르왓 1층 회랑에 앉아 준비해간 햄버거를 먹었다. 그늘지고 살살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1층 회랑은 부조 감상이 백미다. 역시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수리야바르만 2세, 우유의 바다 휘젓기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갔다면 더욱 알찬 부조 감상이 되었을 것이다. 책자를 가지고 갔지만 사실 책자를 펼쳐 여유 있게 읽어 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아들은 더 심각하다. 부조 감상이라는 것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저 따라다니는 것일 뿐.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부조 앞에 무리를 지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아들이 귀동냥이라도 하면 좋았을 텐데 그냥 앞으로 지나가 버린다. 집에서 아들과 함께 여행을 준비하고 유적에 관해 공부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부디 나중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항상 즐거운 친구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기를 소망해 본다.
오늘도 아들의 얼굴이 뚱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왜 여기에서 사진만 찍느냐고 되묻는다. 여행하면 아무래도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 거지라고 했더니 자기 사진을 왜 계속 많이 찍느냐고 한다. 아들 사진을 찍는다고 내가 여기 저기 서 보라고 했더니 그게 싫었나 보다. “그래, 알았다. 내가 싫으면 안 찍을게.”라고 말했지만 나도 내심 서운했다.
영국처럼 먼 곳 까지 비행기를 타고 지루하지 않고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사랑하는 애인과 가는 것이란다. 아들이 여행도 사랑하는 애인과 했으면 사진도 많이 찍고 매우 즐거웠을텐데. 아빠와 함께 휴양지가 아닌 유적지와 와서 네가 고생이다.
다음은 일몰의 명소 프놈바켕이다. 부지런히 산길을 올라갔다. 프놈바켕을 올라가는 계단 앞에 대기하게 하고는 열대여섯명씩 올려 보낸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줄서있는 중에도 역시 중국 아줌마들 시끄럽다. 마시던 물통도 기본 예절 없이 바닥에 휙 던져 버린다. 일몰 감상이 좋은 자리부터 사람들이 앉아 있다. 오늘도 구름이 끼어 있었는데 구름 사이로 태양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모두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저녁은 대박식당이다. 5불에 삼겹살 무한이다. 역시 사람이 많다. 대박이다. 대박식당을 나와 앙코르나이트마켓을 향하여 걸었다. 어디로 가야하지? 아들이 어느 정도 가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단다.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막힌 길이다. 개 두 마리가 사납게 짖어대고 내게 다가오려고 한다. 다행이 개주인인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나 개에게 소리를 쳤다. 동네에 있는 다른 개들도 함께 짖어댄다.
조금 더 걸어가자 나이트마켓이 나왔다. 잘 진열되고 깨끗한 관광객용 시장이다.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 역시 나와 아들은 쇼핑에 약하다. 얼마인지 물어 보기만 하는 쇼핑이다. 아들과 함께 밴드 공연을 볼 수 있는 트라이앵글에 갔다. 아들은 피나콜라다, 나는 앙코르드래프트비어 피처, 안주로 디저트 과일을 시켰다.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두 부부가 나와 브루스를 추기도 한다.
밴드 음악 소리 때문에 시끄럽기도 하지만, 아들과 나는 술만 홀짝일 뿐 서로 말이 없다. 아들이 말이 적은 편이기는 하다.
“나는 너와 긴 얘기도 하고 싶은데 너는 네, 아니오, 몰라요라고만 짧게 대답하여 솔직히 서운했다.”
아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나는 아래쪽 펍스트리트 거리를 바라보며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모두 내 탓이지. 누구의 아들인가? 지금까지 내가 보여 온 모습이 그대로 아들에게 투영된 것이지. 아들이 어렸을 때 더 다정다감하고 친밀하게 친구처럼 지내지 못한 내 탓이지.’ 마음이 약해지고 울적해졌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다 잘했어야했는데.”라고 아들이 말했다.
“아니다. 아빠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앞으로 더 잘해주마.”
트라이앵글 아래 1층 옷가게에 들렸다. 점원이 젊은 여자 2명이다. “아유 뽄만?(몇 살?)” “14살” “또 너는?” “16살” “니 싸앗(너 예쁘다)” “틀라이 뽄만?” 너 씨엠립에서 제일 귀엽다는 둥 우스개 소리도 하며 밝게 웃었다. 내 옷으로 짝퉁 타미힐피거 2개, 아들 옷 짝퉁 폴라 1개를 22불에 샀다. 나는 아들을 가리키며 “He is a singer and band master in korea.”라고 말했다. 두 여자 아이는 아들과 함께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툭툭이가 호텔까지 4불을 부른다. “삐 돌라(2불)”라고 했더니 알았단다. 나는 툭툭기사에게 내가 한국에서 캄보디아 아이들을 만나면 주려고 가져 온 볼펜과 장난감 남은 것을 모두 주었다. 그랬더니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10불짜리 마사지샾을 알려 주겠단다. 모노리치호텔 맞은편 시내 쪽으로 200m쯤 가면 보이는 도로변의 큰 마사지샾은 30불 정도이고 거기에서 200m쯤 가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10m쯤 들어가면 Massage and Spa라고 크게 쓰여 있는데 상호는 잘 모르겠다. 이 곳에서 받은 크메르 마사지가 이번 여행 중에 제일 좋았다. 옆 칸에서 마사지 받는 사람들은 계속 캄보디아어로 잡담을 해댔는데도 마사지 느낌이 좋아 살짝 잠이 들기도 했다.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나의 생일 선물은 아들과 함께 한 앙코르 유적지 여행이다. 그것이 소중한 선물이다.